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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과학보다 효과적인 통찰 사고 훈련을 할 수 있다”
“시는 과학보다 효과적인 통찰 사고 훈련을 할 수 있다”
  • 교수신문
  • 승인 2016.01.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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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로 읽는 신간_ 『융합학문 상징학 Ⅰ원리편』·『융합학문 상징학 Ⅱ응용편』 변의수 지음|상징학연구소|2015

오늘날 창의성 계발 연구자들은 시·예술의 교육과 훈련이 창의성 함양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들은 창의성의 본질이 은유, 패턴, 모델화, 확산적 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 형식들의 본성은 ‘동일화’다. 동일화 정신작용의 사고는 통찰과 추론으로 대변된다.
과학의 경우 가설의 창출은 통찰을 사용하나, 보고서의 작성은 추론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시는 은유의 생성과 기호적 표현 모두 통찰을 사용한다. 다만 감상과 비평은 대체로 추론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시 창작이 과학적 가설 창출을 위한 학습보다 효과적인 통찰 사고 훈련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과학과 함께 시·예술 창작 수업이 교육현장에서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아울러 시·예술 창작 수업 역시 수학과 마찬가지로 본질적 원리에 따른 사고 훈련이 필요하다. 칸트는 과학과 달리 시는 천재의 산물이므로 시작법은 가르쳐지지 않고 배울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책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일반적인 정보처리 능력을 지닌 학생이라면 누구나 배움과 훈련에 의해서 좋은 시를 창작할 수 있다.
사고의 원리는 언급했듯이 매개를 사용해서 다른 대상들을 동일화하는 일이다. 시 창작의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은유는 통찰 사고로 이뤄진다. 그리고 상상력에 의해 우리의 의식에 투사된다. 시의 창작에 있어서 은유의 시문을 통찰하는 유비적 사고 능력의 함양은 필수적이다. 그러한 노력 없이는 시론과 수사학을 공부한 만큼의 시 창작이나 과학적 학습 사고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공부도 통찰 훈련의 일부이기는 하기 때문이다.

2002년에 미국에서부터 시행된 나노공학·생명공학·정보과학·인지과학을 중심으로 한 융합과학기술정책(NBIC)의 핵심 분야는 말할 것도 없이 인간 지능의 원리를 탐구하는 인지과학 분야라 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의 본성과 원리에 관한 연구는 미래 전략산업을 창출하는 핵심 분야이다.
오늘날 우리 대학에서는 문·사·철의 인문학이 마른 나무처럼 밑동에서부터 잘려 나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본질적 차원에서 철학은 앎에 관한 인식론을 형성해왔다. 아울러 지식인 인간에게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를 고찰하는 존재론적 사유를 구축해왔다. 상징학의 궁극의 목적 역시 형식을 통해서 의미를 구현하는 동일화 사고 능력의 함양에 있다.

동일화의 ‘형식’은 칸트나 카리서 등이 구축해온 인식론이나 논리학과 같은 사고의 형식이자 규칙을 포함한다. ‘의미’란, 소크라테스로부터 비트겐슈타인 등에까지 이르는 애지자들이 그러했듯, 사고의 방법론을 통해 체현하는 삶에 관한 지혜다. 동일화를 본성으로 하는 우리의 사고 즉 상징 행위는 궁극적으로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의 문제로 귀결되고 수렴된다.
상징학은 인간의 문화를 창조하고 표현하는 제 학술·예술·기술에 기초이론을 제공하는 메타 학문이자 법 융합학문이다. 이러한 상징학의 정립은 현재 쓰러져가는 인문학을 다시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필자는 ‘상징학’이 사고에 관한 단편적 차원의 논의를 넘어 하나의 통일된 체계의 학문으로서 자리매김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대학에 상징학과나 상징학부가 설치돼 상징학이 연구되기를 희망한다.
 
저자 변의수는 시인이다.  『먼 나라 추억의 도시』, 『달이 뜨면 나무는 오르가슴이다』 등의 시집과, 『비의식의 상징, 상징과 기호, 침입과 항쟁』 등의 시론집을 냈으며, 『신이 부른 예술가들』 등의 평론집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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