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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사라지더니 붕어를 떡 물고 날아올라
첨벙 사라지더니 붕어를 떡 물고 날아올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6.02.1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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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48. 가마우지
▲ 가마우지사진출처: 블로그 유랑인(nahcik1.tistory.com/38)

필자가 가마우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건 기기묘묘한 산봉우리가 올망졸망 3만6천 개나 된다는 중국 桂林(Guilin)에서다. 계림의 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계림의 산수는 천하제일이다(桂林山水甲天下)”라하고, 카르스트 지형(karst topography)으로 기암괴석도 이름난 곳이다. 漓江에서 뱃놀이(船上遊覽)를 끝내고 선착장에 내리는데 때마침 대나무뗏목을 탄 삿갓 쓴 노어부와 큰 까마귀 닮은 맵시로운 가마우지가 곁눈질하며 의젓하고 늠름스레 널따란 뱃전에 앉아있다.
어부가 호루라기 같은 소리를 내지르니 놈들이 뒤처질세라 첨벙첨벙 가뭇없이 사라지더니만 이내 커다란 붕어 한 마리씩을 떡 물고 떠오른다. 어부는 발에 묶어둔 줄을 휙 잡아당겨 가마우지 목을 잡고는 입에서 물고기를 끄집어낸다. 억지로 입을 세게 벌리거나 목을 꽉 누르면 구토반사(regurgitation reflex)로 물고기를 토하게 된다. 가마우지의 긴 목을 끈으로 느슨하게 옭매놓아 잔물고기는 삼키지만 큰물고기는 목(食道)에 걸려 내려가지 못 한다.


중국이나 일본, 그리스나 마케도니아에서는 예부터 어부들이 가마우지를 어르고 달래 길들여 해온 전통 가마우지 고기잡이(cormorant fishing)로 일본 어디선가는 1300여년간 이어와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린다고 들었다.
가마우지가 사람을 쪼지 못하게 날카로운 주둥이부리를 뭉뚝하게 갈아버린다고 한다. 고기잡이 선수인 가마우지는 계림의 명물로 황소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안내원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곳에서 잔뼈가 굵어진 어부들은 밥벌이를 해준 가마우지가 숨을 거둘 때면 어부가 부어 준 술을 마시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고 하는군. 암튼 동물보호단체가 그악스럽게 새를 학대한다고 삿대질하며 아우성칠만하다.
‘가마우지 경제’란 말이 있으니, 혹자는 한국경제를 목줄에 묶인 가마우지 같다고 한다. 목줄(부품소재)에 묶여 물고기(완제품)를 잡아도 곧바로 주인(일본)에게 바치는 구조라는 것이지.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가마우지는 가마우지과 조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크게 민물가마우지와 바다가마우지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물가마우지(great cormorant)는 경기도와 경상남도에, 바다가마우지(cormorant)는 울릉도와 제주도에, 쇠가마우지(pelagic cormorant)는 백령도에 많다한다.
민물가마우지(Phalacrocorax carbo)는 체장 70~102cm, 편 날개길이 121~160cm이고, 바다가마우지(cormorant)보다 덩치가 커서 ‘great cormorant’라 불린다. 목은 아주 길고, 눈은 초록색이며, 뺨과 멱(목 앞)은 흰색이고, 나머지는 검은색이다. 부리는 길고, 윗부리는 아래로 약간 굽었다. 네 발가락에 물갈퀴(web)가 있어 굼실굼실 물에 쉽게 잠겨들고, 깃털은 방수가 되지 않아 잠수엔 유리하지만 물 위로 나온 후엔 젖은 날개를 좍 펴고 햇볕에 깃을 말린다. 장장 20~30초간 줄기차게 물속을 헤엄치고, 10초가 걸려 솟아오르며, 잡은 고기는 펠리칸(pelican)처럼 턱 아래의 저장주머니에 넣는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철새이지만 일부는 텃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어귀에 주로 생활하고, 때로는 내륙의 강이나 호수에서도 날아든다. 집단으로 나뭇가지에 마른 해초 등으로 접시모양의 둥지를 틀고, 한배에 보통 3∼4개의 엷은 청색 알을 낳는다. 30∼36일간 알을 품고(抱卵), 물고기를 잡아와 토해 먹인다. 아시아·유럽·아프리카·대서양·북미 등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바닷새인 (바다)가마우지(P. capillatus)는 민물 것에 비해 몸집이 좀 작아 몸길이 약 84cm로 전 세계에 40여종이 서식한다. 우리나라해안에서 텃새로 살며, 항만 또는 바위가 많은 해안절벽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집단으로 번식하고, 떼거리로 이동하는 사회성 높은 새로 민물가마우지에서 진화한 것으로 본다.


암수 모두 흑색깃털에 엷은 녹색(淡綠色)의 금속광택이 나고, 위 갈색부리는 가늘고 긴 것이 예리하게 구부러졌으며, 虹彩(눈조리개)는 녹색이고, 다리는 검다. 부리 주위에서 눈가장자리에 걸쳐 피부가 드러나고, 색이 노랗다. 겉에 콧구멍이 없어 물속에서 고기를 잡기에 편리하다.
물갈퀴가 달린 발로 발버둥 치면서 짧은 날개까지 흔들어 멋지게 자맥질하니 깊게는 수심 45m까지 잠수한다. 고기잡이를 한 다음 단숨에 밖으로 나가 날개를 활짝 펴고  햇볕에 깃털을 말린다. 가마우지는 꼬리 샘(preen gland, 尾腺)에서 기름성분을 분비하지 않아 겉 깃털에는 물이 스며들어 물에 잠기기 용이하나 속 살갗까지는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고 한다.


알은 긴 타원형으로 담청색에 표면은 백색의 석회질로 덮여 있다. 둥지는 암벽의 오목한 곳에 마른풀이나 해초를 이용해 만든다. 한배의 4~5개를 낳고,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오면 새끼들은 어미의 입속에 머리를 처박고 토해주는 먹이를 꺼내 먹는다. 한국·일본·중국·사할린·북태평양의 섬들에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 울릉도와 제주도에 많다한다.
그런데 민물가마우지는 민물고기를 마구 잡아먹어 물고기가 줄어들므로 어부와는 경쟁관계다. 2013년 기준으로 일본에는 민물가마우지가 어림잡아 10만 마리가 넘어서 개체수를 조절하느라 솎아죽이기(culling)에 이르렀다고 한다.
거참, 이 험한 세상에 늘어나는 생물도 있다니 희한하도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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