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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강조하면서 “대학 줄세우지 않고 자율혁신” 지원?
구조개혁 강조하면서 “대학 줄세우지 않고 자율혁신” 지원?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1.13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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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취임
▲ 이준식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3일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교육부

교육철학 부재, 부동산 투기의혹 등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자격 시비’에 휘말렸던 이준식 서울대 전 부총장(63세, 사진)이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신임장관)에 공식 취임했다. 이 신임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열고, 대학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한 기존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이어갈 것을 인사청문회(7일)에 이어 재확인했다. 

이 신임장관은 취임사에서 △정원 조정과 대학구조개혁 △산학협력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정책 △평생직업교육 활성화(선취업 후진학 체제) 등을 통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원 조정과 대학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대학이 사회수요에 부응하도록 할 것”이라며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나, 기초학문 발전과 같은 대학의 기본 책무에 소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취업 후진학 체제’에 대해서도 이 신임장관은 “평생직업교육을 활성화해서 교육이 학교 안과 학령기 학생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직업세계와 긴밀히 연계되도록 하겠다”며 “질 높은 직업교육을 받으며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고 직장에 다니는 성인이 원하는 시기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정부방침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가 대학개혁을 설명하면서 “다양한 대학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줄 세우기 보다는 각자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스스로 정립한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혁신을 이루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제한 대목은 눈에 띈다. 

이 발언이 비록 대학을 줄세우지 않고 자율적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례적인 취임사일지라도,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일률적으로 평가하고 정원 감축까지 강제해 온 기존 교육부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예컨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프라임·코어사업 등 교육부가 추진해 온 주요 재정지원정책에서 취업 중심의 ‘사회수요 맞춤형’ 평가지표 등 세부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신임장관은 서울대에서 학사(1976)·석사(1980)를 졸업하고, 열및물질전달 전공으로 1985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 박사를 했다. 같은 해 9월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서울대 정밀기계공동연구소장, 연구처장 겸 BK21 차세대 기계항공시스템 창의설계인력양성산업단장(2011), 연구부총장(2012~2014)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의장, 미래창조과학부 공과대학혁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다음은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교육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산적한 교육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어깨가 무겁지만 교육정책으로 국민행복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우리 교육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존경하는 황우여 부총리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교육에 있었습니다. 돈도 없고 자원도 없던 우리나라가 이뤄낸 지금의 성과는 사람에 투자하고 사람을 길러낸 교육의 힘으로 가능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가족 여러분들이야말로 어려운 환경에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셨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어 낸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에는애정과 함께 우려와 질책도 담겨 있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잘못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위기에 처하게 됨을 우리 국민들께서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우리나라의 교육이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할 때가 아니라는 엄중한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을 과도한 학업과 스펙 경쟁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데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하면 우리의 미래도 밝을 것이고, 좌절하고 불행해하면 우리의 미래도 어두울 것입니다.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스스로 창출하고 바른 인성으로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인재, 스스로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과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목표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복잡한 정책을 만들고, 만들어진 정책을 자주 바꾼다면 이 역시 우리 학생을 비롯한 국민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저는 교육부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동안의 정책을 꼼꼼히 보완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튼튼한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가는 심정으로 제 직분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인성, 창의성, 도전정신의 가치를 가장 존중하는 교육의 기본목표를 차근차근 이루어가고자 합니다. 

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목표와 과제들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정환경, 장애, 지역여건 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교육기회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 갈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누리과정을 포함한 유아교육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 학부모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생애 초기부터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진정한 축복이 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학생들이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개인이 가진 가치를 존중받고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창의성 교육을 강화해서, 학업성적만으로 평가받지 않고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생명존중과 안전 의식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 배려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초 생활습관을 내면화시키는 데 힘쓰겠습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하여 자라나는 세대가 균형 잡힌 역사인식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통해 사춘기 시절의 열정이 긍정적으로 발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통해 미래 진로를 탐색하는 학교교육이 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자유학기제가 전체 중학교로 전면 도입되는 첫 해인만큼 현장에 잘 정착하고 발전하여, 우리 교육 전체를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수업과 평가방법의 혁신을 통해 학교교육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선행학습의 근절, 학교교육에 충실한 입시, 사교육비 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학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새로운 사상과 학문을 창출하는 학문공동체일 뿐만 아니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개혁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다만 다양한 대학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줄 세우기 보다는 각자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스스로 정립한 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혁신을 이루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진단에 따른 정원 조정과 대학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대학이 사회수요에 부응하고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경쟁보다는 입학한 학생을 더 잘 가르치는 데 정성을 쏟고, 기초연구 내실화와 기업과의 활발한 산학협력을 통해 창조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여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나, 기초학문 발전과 같은 대학의 기본 책무에 소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의 젊은이들이 학비 부담 없이 마음껏 공부하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평생 직업교육을 활성화해서 교육이 학교 안과 학령기 학생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직업세계와 긴밀히 연계되도록 하겠습니다. 질 높은 직업교육을 받으며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고, 직장에 다니는 성인이 원하는 시기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선취업 후진학 체제를 확립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평생 동안 능력을 개발하고, 학벌이나 스펙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는 능력중심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계시민교육에 있어서는 국제사회와의 교육협력을 강화하고, 우리의 우수한 교육 경험을 많은 나라와 공유하여 세계와 소통하는 한국교육으로 도약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교육부가 사회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관련 부처와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올해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실행해온 개혁의 성과를 모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때입니다. 교육부는 정부의 4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의 성과가 현장에 뿌리내리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과제들은 원리와 원칙을 가지고 조정에 임하되, 항상 학교현장과 소통하여 최선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힘쓰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단시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개혁과제의 성공적 완수는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교육부 직원 여러분!

그동안 교육부 직원들의 열정과 헌신에 대해 많이 듣고 또 직접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부터 한 배를 타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밤낮없이 일하는 우리 직원 분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저는 항상 멀리 내다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조타수 역할을 하겠습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른 길로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6. 1. 13.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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