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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 (삼성경제연구소 刊펴낸 남덕우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저자인터뷰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 (삼성경제연구소 刊펴낸 남덕우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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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07 10:07:56

경제자유구역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국가’로 만드는 범정부적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그 동안 정부안을 마련하는 데 핵심부 역할을 해온 남덕우 산학협동재단 이사장이 이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그린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삼성경제연구소 刊)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변화하는 세계환경 속에서 한국이 물류기지국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과 동북아국들의 발빠른 움직임 및 그 대처방안, 정부시안의 전략개념에 대한 검토 등 전반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도 많다. 당장 특구 지정으로 인한 노동조건 열악화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그 외에 자금동원 등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단계다. 남덕우 이사장에게 이런 우려에 대한 답변을 들어봤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칫 알맹이 없는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다. 해외자본의 사후관리가 안돼 이들이 이익만 빼먹고 빠지는 작전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남 이사장은 그럴 우려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물류 중심지를 개발하면 외국 기업에 각종 서비스(운송, 금융, 관광 등)를 팔게 돼 외화수입이 늘어납니다. 외국의 투자가 늘어나고 소득과 고용이 창출되고 수출이 늘어나면 국제수지 흑자 내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알맹이 없는 시스템이 될 우려는 없습니다.”

약간 원론적인 입장이다. 이 책은 사실 큰 틀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지만, 세부적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경제특구법도 ‘노사무분규, 주휴무급, 월차·생리휴가 폐지’를 포함하고 있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교육과 환경문제에 대한 고려도 없다는 지적이 만연해 있다. 하지만 남 이사장은 “그것은 일면적인 관찰”이라고 반발한다.

“만약 경제특구에서 강성 노사분쟁이 없고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서 그 결과 임금이 노사분규에 시달리는 특구 외의 기업에 비해 더 높아질 가능성은 없습니까? 저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교육도 부분 개방해 외국 대학을 불러들여 해외로 유출되는 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적 개방’에 대한 규정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우리 역사에서 정부나 기업이 과연 국민의 혈세나 노동착취 없이 경영돼 왔던가. 최근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으로 농민들 삶이 위협받는 걸 볼 때도 물류허브국의 필요조건인 개방화 정책과 기업환경 개선은 다소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등 동북아 각국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종합 경쟁력이 동아시아 5개지역 중 4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남 이사장은 여기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펼친다. “우리의 약점은 대부분 우리 자신이 만든 것이고 따라서 우리가 결심하면 고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패배의식을 갖지 말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패기가 필요합니다. 정치권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이번 사안은 여야 합심으로 이뤄진 것이라 ‘만약’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겠지만, 노른자위를 둘러싼 정쟁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남 이사장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남포, 원산, 청진, 나진 등의 항구는 중요한 물류기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의주에는 쓸만한 항구도 없고 공항도 없는데, 왜 그런 곳을 특구로 설정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편 이런 물류기지화를 위한 밑그림과 함께 남 이사장은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을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대만의 경우 지난 1995년 아시아지역의 제조, 금융, 해운, 항공, 정보통신, 미디어 등 각 부문에서 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로 경제특구 건설을 추진했다가 능력의 한계에 부딪힌 바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중국, 일본 등과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데, 얼마나 양국을 능가하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지는 불투명한 게 사실.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히든카드를 공개한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는 앞으로 이 땅에서 펼쳐질 거시적인 변화와 그것이 몰고 올 불안감까지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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