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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굵직한 현안마다 교수들이 안 보였다
2015년 굵직한 현안마다 교수들이 안 보였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2.28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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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비리·불공정평가에도 침묵…이대론 안된다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수하겠다.”

지난 8월 교육부의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며 대학본부에서 투신한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유서에 남긴 말이다. 그의 투신은 비정한 대학사회를 향한 마지막 절규였다. 이것은 비단 총장선출제도의 합리성에 대한 외침만은 아니었다. 대학구조조정정책, 교수업적평가, 취업알선 등 나날이 날아드는 정량위주의 비교육적 정책에 대한 항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교수의 유지를 이어받은 교수들은 총장직선제를 사수하겠다면서도 ‘교수직선제’를 고수하는 우를 범했다. 이달 중순, 교육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직선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올 한해 대학가는 어느 때보다 굵직한 교육정책과 사건사고로 뜨거웠지만, 교수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고 교수 투신의 영향으로 전국 교수 1천여명이 국회 앞에 집결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을진 몰라도, 엄밀히 말해 이들은 비전임 교수와 학생, 사회활동가들을 포함한 수치다. 같은 시각, 대다수의 전임교수들은 대학교육의 책임자라고 자임하면서도 위로부터 떨어질 ‘오더’(명령)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안타깝게도 올해 교수사회가 보여준 적나라한 현실이었다.

교수사회가 점점 무기력해지고 자신들을 평가하는 일에도 수수방관하다 보니 ‘큰돈’이 오가는 재정지원정책도 로비 의혹에 휩쓸려 가고 있다. 올해 중순, 에이스사업 추가 선정에서 기존의 중간평가 우수대학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이 나왔다. 특히 에이스사업은 초기부터 선정과정에 ‘특례선발 대학’이 있다는 이른바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4년간 1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이라니 시비가 없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탈락한 대학이 흔히 하는 “다음에 더 준비하겠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한 국립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말은 “우리가 너무 순진했다. 다음 번엔 우리도 뒤로 손을 써야겠다”는 것이다. 대학총장이 교육부의 평가결과에 항의하자 “당신 대학엔 교육부 출신이 없느냐”며 로비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까지 매체를 통해 보도된 한해였다. 실제로 교육부의 한 대변인이 대학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들통나 쫓겨나기도 했다.

교수들의 수수방관적 태도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처음으로 등급제를 실시한 이번 평가는 이 평가를 설계하고 도입한 지난 정부의 교육부장관조차 “평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비판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 

문제는 평가결과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교육부가 “하버드, 옥스퍼드 등 세계적인 대학과 경쟁해야 하니(최상위권 대학은)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면서 제시한 ‘A등급’ 대학 34곳 중 과연 몇 개 대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같은 평가에서 ‘하위 15%’에 속했던 대학이 1년만에 A등급이 되어 돌아왔고, 부정·비리대학을 엄단하겠다더니 부정·비리를 감싸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수들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명맥을 겨우 이어가고 있는 몇몇 교수단체들만이 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교수신문>도 지난 9월 이런 교수사회의 침묵현상을 꼬집으며 ‘교수들은 왜 침묵하는가’라는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당시 대다수의 교수들은 “성명도 내고, 집단행동도 해봤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이젠 교수들이 처리할 업무도 많아져 솔직히 다른 활동에 관심 둘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경북의 한 사립대 교수는 “이대로 가다간 교수·대학·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의 자정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교수들이 무기력에 빠져 월급봉투만 들여다보고 있다가는 더 큰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늘 그래왔듯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할 시간은 짧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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