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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긴장과 지혜가 필요한 때다
  •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명예대표
  • 승인 2016.01.19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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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찬 논설위원

새해 들어 불어닥친 중국發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대를 밑돌고, 우리 주력산업의 하나였던 ‘IT 산업’도 그 위상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경제, 안보 위기’라는 비상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담화를 발표해야 할 정도로 엄중하다.
2016년 대학들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의 상황과 무관하게, 작년에 이어 대학구조개혁, 프라임사업과 같은 재정지원사업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각종 지표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몇 십 년간 매년 반복해오는 일이다. 문제는 정부마다, 사업마다 적절하게 변신해야 하므로, 각 대학별 특성이나 내공을 쌓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대학이나 교수 각자가 스스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고질적인 병폐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자며, ‘국가 개조’,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대혁신을 외쳤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자마자 ‘비상 상황’이 선포되며, 돌파구는 이제 국민밖에 없다며, ‘국민이 나서달라’고 대통령이 SOS를 보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동안 대학을 비롯한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한 것일까.
오늘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 변곡점에 서있다는 사실에 대개 공감하고 있다. 이제는 남 탓만 하면 안 된다. 이러한 ‘비상상황’에서도 정부 탓, 누구 탓만 할 것인가. 오래전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처럼, “내 탓이요!” 운동이 필요한 때다. 이것이 바로 ‘윈-윈’하는 지혜다.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특히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고, 제도, 효율성에 앞서 생명, 공존, 따뜻한 공동체라는 가치,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

2016년 대학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대학은 그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그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의식을 형성한다. …… 대학의 이념은 생동하는 정신이며, 하나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라는 칼 야스퍼스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역사의식, 시대정신, 새로운 가치가 대학으로부터 흘러나가야 한다. 기업가 정신 등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의 개발도 이러한 흐름과 연계돼야 한다.
대학은 국가발전이 대학의 의지와 역할에 달려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초·중등교육의 성패는 대학입시에 달려있고, 국가의 역량은 대학교육과 연구의 질이 결정한다. 그러므로 대학별로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에 대한 목표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행정부와 정치권과의 관계도 대학 공동의 리더십으로 ‘갑-을’ 관계를 넘어 새로운 협력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시대를 선도하는 도전은 제도를 앞서갈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강의실에서 지식을 넘어 학생들과 인간적으로 만나고, 연구실에서 연구점수를 넘어 학문적 마음가짐과 만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올해 학생들에게 지식은 물론 어떤 역량과 가치, 인성을 담아줄지를 결정하고, 수업계획서를 재구성해야 한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소시민을 넘어, 창의적 인재로, 더 나아가 큰 인물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연구 성과는 영향력(impact)에 초점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
학령인구 급감, 재정확보, MOOC 등 새로운 글로벌 교육시장의 도래 등 대학의 미래는 만만치 않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 개별 대학을 넘어, 국가와 지구촌, 미래의 사람을 생각하는 더 큰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전 세계 사람 중 미래의 위기에 잘 대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바로 한국인일 것이다”라는 한 해외석학의 말처럼, 우리는 위기 극복의 DNA를 갖고 있다. 자신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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