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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연구자의 한국학 분야 진출 늘때 ‘학술한류’ 가능
대중문화 연구자의 한국학 분야 진출 늘때 ‘학술한류’ 가능
  • 교수신문
  • 승인 2016.0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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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한류를 위한 제언

한국학과 한류를 제대로 접목시키려면 한국학 종사자들의 한류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기존
한국학의 틀 안에서 한류와 접목시키려고 한다면,
학제 간 연결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韓流. 이른바 ‘한국적 문화의 바람’이 분 지 제법 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봉준호의 「설국열차」, 그리고 케이팝 등은 한류의 대명사가 됐다. 그렇지만 이런 한류를 놓고 ‘한류 그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찰의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다. 최근 박정선 캘리포니아대 교수(인류학)가 『한류 그 이후: 한류의 저력과 향후 과제』(이상훈 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6.1)에 발표한 「「강남스타일」과 한류」는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경청해야할 될 제안을 담은 글로 흥미롭게 읽힌다. 박 교수는 한류의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수주의적·자본주의적 접근 지양 △한류의 현실 직시 △새로운 소통 방법과 유통 경로 모색 △한류의 다각화 △학술 한류의 뒷받침 등을 주문했다. 그의 제언을 발췌했다.

 

한류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문화의 중심과 주변부의 중간 지점에 속한 나라가 기존의 문화주도세력과 문화변경세력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문화를 통한 전 지구적인 연결과 소통에서 지금까지 주로 수용하는 입장에 있던 나라의 문화가 주도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해낼 가능성도 있다. 또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혼용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나간다는 것, 이제 한국이, 나아가 아시아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시사점도 들려준다.

그러나 아직도 전 지구적인 힘을 가진 초국적 미디어는 서구 주도적·중심적이고 그 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입지를 구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싸이의 경우도 유수한 미국 기획사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굳건히 할 수는 있겠으나, 그렇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아직 자생하기 힘든 한국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리고 독창성이라는 문제에 들어가면, 한류라는 이름으로 과연 우리가 얼마나 우리만의 스타일과 목소리를 내왔고 앞으로 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잠재력은 풍부하며, 우리가 그것을 어떤 식으로 개발·발전시켜나가는가에 따라 그 잠재력이 한껏 발현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국수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접근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한류의 기본는 한국과 한국문화가 있는 만큼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이 한국우월주의, 더 나아가 한국판 문화식민주의를 지향하게 된다면 문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문화를 통한 상호교류와 이해의 증진이며, 한국과 한국인이 전 지구화 시대에 유의미한 문화 창출의 기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한국과 한국이 가진 문화적 감성, 시각 등을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한류가 할 일이다.


또한 한류가 이익을 산출하기 위한 자본주의적 욕망에만 충실해진다면 빠른 쇠퇴를 야기할 수도 있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의 추적이 거세지는 데다 미국처럼 문화적 자본, 유통망 및 정치·군사적 힘과 연계된 소프트 파워를 가지지 못한 우리나라는 대중문화의 역동성, 창조성이 자본의 논리에 잠식된다면 그 힘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현실을 직시하고 맥락화된 한류의 다양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류에 대한 한국미디어의 보도는 많은 경우 과장을 동반한다. 실제로 ‘현상’이라고 부를 만한 정도의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도 과장해서, 마치 저기 이집트에서 혹은 멕시코에서 한류 열풍이 일고 있는 듯이 보도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해 결국에는 제대로 된 현상 파악을 하는 데 어려움을 낳는다. 싸이의 미국에서의 성공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진 것도 마찬가지다. 「강남 스타일」과 그의 인지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가 한국인임을 모르고 거기에 관심도 없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앞으로를 위한 보다 적절한 접근법을 모색해 볼 수 있음에도, 언론을 위시해 언론플레이에 목매는 이들이 과장, 왜곡을 하는 통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셋째, 새로운 소통 방법과 유통 경로를 모색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경을 넘는 문화 전파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유통 경로다. 즉, 문화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경로를 지배하는 자가 문화 권력을 가지기 때문인데, 서양 특히 미국의 문화적 헤게모니는 이 유통 경로에 대한 지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기술력의 발달과 새로운 소통 통로의 다양화 등으로 이제는 기존의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싸이의 유투브를 통한 갑작스런 성공은 이제 한류도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국경을 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므로 그와 같은 새로운 유통 경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이미 일부에서 활성화돼 있는 한국문화 팬덤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한 소통의 활성화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 한류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음악이나 영화, TV드라마가 한류를 이끈 주역이었지만 그 외 많은 분야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산업이나 캐릭터산업 등은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해왔다. 만화도 잠재력이 큰 분야다. 실제로 한국에서 성공한 여러 TV드라마들은 웹툰이 원작인 작품이 많은데, 이는 아이디어와 서사,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만화가 가지는 힘과 대중과의 소통 능력을 보여준다.


다섯째, 한국학과 한류를 연결함에 있어 몇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비아시아권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는 그다지 깊지 않다. 일부 거점 대학이나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나 한국학이나 한국 관련 과목이 개설돼 있을 뿐, 그 외의 곳에서는 굉장히 제한된 수준의 학술적인 논의가 이뤄질 뿐이고, 따라서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는 극히 제한적이며, 그것도 고정관념에 근거한 이해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를 매개로 한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으나, 그 또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그에 따라 학술적인 관심까지 생기는 경우, 미디어를 통해 본 한국에 대한 정보와 학술적인 정보의 격차가 클 수 있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중문화와 학술적인 논의의 연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와 관련해 한국학과 한류를 제대로 접목시키려면 한국학 종사자들의 한류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다시 서구의 예를 들자면,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학 종사자들은 소수의 전공 분야(예를 들어, 언어·역사·문학 등)에 집중돼 있고, 동시대 한국문화, 특히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기존 한국학의 틀 안에서 한류와 접목시키려고 한다면, 학제 간 연결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며, 길게는 한국대중문화나 그와 관련된 분야를 연구한 학자들이 한국학 분야에 좀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사실 대중문화는 젊은 외국학생들을 한국이나 한국학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류에 관한 수업을 개발하고, 그것을 한국학 커리큘럼에 접합시키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학술회의 등을 통해 학자들과 한류와 관련된 업계 종사자들(미디어, 기획사 등)과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이론의 장과 현장을 연결시킬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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