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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의미와 한국 과학문명의 가치 진단한 통 큰 연구
창조의 의미와 한국 과학문명의 가치 진단한 통 큰 연구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6.02.01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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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초학제연구총서’와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叢書’를 가리켜 사전은 ‘일정한 형식과 체재로, 계속해서 출판돼 한 질을 이루는 책들’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형식과 체제, 계속성이 총서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출판사마다 기획력을 발휘해 각종 ‘총서’를 묶어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가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2012년 출범한 고등과학원 초학제 연구 프로그램의 패러다임-독립연구단(이하 독립연구단) 역시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총서’ 4, 5편을 잇따라 내놨다. 묵직한 총서들이 뛰기 시작했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총서는 이미 지난 2014년 초에 (주)이학사에서 『사물의 분류와 지식의 탄생: 동서 사유의 교차와 수렴』, 『분류와 합류: 새로운 지식과 방법의 모색』, 『상상력과 지식의 도약』을 차례로 출간했다. 독립연구단은 출범 당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대화를 유도하고 가급적 기초적이고 초보적인 수준에서 융합 연구의 길을 개척한다는 과제를 설정하고, 이 프로젝트의 주제를 ‘분류-상상-창조’로 집약해냈다. 그리고 이 세 범주 각각을 매년 초학제 연구를 이끌어갈 선도 주제로 삼아 탐색해왔다. 총서는 이런 탐색의 중간 보고서이기도 하다.
새롭게 선보인 총서 4·5권은 『동서의 학문과 창조: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동서의 문화와 창조: 새로움이란 무엇인가?』이며, 두 책 모두 김상환(서울대, 고등과학원 펠로우), 장태순(고등과학원), 박영선(고등과학원)이 엮었다. 독립연구단의 3년차 작업(2014.5~2015.4)의 결과물을 엮은 것으로, 이들은 제목 그대로 읽힌다.

책임편집자인 김상환 서울대 교수는 5권의 주제가 된 ‘창조적 새로움’에 대해 “특정한 아이디어의 내재적 속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기준이나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속성”이라고 설명하면서, 특정한 시대나 지역의 사회-문화적 환경은 저마다 고유한 사상사적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이번에 출간하는 책의 의도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동서 사상과 문화의 전통에서 창의성 개념이 주제화되는 방식을 정리해 오늘날 널리 퍼지고 있는 창의성 담론에 필수적인 인문학적 자양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는 “총서의 제목은 중국의 과학문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 지평을 연 조지프 니담(Joseph Needham)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Science and Civilisation in China)’ 총서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지만, 전근대와 근현대를 망라해 한국 과학문명의 총체적 가치와 의미를 온전히 담은 총서를 발간해 한국 과학문명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세계에 발신하고자 한다”라고 대담한 발언을 던지면서 1차로 세 권을 먼저 발신했다. 『동의보감과 동아시아 의학사』(신동원), 『한국전통지리학사』(오상학), 『한국 전근대 교통사』(고동환)등이다. 도서출판 들녘이 출판을 맡았다.

2012년 12월에 시작한 1단계 3년간의 연구기간에는 국문 11권 영문 1권을 연구했다. 출간된 책 말고도 『세종시대의 과학기술』(구만옥), 『전통과학과 서양과학』(문중양), 『한국천문학사』(전용훈), 『근대과학기술의 여명』(김연희), 『한국현대 농업기술의 발달』(김태호), 『한국 현대의 과학정책』(홍성주·송위진), 『한국 연구기관의 형성과 발전』(문만용), 『한국 과학기술혁명의 구조』(김근배) 등이 올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영문본 『한국풍수사(P’UNGSU: A Study of Geomancy in Korea)』는 한국 풍수사 전문가로 국외에서 명성이 높은 윤홍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가 대표 집필자로 연구하고 있다.

2014년 12월부터 시작한 2단계에는 『금속기술과 한국문명』(김종일 외), 『한국 전통시대의 토목문명』(권오영 외), 『한글과 과학혁명』(시정곤·최경봉), 『한국 과학문명과 여성』(김영희 외), 『한국의 과학과 종교』(장석만 외) 등의 주제가 연구되 있다 올 12월부터는 14권의 새로운 주제에 대한 연구도 시작한다. 이미 『한국 근현대의학사』(박윤재), 『한국의 산업혁명과 기술발전』(송성수), 『한국 엔지니어의 형성과 발전』(한경희)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출판부에서 10권의 영문본 총서를 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총서 발간은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으로 추진됐다. 2010년 12월 KAIST에 ‘한국과학문명사연구소’가 설립됐고, 신동원 교수가 연구책임자이자 소장을 맡았다. 전근대 분야 연구팀장은 전용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근현대 분야 연구팀장은 김근배 전북대 교수가 맡아 작업을 다졌다. ‘한국의 과학과 문명’ 연구팀은 2015년 연구책임자인 신동원 교수를 비롯해 전임연구인력 전원이 전북대로 자리를 옮겨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로 새롭게 태어났다. 확대된 연구소 명칭에 걸맞게 이후 연구소는 총서를 기반으로 삼아 한국 과학문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사업과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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