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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호 새로나온 책
제81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01.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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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잡지는 근대의 역사, 문학, 사회사, 정치사, 사상사, 언론사를 포함해 모든 분야 연구에 활용된다.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색인화하고 연표로 만든 사람은 언론에 담긴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지도 제작에 해당하는 지난한 작업을 수행했다. 신문, 잡지, 출판물은 시대의 산물이다. 초창기의 신문과 잡지는 개화, 자주, 계몽이라는 국가적인 거대 목표를 추구하는 사명을 띠고 있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과 근대화라는 당면 과제를 안고 탄압과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힘겨운 투쟁을 전개했다. 식민지 시기와 광복 후에는 정치상황의 변천에 따라 시류에 영합해 민족을 배신하는 내용의 신문과 잡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친일 반민족인 간행물이라도 역사의 기록으로 보존하고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한다는 점에서 귀중하다.”
- 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 『책 잡지 신문 자료의 수호자』(소명출판, 2015.12) 중에서

■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 의식세계에 개입하는 과학과 새로운 인문학적 사유, 서요성 지음, 산지니, 384쪽, 28,000원

의식의 요람이라 불리는 뇌, 그리고 의식의 지향점인 정신. 이 둘은 어떻게 연결돼 있는 것일까? 인간을 동물과 구별해주는 결정적 요소로 여겨져 온 정신은 신경세포들의 전기화학적 활동만으로 설명되는가? 이러한 근원적 질문에 도전하면서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물질과 정신의 긴장된 관계 속에서 축적된 여러 담론을 융합한다. 현대 뇌과학은 물론 플라톤, 데카르트, 헤겔, 스피노자 철학, 그리고 고전문학과 영화 「매트릭스」까지 넘나들며 뇌와 정신에 대한 세기에 걸친 사유를 독자의 삶 가까이로 끌어오는 작업이다. 뇌과학 연구를 풀어쓰는 데 그치지 않고 학문의 역사적 변화를 추적하며, 정신에 대한 철학 이론을 과학적 발견과 연관해 새롭게 해석한다. 그런 저자가 역설하는 것은 철학적 망설임과 과학적 실증을 아우르는 새로운 뇌 연구의 필요성이다.

■ 강남은 어디인가: 청나라 황제의 강남 지식인 길들이기, 양녠췬 지음, 명청문화연구회 옮김, 글항아리, 804쪽, 36,000원

‘江南’은 어디인가. 얼핏 이 제목은 이 책이 명청대 문화를 주도했던 중국 강남 지역, 즉 창장長江 강 이남의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닐까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큰 착각이다. 일반인들의 인상 속에 박힌 지리적 개념의 ‘강남’이 아니라, 강남 士人과 청초 제왕들이 각자 생각하는 상상 속의 ‘강남’의 이미지이며, 그것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정통성과 합법성의 근거를 마련해줄 ‘강남’ 사대부 전통의 핵심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즉 이 책은 청 왕조의 ‘정통관’ 수립의 복잡한 배경과 내용을 탐색하면서 ‘道統’의 담지자였던 강남 사인들이 청나라 황제와 도통의 주도권 쟁탈과정에서 어떻게 ‘大一統’의 협조자로 변모하게 됐는지를 고찰한 흥미롭고 논쟁적인 연구서다. 저자의 방대하면서 집요한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청대사, 더 나아가 중국의 역사를 분석할 새로운 연구 틀(framework)의 구축이다. 또한 서양 역사학의 용어를 빌려 중국 역사를 기술하는 것의 한계를 인식하고 중국 전통 속에서 개념을 끌어내 해석하려는 노력도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 기록시스템 1800·1900, 프리드리히 키틀러 지음, 윤원화 옮김, 문학동네, 816쪽, 43,000원

문학-미디어 연구의 새로운 창을 열어젖힌 혁명적 저작, 말 만드는 자들과 기술로 운신하는 자들의 좌표를 내리긋는 “미디어 이론의 고전”(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동시대 그 어떤 학자보다 미디어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인물”(가디언)이자 “독일정신사에서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창적 학자”(디 차이트) 프리드리히 키틀러(1943~2011)의 대표작이 독일에서 출간된 지 30년 만에 번역 출간됐다. 방대한 문헌을 가로지르는 눈부신 사유와 문장들 덕분에, 관련 미디어 연구가들과 번역가들이 숱하게 번역상의 난해함을 지적해왔던 고전 중의 고전이다. 키틀러의 중기 사유가 담겨 있는 베를린 훔볼트대 강의록 『광학적 미디어』를 번역했던 시각문화, 미디어, 미술 관련 번역가이자 연구자 윤원화가 키틀러의 사유를 특징짓는 ‘불연속의 연쇄’를 촘촘히 뜯어 번역했다. 유럽 최고의 미디어학자이자 이단적 문학자의 사상적 출발점을 원전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는 첫 기회이기도 하다.

■ 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교과서 국정화의 역사와 현 단계 쟁점 읽기, 김한종 지음, 책과함께, 264족, 10,000원

이 책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역사적 배경과 쟁점들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15년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역사 교과서를 두고 펼쳐진 역사인식 통제의 역사를 분석했다. 근대 교육이 성립된 이후로 교과서 발행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다른 나라의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가 어떠한지, 유엔의 역사 교과서 권고안의 내용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 걸맞은 역사 교과서의 모습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 교과서는 역사학자와 역사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한 가지다. 그 바탕에는 역사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사고는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규범이나 행동 양식, 진술 등에 의문을 가지거나 회의적으로 보는 생각이다.

■ 젠더 허물기, 주디스 버틀러 지음, 조현준 옮김, 문학과지성사, 431쪽, 25,000원

주디스 버틀러가 퀴어, 여성, 유대인, 철학자로 스스로를 전면화하고 개인의 역사를 드러내며 써 내려간 저작. 1999년에서 2004년 사이에 쓴 글을 모아 엮었다. 페미니즘 이론의 고전이 된 『젠더 트러블』에서 선보인 수행성 개념 등 초기 이론을 이어받아 윤리적 폭력 비판, 사회 소수자들의 공동체, 정체성과 보편성 문제 등 정치윤리적 사유로 나아가는 후기 이론의 출발점이 됐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라는 규범적 젠더 개념을 허물고, 개별적이고 단독적 주체인 ‘나’ 대신 ‘우리’라는 주체를 호명해낸다. 또한 차이를 수용하는 올바른 방식으로서 끊임없이 문화 번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수자들의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슬픔, 애도의 정치학을 구사하는 버틀러의 날카롭고 급진적인 논제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대화, 비평과 생각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중국관내 한국독립운동가의 삶과 투쟁, 최기영 지음, 일조각, 413쪽, 33,000원

저자는 중국 관내(만주 지역을 제외한 중국 본토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이들, 특히 그 활동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정리해 그들의 궤적을 드러내는 데 진력해 왔다. 그는 독립운동사를 연구할수록 후대의 연구자들이 그들을 바로 드러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일반은 물론이고 학계에서조차 묻혀 버린 독립운동가들에게 그들이 독립운동사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찾아 주는 것이 역사학자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도리를 지키고자 10여 년간 분주히 쌓아 온 결과물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신채호나 이회영, 변영만같이 널리 알려진 이들뿐만 아니라 이복원, 이두산, 이상정처럼 그 활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들, 유기석과 김학무처럼 연구자들에게는 익숙하지만 개인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던 독립운동가들을 아울러서 살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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