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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호 새로나온 책
817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2.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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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탐구하려 한 것은 한국 문학사 안의 ‘문학 주체들’이나, 그 과정에서 ‘문학사적 주체’의 잠재성이라는 문제에 다다랐다. 이 책은 저자 개인에 의해서 계속 비판적으로 ‘보충’돼야 하며, 다른 연구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는 한에서만 문학사로서의 의미가 실현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올바른 하나의 역사’를 주장하는, ‘역사’라는 이름의 권력, 역사의 의미를 고착화하려는 권력과의 싸움이다. ‘단 하나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미지와 미완의 ‘역사성’, 지금 여기에서 신체를 진동시키는 역사의 감각에 대해 쓸 수 있을 뿐이다. 역사에 대한 정의 내리기는 언제나 저 미세한 시간, 저 무한의 시간 앞에서 패배한다. 문학사적 주체는 역사의 이념이 실패하고 중단되는 그 지점에서 다른 문학사를 통과할 수 있다.”
-이광호 서울예술대 교수, 『시선의 문학사』(문학과지성사, 2015.12) 중에서

 

 

■ 벤야민, 세기의 가문, 우베-카르스텐 헤예 지음, 박현용 옮김, 책세상, 404쪽, 20,000원
독창적인 언어 사용을 펼쳐 보였고,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유를 보여줬지만 하필이면 20세기 독일에 유대인으로 태어난 탓에 그 천재성을 꽃피워보지 못하고 스러져간 비운의 인물 발터 벤야민. 그런데 그의 가문에는 발터 벤야민 외에도 20세기 독일의 굴곡진 역사를 극적으로 살아낸 인물들이 있다. 공산주의자 의사로 활동하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학살당한 게오르크, 사회학자로서 소외된 여성과 아동의 현실 개선에 몰두했던 도라, 동독 법무부 장관으로서 파시즘 청산에 헌신한 힐데, 평생 가족사와 싸웠고 법학자로서 동독 현실사회주의의 실패 원인을 찾기 위해 고투했던 미하엘 등이 그들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우베-카르스텐 헤예가 쓴 이 책은 1892년 발터 벤야민의 출생에서부터 2000년 미하엘 벤야민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벤야민 일가의 궤적을 추적한다.

 

■ 사회학 이론: 시대와 관점으로 본 근현대 이야기, 하르트무트 로자 외 지음, 최영돈·전태국 외 옮김, 한울엠플러스, 408쪽, 39,000원
마르크스와 베버부터 하버마스와 푸코까지 근현대 13명의 사회학 이론가들을 중심으로 사회학 이론의 탄생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한 책이다. 두 가지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초기 근대, 발전된 근대, 후기 근대의 순서로 읽으면 근대사회와 모습과 사회학 이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좀 더 색다른 방식을 원한다면 길들이기, 합리화, 분화, 개인화의 관점별로 묶어서 읽어도 된다. 근대사회와 사회학 이론을 깊이 있게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들은 사회학 이론의 역할을 깊이 절감하고 사회학 이론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한 듯하다. 그 결과 사회학의 대가들을 선별해 그들 간 독특한 지형을 세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 책의 각 장이 ‘핵심 문제’, ‘방법적 기본 구상’, ‘분석’, ‘진단’, ‘요약’이라는 똑같은 절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이론을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적·형식적 균형을 맞추려 한 저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김호동 지음, 사계절, 272쪽, 29,800원
국내 중앙유라시아사 분야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저자가 새롭게 집필한 책이다. 원고 집필부터 지도 개발, 도판 선정과 편집에 이르기까지 총 3년 가까운 시간이 투여된 이 책은 사계절출판사의 『아틀라스 한국사』(2004), 『아틀라스 세계사』(초판 2004, 전면개정판 2009), 『아틀라스 중국사』(초판 2007, 개정증보판 2015), 『아틀라스 일본사』(2011)에 이은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문을 닫는 마지막 책이다. 이 책은 ‘인구어족의 이동’부터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점령’까지 총 96개 테마로 구성돼 있다. 저자가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지도를 직접 제작한 것도 흥미롭다. 이 책에 실린 113컷의 지도는 유목민족의 이동과 거주, 민족 간 또는 국가 간의 전쟁, 교역, 여행과 같은 중앙유라시아 전반의 교류 등 중앙유라시아사의 다양한 국면들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22개의 계보도는 복잡다단한 유목민족 군주들의 가계를 한눈에 계통적으로 정리했다.

 

■ 율곡의 경연일기: 난세에 읽는 정치학, 율곡 이이 지음, 오항녕 옮김, 너머북스, 656쪽, 29,000원
『율곡의 경연일기』는 1565년 7월, 문정왕후의 죽음에 대한 기록으로부터 시작해 1581년 11월까지, 약 17년간 ‘經筵’을 무대로 한 조선 정치의 현장에서 율곡 이이가 쓴 일기이다. 율곡의 직언과 선조의 침묵이 부딪히는 가운데 소통·화합·민생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지를 고민한 조선시대 정치의 중심이었던 ‘경연’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이 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사림의 등장과 동서분당 등 향후 조선 정치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선조 시대를 생생하게 조망하게 한다. 특히 파란의 시대를 거치며 숱하게 명멸해간 100여 명에 가까운 인물들의 전기적 초상을 사건과 연관하거나 ‘졸기’의 형식으로 신랄하면서도 엄격하게 드러내는 대목들은 율곡 스스로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그의 인생관과 인물관, 경제관을 동시에 반증하고 있다.

 

■ 조용한 혁명: 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 성희엽 지음, 소명출판, 793쪽, 52,000원
저자가 메이지유신과 근대일본의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일본 근대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1800년대 중반 서구열강이 동남아시아를 식민지화하고 난 뒤 동아시아로 진출할 때, 이들의 군사적·경제적 침탈에 맞서 일본만이 유일하게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사무라이의 사회적 자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봉건사회체제에서 근대사회체제로의 근본적인 국가개혁에도 성공한 요인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 일본근대사를 동아시아 근대사의 거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본근대사 연구를 통해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보려는 과정에서 탄생한 산물이다. 저자는 서양의 침탈에 맞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자립적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으로서의 일본근대사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 GDP의 정치학: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절대숫자, 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 김현우 옮김, 후마니타스, 240쪽, 15,000원
저자는 GDP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 공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대중적인 것이 됐는지를 논의한다. 이를 통해 GDP를 지지하는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자들과 그것이 만들어 내는 사회 형태를 탐구한다. 또한 GDP에 대한 중요한 비판들은 물론이고 전문가, 활동가, 시민사회 운동들이 개진하고 있는 대안들을 광범위하게 살펴본다. 특히 정치적인 수준에서 GDP 도그마가 기술 관료들의 역할을 칭송하고, 정치를 전문가들의 일로 만들었으며, 폭력의 문화를 영속화했는지를 살피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피폐화했는지 밝힌다. GDP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를 조직하는 방식을 표상한다. GDP는 중립적 숫자라기보다는 하나의 강력한 정치적 도구다. GDP가 무엇을 측정하고 무엇을 측정하지 않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해부하고, 오늘날 경제를 지배할 수 있게 된 정치적 과정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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