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15 (목)
사마귀보다 더 빠르게 먹이 낚아채 … 비밀은?
사마귀보다 더 빠르게 먹이 낚아채 … 비밀은?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6.01.19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29 카멜레온 혀

 

카멜레온은 혀를 내미는 데 근육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움직임을
위한 전체 에너지 대부분을 혀 안의 탄성 조직에 미리 장치한다.
날벌레를 잡을 때 이러한 조직 에너지는 혀를 뻗는 근육 힘을
강화시키고, 혀는 길게 늘어난다.

▲ 카멜레온은 몸집에 반비례해 혀의 속도와 힘이 측정됐다. 사진출처= 브라운대

작은 카멜레온의 혀가 강하고 빠른 것으로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브라운대는 ‘작은 카멜레온일수록 강한 혀 채찍질을 한다(Tiniest chameleons deliver most powerful tongue-lashings)’는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다. 단지 2인치 길이 카멜레온 혀가 큰 종들보다 빠르게 가속한다는 것이다.  
사마귀가 빠른 다리로 곤충을 잡는 데는 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비슷한 몸집에 이러한 빠르기를 능가하는 동물이 있다. 작은 카멜레온들이다. 브라운대 생물학자 크리스토퍼 앤더슨은 놀라운 능력의 진짜 규모가 그동안 간과돼 왔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그동안 가장 작은 종을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태학과 진화생물학(E&EB) 부서에 소속돼 있는 앤더슨은 “몸집이 작은 종들은 큰 종들보다 더 높은 행동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조심성 많고 예민한 카멜레온
카멜레온은 동물계(Animalia)→척삭동물문(Chordata)→파충강(Reptilia)→뱀목(Squamata)→카멜레온과(Chamaeleonidae)다. 현재 16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지능적이고 매혹적인 동물들의 생존게임』(마르쿠스 베네만, 웅진지식하우스, 2010)을 보면, 모든 카멜레온들은 원래 동아프리카 출신이다. 약 6천만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탄생해 시간이 흘러 아프리카 전 대륙으로 확산됐다.   
카멜레온 피부는 작은 비늘이 밀집돼 있다. 피부에 크로마토포르(chromatophore)라는 색소체 덕분이다. 이로 몸을 숨기고 위장하거나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색깔과 무늬를 바꾼다. 카멜레온은 아프거나 슬프면 피부가 창백해지고, 불안하면 어두운 색깔로 확 변한다. 또한 짝짓기를 하거나 짝짓기 라이벌과 싸울 때는 화려한 색깔과 패턴을 띤다. 민첩하고 감각이 예민한 도마뱀인 것이다. 『낯선 원시의 아름다움 도마뱀』(문대승 외, 씨밀레북스, 2011)에는, 카멜레온 채색 변화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다. 진피에 분포하는 색소포를 보면, 색소포 대부분은 검은색이고 그 밖에 백색, 황색, 적색, 청색 색소포가 있다. 이들 까만색 멜라닌이 세포 중앙에 있으면 빛이 다른 색소포를 통해 반사돼 여러 가지 색상을 나타낸다. 즉 흑색소포 안의 색소 확산과 집중으로 카멜레온 몸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앤더슨은 지난 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몸길이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카멜레온 혀의 돌출은 탄도와 같으며, 중력 가속도보다 264배 높은 첨두 가속도(peak acceleration)를 낸다는 것이다. 자동차 용어로 말하자면 2015년 쉐보레 콜벳보다 300배 빠르다. 혀는 귀뚜라미를 낚아채는 데 오직 20밀리 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100분의 1초만에 0에서 60마일을 가는 셈이다.
카멜레온은 혀를 내보내기 직전 멈추어 서서 두 눈으로 먹이를 겨냥하고, 몸을 앞뒤로 약간 흔들며 피사계 심도를 정확히 조절한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혀를 내민다. 카멜레온 혀는 끈적끈적한 침으로 덮여 있고 끝은 둥글다. 혀 길이는 몸길이의 두 배나 되며, 인간이 9kg의 무게를 드는 것과 같은 힘을 가졌다. 혀는 길고 얇은 뼈를 가진 근육 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평소에는 짧고 두꺼운 고무처럼 목구멍에 자리하고 있다. 먹이가 보이면 카멜레온은 근육이 뼈 주변을 누르게 해 혀가 튀어나가게 한다. 빠른 속도로 먹이를 향해 닿은 혀는 먹이를 컵 모양으로 말아 그 끝을 꽉 쥔다. 먹잇감에 달라붙어 흡반처럼 작용하거나 반쯤 감싼 뒤 다시 수축해 낚아챈다. 카멜레온 혀의 움직임은 동물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빠른 움직임 중 하나다. 결코 목표를 빗나가는 법이 없다.

