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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자
[딸깍발이]-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이자
  • 교수신문
  • 승인 2001.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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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16 16:03:32
한영희 / 운영위원·안양대

우리는 흔히 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많다. 어릴 적부터 큰 목소리로 울어대야 어른들은 귀찮아서도 어린애의 욕구를 들어준다. 소위 때를 쓰면 들어주는 것이다. 그 때 쓰는 소리가 합리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침착하게 따져보기 보다는 우선 큰소리로 때 쓰는 것부터 막아 보자는 게 우선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무엇을 요구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복잡한 거리의 러시아워 속에서 달리는 차들도 자기가 먼저 가겠다고 아우성이며, 그 속에서 조그마한 접촉사고라도 나면 서로 잘 잘못을 합리성 있게 따져서 조용히 해결하기보다는 우선 차에서 내리자마자 큰 목소리로, 그것도 욕설까지 하면서 덤벼드는 쪽이 이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것뿐인가 서로 양보하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자그마한 동네 일에서부터, 요즘 흔하게 신문지상을 수놓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가 처리되는 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큰 목소리뿐이다. 잘못된 원인을 규명해서 침착하고, 조리 있게 하나하나 따져서 조용히 상대방을 설득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큰 목소리가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에서 의원들은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합리성 있게 논의하기보다 서로 멱살까지 쥐고 아우성이며,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서 이해시키는 것 보다, 자기들 편리대로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사회의 모든 계층은 계층대로 큰 목소리로 자기들의 욕구를 토해 내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는 일반국민들은 교통지옥에 빠진 것처럼, 국가적 무질서의 혼란 속에서 질서의식이 상실된 고아가 되어 방향감각을 상실해서 헤매게 된다.
원래 힘없는 국민의 목소리는 작은 것이다. 그러나 그 작은 목소리에는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들이 담겨져 있다. 국민 저변에 흐르는 그 조그마한 목소리를 소중히 들어야 된다. 큰 뚝도 조그마한 구멍으로 물줄기가 새어나가기 시작해서 무너지는 것이다. 목소리 큰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작은 목소리들이 강하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할 때는 이미 때는 늦어버린 것이다.
내일이면 늦으리. 늦기 전에 민초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2001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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