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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정책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읽어…30년 교육경력 무색
교육부 정책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읽어…30년 교육경력 무색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01.07 2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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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7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감한 대학구조개혁정책 지속 추진, 학사구조 개편도 유지”
자기철학 없이 정부 눈치만…답답한 여야의원들 “자격 의문”

“꿈과 끼를 키워주는 행복교육 실현, 선취업 후진학 체제 확립, 과감한 (대학)구조개혁….”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째를 맞는 올해, 3번째 교육부장관 후보자인 이준식 서울대 교수(63세·기계항공공학부, 사진)가 제시한 교육정책이다. 지난 2012년 말 박근혜 대선후보 인수위 공약 그대로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것’ 이상은 없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8분여 동안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운데)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 국회방송

“학령인구의 급감과 인력수급의 미스매치 해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정부는 (대학의) 정원 감축 등 과감한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대학의 여건과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교육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이 후보자는 정원 감축을 포함한 대학구조개혁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명확히 했다. 이를 포함, 이 후보자가 제시한 교육정책은 근속년수 30년의 서울대 연구부총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의장, 미래창조과학부 공과대학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낸 경력이 무색할 정도였다. 기존 교육부 정책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전달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고 정책검증에 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지만 이 후보자의 모두발언을 구체화할만한 답변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한 야당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해 “교육 관련 칼럼이나 기고문 하나 찾지 못했다. 교육철학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장관에 취임하려 한다면, 최소한 청문회를 통해 이런 것(교육철학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켜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한 대학관계자는 “미래부 위원장 출신의 답변이었음에도 교육의 미래를 짐작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대학 입시 △대학구조개혁정책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와 대학자율성 △사법시험 존치 여부 △중앙대 안성캠퍼스 이전 비리 의혹 등 각종 고등교육정책 현안에 관한 질문을 받았지만, 어떤 질문에서도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간 정부가 견지해온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읊조리는 데 그쳤다. 

정책검증 질문에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정부안에 대한 설명을 반복하자 오히려 여야 의원들이 “후보자로서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마음은 이해한다”며 다독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보단 도덕성 검증 위주로 진행됐다. 

이조차 이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군생활 특혜, 자녀의 국적포기 등 각종 의혹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언론을 통해 큰 논란을 일으켜 온 의혹들에 대해 기초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책임있는 답변도 내놓지 않아 스스로 의혹을 더 키웠다. 이 후보자는 의혹에 대한 해명 대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송구하다”는 답변을 준비해왔다.

결국 질의를 하던 야당 의원들은 “교육부장관 후보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고, 한 여당 의원도 “(각종 교육정책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교육이 바로 서는 것”이라며 “(예컨대) 차녀가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의식의 문제로, 어떤 이유로든 잘못된 일이니 (둘러대지 말고) 명확하게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무색무취했던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국회는 인사청문회 이튿날인 8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이 후보자의 답변은 대부분 단답식이었지만, 이를 통해 그의 교육철학과 고등교육정책의 밑그림을 미루어 짐작해보자. 

△자연계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쉬운 수능’ 탓이라는 분석이 있다. 수능 난이도, 어떻게 가져갈 생각인가?(유재중 새누리당 의원)

“우선 대학입시에서 대학의 자율권은 존중돼야 한다. 수능은 현재 (교육부의) 기조를 유지하는 게 바른 방향이다. 대신 대학에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대학들은 학생 선발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데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많은 역사학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정책에 반대했고, 2013년 UN이 채택한 역사교육지침도 ‘교과서 선택은 특정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필요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라고 단일한 역사교과서에 반대하고 나섰는데, 우리 정부는 왜 이걸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박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사교과서는 편향성 시비로 인해 논란이 됐다. 균형잡힌 시각이라는 건 역사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역사적 사실에 따라 모두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와 학문자유는 다른 문제다. (국정화를 비판한) 유엔의 입장은 교과서가 정치적 이념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뜻인데, 각국마다 처한 위치가 다르다. 단일한 역사교과서가 필요한 경우, 특수성에 대한 불가피함에 대한 언급이 (UN에서는) 없었다.”

△‘평생학습’ 효과 측면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교육부는 최근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대학구조개혁정책에 따라) 2017년 대다수 대학이 정원을 줄일 계획인데, 일부 대학에선 줄어든 정원만큼 평생학습자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말씀하신 방향으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신입생 정원조정분을)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정원으로 인정해줄 예정이다.”

△(사법시험 존치 주장 등으로) 로스쿨이 시끄럽게 된 원인은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보나?(박창식 새누리당 의원)

“교육부 단독으로 처리할 부분이 아니다. 법무부와 상의해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겠다. 미비한 점이 있어서 점진적으로 보완해가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중앙대 안성캠퍼스 정원을 서울캠퍼스로 옮긴다는 데 따른) 문제의 핵심은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 지방대에 정부가 지원을 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늘린 정원을 서울로 옮기는 건 국가교육정책에 반하는 것이다. 어떻게 시정하겠나?(김학용 새누리당 의원)

“1월에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감사를 통해 중앙대에 비리가 포착되면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서 심도있게 처리하도록 하겠다.”

△대통령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역사교과서 국정화정책의 경우 대다수 교육전문가와 전직 교육부장관까지 잘못이라고 지적하지만 대통령이 밀어붙였다. 이럴 때 국무회의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견을 말씀드리고 수정하도록 할 것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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