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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토론이 사라진 대학
질문과 토론이 사라진 대학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1.1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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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지금

대학을 둘러싼 수많은 정책과 연구교육의 문제를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SNS는 지금’이라는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강단에 선 교수들의 속마음을 담은 글입니다. 오길영 충남대 교수(영어영문학과)가 지난 13일 본인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소회입니다. 이 글에 조희정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과) 등이 공감하는 댓글을 달아두었군요. 본 코너는 대학과 관련, SNS에 남겨주신 여러 의견을 함께 실을 예정입니다. 뜨거운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선생일을 꽤 오래 했다. 학생들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도 활달하게 질문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학생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더욱 줄었다. 어떤 강의시간에는 마치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도 받는다. 침묵의 교실이다. 인문학에 정답은 없으며, 자기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말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별무소득이다. 그저 선생이 ‘정답’을 말해주길 바란다. 이렇게 대학은 고등학교화 돼간다. 

물론 학생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해서 표현하는 토론수업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정답’을 받아 적는 것이 최고의 공부법으로 알고 생활해온 결과다. 그나마 대학에 들어와서라도 그런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제는 취업준비로 그럴 시간이 없다. 질문과 토론이 사라진 대학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대학이 나올 수 있는지, 대학선생 15년을 넘어가는 나로서도 이해가 안간다.” 

오길영 충남대 교수(영어영문학과)가 지난 13일 털어놓은 고민이다. 대학 강의실이 고등학교 판서수업으로 변하고 질문과 토론이 사라진 ‘침묵의 교실’이 되고 있다. 여기에 조희정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과)도 비슷한 사례를 소개했다.

“제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토론에 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고 점수화시켜서 성적에도 반영하는데, 대체로 이런 방식에 만족하는 반면 이번 학기에 한 학생은 강의평가의 의견란에 ‘학생들이 생각을 나누는 수업은 의미가 없으니 교수님이 설명을 전적으로 다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썼더라고요. 그게 익숙한 방식이라서 선호할 수는 있는데, 그 틀에서 좀 빠져나오려고 노력해 볼 수는 없는 건지. 다음 학기에는 수업에 대해 그런 기대를 하는 학생은 학기 초에 수강신청 변경하라고 안내할 생각이에요.”

오길영 교수는 조희정 교수에게 이렇게 답글을 남겼다. “그래도 조선생 수업은 상황이 낫네요. 부럽군요.” 지금, 대학강의실엔 분명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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