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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육’에 눈을 돌리자
‘1학년 교육’에 눈을 돌리자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명예대표
  • 승인 2016.02.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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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명예대표
▲ 민경찬 논설위원

요즘 캠퍼스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수련회 등의 행사로 새로운 활기와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대학 본부 또는 학생회, 동아리 단위로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대한 소개, 학생회 및 동아리 소개에 열정을 쏟아낸다. 그런데 가끔씩 과도한 술 문화, 후배 길들이기 관행으로 예기치 못한 사고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이렇게 ‘선배’와 ‘술’로만 대학생활을 시작한다면 문제다.

교육학자인 리처드 라이트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최고의 대학 만들기』에서  1학년 첫 몇 주가 대학생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활 중에서 결정적인 순간과 사건은 대학 생활의 첫 몇 주일 동안에 집중돼 있다. 이 결과는 강한 정책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1학년 1학기가 대학생활 성패의 70~80%를 좌우한다는 보고도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대한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의 언어능력·수리력·컴퓨터기반 문제 해결력이 고교 때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에 입학한 이후 만 20세부터 순위가 급격히 떨어져 10위권 안팎을 기록하고, 35세부터는 OECD 평균 이하가 되고, 55세 이후엔 21개국 중 20위라고 한다. 40년을 거치며 세계 1위에서 최하위로 역량이 추락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 할 경고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갈수록 개인 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변화적응능력 등 고도의 역량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다.

대학생이 된 이후 역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려서부터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고 했기에, 중·고교 때 공부에 너무 지쳐버린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초·중·고 시절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이, 결국 나이가 들수록 학업 동기와 의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학의 몫으로도 봐야 한다. 대학에서의 교육은 대학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에서의 교육의 질 자체가 국제적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은 대학들이 반성할 과제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2015 세계 인재보고서」에서 한국의 ‘대학교육의 경쟁력 부합’은 61개 주요국 중 38위로 나타났다. 한 때 우리 사회는 물론 대학도 일단 대학에 들어오면, 일종의 보상 개념으로 1학년 때는 풀어주는 분위기도 있었다. 지금은 달라지고 있지만, 대개 의대, 치대 예과의 경우 2년 동안은 ‘신나게 놀아야’하는 것이 당연한 관례였고, 대학 자체들도 예과 때 학점 자체를 따지지 않기도 했다.

2월 20~23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는 제35회 ‘1학년 교육(First-Year Experience, FYE)’ 연례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는 이미 35년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1학년 교육’을 매우 중시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우리 대학들도 ‘1학년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입생들의 첫 출발을 도와줘야 한다. 우선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나?, 왜 배우나?, 어떻게 배워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등 근본적인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게 하고, 깊이 생각하며 서로 토론하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제대로 설계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20년 안에 일자리 중 47%를 기계와 컴퓨터에 내줘야한다는 세상에 살고 있다. 100세, 120세 시대, 제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오늘, 글로벌 시장에서 젊은이들이 지속적으로 자기 계발하며 적응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기초 역량들을 닦게 되는 1학년 교육부터 철저히 관리해나갈 때 가능하다. 여기에서 동기부여, 자신감, 미래에 대한 꿈과 의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민경찬 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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