카멜레온은 혀를 내미는 데 단순히 자연스러운 근육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움직임을 위한 전체 에너지 대부분을 혀 안의 탄성 조직에 미리 장치한다. 날벌레를 잡을 때 이러한 조직 에너지는 혀를 뻗는 근육 힘을 강화시키고, 혀는 반동으로 길게 늘어난다. 생체 역학 문헌에 실린 앤더슨의 리뷰에 따르면, 카멜레온 혀의 움직임은 높은 가속도와 강한 돌출력을 가진다. 이는 특정 파충류, 조류 또는 포유류의 근육 킬로그램 당이 제공하는 양보다 컸다. 척추동물 종들 중에서는 두 번째로 강력하다(오직 도롱뇽이 이를 능가한다). 가시피그미카멜레온(장미코카멜레온) 혀의 총 출력은 근육 킬로그램 당 1만4천40와트였다. 모든 카멜레온들이 투석기 같은 혀를 날리는 장치를 가지고 있으나, 이 부위는 작은 카멜레온들이 거대한 카멜레온들보다 더 크다.

생존 경쟁 결과 진화의 산물
앤더슨은 카멜레온 혀 움직임의 상한을 알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실에 매우 다양한 크기의 카멜레온 20종을 수집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1초에 3천 프레임을 얻을 수 있는 카메라 앞에 카멜레온들을 한 마리씩 놓은 후 측정했다. 카멜레온에게서 혀를 내밀게 하려고 눈앞에 귀뚜라미를 매달아 놓고 기다렸다. 앤더슨은 카멜레온들 혀가 나온 거리, 나오는 데 경과한 시간과 속도 그리고 특정 시간에서의 가속도를 측정했다.

모든 측정과 분석 결과 앤더슨은 거대한 카멜레온에 비해 작은 카멜레온 혀의 첨두 가속도와 상대적인 힘이 더 크며, 몸집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길게 뻗어 나감을 발견했다(가시피그미카멜레온의 혀는 자기 몸길이의 2.5배나 된다). 거대한 카멜레온도 그들의 사촌인 작은 것들에 미치진 못하지만 인상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예를 들어, 대략 두 피트 길이(60cm 정도)인 마다가스카르큰카멜레온(Furcifer oustaleti)의 첨두 가속도는 작은 카멜레온보다 18% 적지만 꽤 빠른 편이었다.

앤더슨은 이 결과들이 물리적, 진화적 의미를 갖는다고 하였다. 모든 카멜레온들은 혀를 투석기처럼 내뻗기 위한 동일한 조직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크기에 비례해 작은 카멜레온들이 큰 카멜레온들보다 더 큰 조직체를 가지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작은 스포츠카와 같았다. 이에 대한 작은 카멜레온들의 진화론적 이유는 모든 작은 동물들처럼, 살아남기 위해서다. 연구원들은 작은 것들이 몸무게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작은 카멜레온들은 곤충 먹이를 잡기위해 큰 것들보다 더 능력이 좋아야 한다. 영양을 필요로 하는 모두와 경쟁하기 위해 그들의 혀는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멀리 뻗어나가야만 했다.

카멜레온 혀의 가속에 관한 이전 연구들에서 최고값은 훨씬 낮게 측정돼 왔다. 왜냐하면 연구원들이 오직 큰 카멜레온들만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연구원들은 물리적 행동양식을 연구하는데 이 작은 친구들을 유용하게 보고 있다. 작은 종들을 사용해 신체기관의 기능 측정(performance value)을 설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은 고추가 진짜로 매울지 말이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