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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세상을 설레게 한 구글 창업자의 은둔
기술로 세상을 설레게 한 구글 창업자의 은둔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6.02.0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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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31. 래리 페이지

 

마지막 컨퍼런스에 참가한 래리 페이지는 연설을 하지 않고
그냥 주위 사람들과 섞여 편하게 얘기했다.
심지어 실리콘 밸리 밖에서 온 연구자들은 그가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다.

▲ 한동안 뜸하던 래리 페이지의 행보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술 관련 컨퍼런스에 자주 등장하는 그가 어떤 신사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기다려진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전세계 11위 부자이자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2일 <뉴욕타임스>는 ‘래리 페이지의 집착이 어떻게 구글의 사업이 됐나’라는 소식을 보도했다.
3년 전 록히드 마틴에서 핵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엔지니어 찰스 체이스가 구글의 ‘Solve for X(구글의 문제해결 프로젝트)’ 컨퍼러스에 참가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때 모르는 한 남자가 다가와 쭈그려 앉더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2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기술이 지속 가능한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간성을 소홀히 했는지 토론했다. 즉 어떻게 하면 태양과 같은 클린 에너지를 만들어낼지 논의한 것이다. 찰스 체이스는 그가 누군지 나중에 물어봤다. 바로 래리 페이지였다. 찰스 체이스는 레리 페이지가 그 어떤 허세나 우월의식이 없었다고 전했다.

래리 페이지는 전형적인 CEO가 아니다. 대부분의 CEO는 강당 같은 곳에서 투자자들에게 신상품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래리 페이지는 2013년 이후로 수익 결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매해 구글이 새로운 상품을 공개하는 구글 I/O에 나타나 사람들 옆에 지나갔다. 그러더니 언론에서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다. 그가 은둔자여서가 아니다.

최근 래리 페이지는 정기적으로 로봇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TED 같은 지적 토론의 장에 간다. 그는 싸이 푸 캠프에 참가해 기술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해준다. 캠프는 초대 받은 사람들만 입장 가능하다. 구글, 오라일리출판사, 디지털사이언스가 후원하며 천문학자, 심리학자, 물리학자들이 모여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카드에 적고 벽에 붙인 후 그 주제들에 대해 토론한다. 과학 윤리나 인공 지능 등에 대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 한다. 마지막 컨퍼런스에 참가한 래리 페이지는 연설을 하지 않고 그냥 주위 사람들과 섞여 편하게 얘기했다. 심지어 실리콘 밸리 밖에서 온 연구자들은 그가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다.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다
래리 페이지는 지적 방랑벽이 있는 실리콘 밸리의 첫 번째 CEO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핵심 사업보다 더 많은 돈을 다방면에 투자했다. 그의 매력을 사로잡은 기술적 부분들에 말이다. 래리 페이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는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인 광고사업과 분리돼 만들어졌다. 이 회사의 CEO인 그는 자율 주행차 같은 매우 뜬구름 잡는 프로젝트들에 투자를 시작했다. 알파벳은 바이오부터 에너지 생산, 우주 여행, 인공지능, 도시 계획까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2월 1일 투자자들은 알파벳의 야심찬 비전에 주목하고 1/4분기 손익 결산서를 공개했다.

래리 페이지에게 구글의 엄청난 광고 수익을 어떤 새로운 기업과 산업에 투자해야 할지에 대해 역할이 주어졌다. 그의 역할은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과 기술적 비전에 집중된다. 현재 구글은 알파벳의 자회사로서 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구글은 앞으로 더 많은 자율권을 갖고 새로운 리더가 맡게 된다. 하지만 구글의 성공은 한편으로 기업의 난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구글의 대표는 구글 크롬과 제품관리 수석부사장을 지낸 선다 피차이가 맡고 있다. 선다 피차이는 머신 러닝이나 가상 현실과 같은 분야에서 계속 혁신해 나가며, 구글의 광고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특히 구글이 몇년 동안 당면하고 있는 규제 문제와의 줄다리기도 해결해야 한다.

광고는 구글이, 신산업은 알파벳이
래리 페이지는 미시건대 학부생으로 있을 때, 정말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태양광 자동차와 신디 사이저를 연구하고, 학교 당국에 트램을 학내에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1995년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 박사과정 입학할 때부터 그는 이미 연구할 목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자율 주행차와 웹의 하이퍼 링크 활용해 더 나은 검색이 가능토록 하는 것 등. 그의 지도교수인 테리 위그노어드는 “래리 페이지는 스탠포드대로 오기 전부터 재밌는 기술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면서 “그의 관심을 끈 것은 획기적인 기술적 변화이지 기술의 역사와 방향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글 내에서 래리 페이지는 질문을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왜 그렇게 되고 그러한 가정에 어떻게 도전하는지 등. 그는 한 인터뷰에서 구글의 데이터 센터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어떻게 변압기가 작동하죠?” “전기는 어떻게 들어오는 것인가요?” “그러한 대가로 우리는 어떻게 지불하죠?” 등이 질문들이다. 그는 “나는 창업가와 사업가 두 입장을 동시에 고려한다”면서 “그 가운데 그것들의 기회는 무엇일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래리 페이지는 새로운 기술과 사업을 가능한 많은 영역에서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왜 구글 나우와 구글의 예측 검색 툴은 개인에 대한 모든 것을 예견해주지 못할까, 포털사이트에서 세상의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데 보험판매를 위한 포털사이트는 왜 만드는가 등과 같은 질문이 그 사례다. 그는 연속 사업회의를 피하고, 독서할 시간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을 탐닉하는 등 자신만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

한 공개 발언에서 래리 페이지는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언급했다. 미시간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인 그의 아버지는 어린 래리 페이지를 데리고 로봇공학 컨퍼런스에 데리고 갔다. 직접 현장에 들여보내기 위해 관계자와 언쟁을 벌이던 모습을 래리 페이지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TED 강연 인터뷰에서 비영리 조직이나 자선 단체보다 엘론 머스크 같은 창업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게 낫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영리기업이 사회적 선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016년 구글은 600억 달러(약 72조3천600억원)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래리 페이지는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공학자 레즐리 드완은 핵폐기물에서 값싼 전기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는 컨퍼런스에서 래리 페이지를 만나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래리 페이지는 모듈 제작과 어떻게 하면 적합한 직원을 찾는지 물었다고 했다. 드완은 “그가 핵공학 관련 지식은 없지만 올바르게 질문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핵물리학에 대한 질문은 아니지만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가지는지에 대한 매우 주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래리 페이지의 수완이 온전히 기술적이진 않다. 대신, 그는 어떻게 하면 규모가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낼지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문제이든 기술이 해결 가능한 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가 어떤 새로운 기술과 사업으로 세상을 변화해 나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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