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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 등록금·취업난 난 몰라 ‘일단 더 챙기고 보자’
제자들 등록금·취업난 난 몰라 ‘일단 더 챙기고 보자’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2.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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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감사에 드러난 교수들의 ‘도덕 불감증’

대학구조조정 아랑곳 않는 교수들
외국인 유학생 통장 관리 ‘몰염치’

지도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 연구업적을 쌓은 것도 모자라 연구비까지 받아챙기는 파렴치한 연구관행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배우자와 가족을 연구원으로 채용해 연구비를 부당하게 수령하는가 하면, 보고 없이 평일 골프 라운딩을 즐겨온 국공립대 교수들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대학원생 제자들의 통장을 통해 장학금·연구비 등을 넣었다 다시 빼쓰는 식의 잘못된 연구관행이 언론에 연일 보도돼 지탄을 받자, 이제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통장에 손을 대는(!) 교수들도 등장했다.

고액 등록금과 취업난으로 인해 학생들이 목숨을 끊고,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바빴던 몰염치한 교수들이 여전히 대학에 존재하고 있다. 이 같은 일부 교수들의 추태는 교육부가 지난해 4월~7월 서울과기대, 한경대, 한밭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로 낱낱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최근 이들 대학·기관의 감사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그릇된 관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 일러스트= 돈기성

■연구비 부당 수령= 기존의 자신 혹은 제자의 논문을 짜깁기해 새로운 연구결과물인 것처럼 속여 연구비를 타낸 사례들이 주를 이뤘다. 이중 게재, 자기 표절 등 관행처럼 이어진 학계의 연구윤리 위반사례들이다. 

서울과기대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 A교수 등 8명은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발췌해서 논문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 논문을 학회지에 학술논문으로 발표하고, 교내연구과제 연구결과물로 제출해 연구비 2천600만원을 받아냈다. 교육부는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 교수 등 7명에겐 경징계를,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부교수에겐 경고 조치했다.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 등 2명은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과 본인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정책연구 결과물을 발췌·요약하는 방식으로 짜깁기 했다. 교수들은 이렇게 만든 논문을 학술연구과제 결과물로 제출해 연구비 총 1천870만원을 수령했다. 여기에 가담한 B교수와 C교수는 각각 1천50만원, 820만원을 나눠가졌다. 교육부는 두 교수에게 연구비를 전액 회수하고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복사-붙여넣기’로 교재개발비 받아내= 대학 홍보·교육용으로 제작되는 각종 교재나 팜플릿은 논문에 비하면 감시체계가 훨씬 미미한 게 사실이다. 이런 허점을 노리고 일부 교수들은 이른바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수월하게 표절한 다음 교재개발비를 받아가고 있었다. 

한밭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등 4명은 기존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연구결과물로 제출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2012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교수평의회 정책연구 2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비를 무려 3천120만원이나 받았다.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등 2명에게 경징계하고 일본어과 교수 등 2명에겐 경고 처분했다.

한경대는 창의인재개발원 교재 개발을 위해 교수 5명이 교재 5권을 제작하는 데 참여했다. 교수들은 놀랍게도 기존 저작물의 단락의 일부분을 그대로 복사해서 제출했고, 몇몇 단락은 원고 전체가 복사된 곳도 있었다. 이들은 ‘복사-붙여넣기’로 교재를 제작했으면서도 원고료 1천772만원을 받아갔다. 교육부는 원고료 전액을 회수해 산업인력관리공단에 반납하고, 교무처장을 비롯해 3명의 교수에겐 경고 처분을, 1명의 교수는 경징계했다.

■연구원 인건비 횡령= 한경대 화학공학과 D교수 등 3명은 외국인 유학생 5명을 외부 연구과제 연구원으로 참여시켰다. 이 교수들은 학생에게 지급된 인건비 일부를 자신들의 통장으로 이체 받거나 유학생들의 통장(현금카드 포함)을 직접 관리하면서 인건비 총 5천여 만원을 가로챘다.

이 대학의 E교수는 자신이 연구책임을 맡고 31명의 연구원을 뒀다. E교수는 연구원의 인건비 총 5억2천여 만원을 수석연구원에게 직접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연구원 인건비로 개인경비 5천931만원을 쓰고, 1억2천700만원은 공동운영경비로 썼다. 나머지 1억1천918만원은 ‘용도 불명’으로 처리했다.

또다른 교수들도 연구보조원의 인건비를 공동관리하는 방식으로 횡령하다 적발됐다. 생명공학과 조교수 등 교수 5명이 연구책임자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보조원 인건비를 공동관리했다. 이들은 연구보조원 인건비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아 관리하거나 본인 계좌로 이체했다.

교육부는 D·E교수 등 4명에겐 중징계를, 생명공학과 조교수 등 관련자 3명에겐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한경대에는 교수들이 연구원 인건비를 횡령하거나 공동관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통보했다.

■배우자·자녀도 연구원?= 서울과기대 NID융합기술대학원의 F교수 등 2명은 자신들이 연구책임자로 있으면서 자녀를 연구보조원으로 참여시켜 인건비를 비롯해 총 3천693만원을 지급했다. 이들은 서울과기대 교직원 행동강령 제5조 및 제6조 위반으로 ‘경고’조치 됐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G교수를 비롯한 4명도 F교수 등과 같은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명의 교원이 6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배우자와 자녀를 연구보조원으로 참여시키고 인건비와 수당 명목으로 1천여 만원을 지급했다.

서울과기대 식품공학과 교수 등 12명은 근무상황에 대한 보고나 행정처리 없이 평일에 1~3회에 걸쳐 골프 라운딩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와 제58조에 따라 주의 처분을 받았다.

■전문대교협 직책보조비 관행 폐지= 전문대교협은 2012년~2015년 3년간 사무총장 등 5명에게 ‘직책보조비’ 명목으로 총 2억1천834만원을 지급해왔다. 교육부는 전문대교협 회계규정을 들어 보수규정에 없는 직책보조비 지급제도를 폐지할 것을 통보하고, 보조비를 수령해온 전 사무총장 등 4명에게 경고 조치했다.

이밖에 전문대교협은 부적절한 인사시스템에 대한 시정조치를 받았다. 직원 공개채용에서 면접심사까지 마친 후보자를 부적격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음에도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채용절차를 중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대교협은 또 2012년~2015년 9회에 걸쳐 진행된 직원 공개채용에서는 서류전형에서 객관적 심사기준 없이 면접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특별채용도 지적됐다. 사업지원부장으로 파견근무 중인 교수가 국고보조금 편취 혐의 수사로 인해 대학에서 면직되자 계약직으로 특채해 직제규정과 다르게 부장 보직을 유지해줬다. 아르바이트(일용직) 근무기간 중 성실히 근무했다는 이유로 공개채용 절차를 생략하고 계약직 사무원으로 특별채용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인사를 담당한 전 사무총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에게 ‘경고’조치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고침: 기사 내용 중 "한밭대 교수평의회 의장"을 '전(前)' 교수평의회 의장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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