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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호 새로나온 책
제81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12.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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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사 연구는 대체로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사회적·정치적 기본개념들, 곧 그 시에게 중요한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매개하고 재현한 개념들을 다뤄왔다. 그런데 어떤 개념이 그와 같은 ‘기본’ 개념에 속하는가 하는 판단은 그 판단의 주체가 살아가는 시대에 어떤 개념들이 현재적 중요성을 갖는가와 맞닿아 있는 문제다. 따라서 개념사는 오늘날의 정치적·사회적 담론과 논쟁에서 중심적 위치는 차지하는 개념들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으며, 그런 개념들이 개념사 서술에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더 의식할 필요가 있다. 개념비평은 개념의 역사적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사회사를 서술하는 개념사가 현재의 개념지향을 의식하고 문제화해야 한다는, 곧 분명한 비평적 관점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축한다.”
- 황정아 한림대 HK교수, 『개념비평 인문학』(창비, 2015.12) 중에서

■ 모든 것의 역사: 마음과 세계는 어떻게 태어나고 어디로 진화하는가, 켄 윌버 지음, 조효남 옮김, 김영사, 664쪽, 22,000원

통합심리학자인 저자는 근대 이후 20세기가 물질 중심의 과학주의로 인간의 정신세계를 소외시키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으며, 물질과 세계와 주체를 분리된 것으로 규정해 인류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축소시켰다고 비판한다. 현대 사회가 물질적 풍요를 이뤘음에도 우리가 불행한 것은 그 때문이며, 이는 그러한 소외와 분리로 인해 자기 존재에 대한 정체성의 경계를 넘지 못한 데서 기인한 병리적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전통지혜인 ‘영원의 철학’의 개념을 받아들여 인간이 결국 도달해야 하는 지점으로 ‘영성(Spirituality)’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영성’이란 무엇이고 ‘영(Spirit)’이란 무엇일까. 저자가 ‘모든 것’이 출현하고 진화해온 역사를 통해 드러내려는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온우주(kosmos)’라는 저자의 개념설명에 주목해보자. 이는 피타고라스학파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물질권·생물권·정신권·신성의 영역을 모두 포괄하는 전체우주’를 뜻한다. 책 제목은 바로 이 ‘온우주’의 역사를 말한다.

■ 상징의 미학, 오타베 다네히사 지음, 이혜진 옮김, 돌베개, 468쪽, 22,000원

이 책은 ‘상징’ 개념의 변용 양상을 분석해 근대 미학의 형성 원리를 탐사한다. 저자는 ‘상징’ 개념이 논의되는 방대한 철학 원전을 치밀하게 분석해, ‘상징’ 개념이 학파나 이론가들 사이에서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고 변용됐음을 논증한다. ‘상징’ 개념이 변용되는 역사적 맥락을 꿰뚫어 근대 미학사의 단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로써 근대 미학이 단일하고 목적론적이지 않고 매우 다양하고 이질적인 담론이었음을 제기한다. 저자는 일본의 미학자로서,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등에 능숙한데, 이를 토대로 철학 원전들을 면밀하게 비교 분석함으로써 서양 근대 미학사의 담론을 재구성했다. 『상징의 미학』은 『예술의 역설』, 『예술의 조건』과 함께 저자의 근대 미학 3부작으로서, 일본에서는 가장 먼저 출간된 책이다. 한국에서는 세 책 모두 돌베개에서 번역, 출간됐다.

■ 음식과 성: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로널드 르블랑 지음, 조주관 옮김, 그린비, 464쪽, 25,000원

이 책은 ‘음식’과 ‘성’에 대한 욕망과 죄의식을 중심으로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이 지닌 대조적인 측면을 드러냄으로써 두 대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19세기 이후의 러시아 문학, 나아가 전 세계의 문학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두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의 작품에서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만큼이나 음식과 성에 대한 관심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읽어냈다. ‘음식’과 ‘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 식욕과 성욕은 사회적·문화적·생물학적으로 밀접히 연결돼 있다. 식욕과 성욕을 이성에 의해 통제돼야 하는 비천한 ‘욕망’으로 봤던 고대 그리스와 중세를 거쳐 현대의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이르기까지 이 둘은 동일선상에 놓여 왔으며, 일상생활이나 문학작품에서도 성적 행위는 흔히 먹는 행위로 표현돼 왔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이 책은 두 거장의 작품 속에 그려진 식욕과 성욕의 이면을 분석한다.

■ 중국, 새로운 패러다임: 18인 석학에게 묻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엮음, 강광문 외 지음, 한울, 536쪽, 32,000원

한국고등교육재단은 2013년부터 중국 유수 대학 및 학자들과 학술교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지식인들이 중국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CHINA Lecture Series라는 대중강연을 기획해 중국 이해의 대중적 저변을 넓혀 왔는데, 이 강연들을 책 한 권으로 모았다. 크게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역사 4개의 주제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비롯한 동아시아 정책, 나아가 세계전략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강대국화에 대해 전망한다. 제2부에서는 중국 경제의 흐름을 진단하고 향후 중국 경제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한중 FTA가 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예측하고 있다. 제3부 에서는 인류학, 언론학, 법학, 사회학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중국 사회의 생생한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 제4부에서는 현재 중국의 굴기가 있기까지 어떠한 역사적 과정을 거쳤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 중세 Ⅱ 1000-1200: 성당, 기사, 도시의 시대, 움베르토 에코 기획, 윤종태 옮김, 감수 차용구·박승찬, 시공사, 972쪽, 80,000원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 1권의 전체 서문에서 중세에 대한 오해들 중 첫 번째로 “중세는 한 세기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로마 제국이 몰락한 476년부터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1492년까지 천 년에 달하는 이 시기는 ‘암흑기’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천 년간 중세는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세의 유산들은 100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전 4권의 둘째 권인 이 책에서는 11~12세기 중세적 변화를 꼼꼼하게 추적했다. 인구가 증가했으며, 이들이 경작지를 늘였고, 이로써 상업과 교통, 항해 도구가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농기구와 농업기술도 발달하게 됐다. 이러한 기본적인 변화는 도시의 확장과 기사들의 동방 진출에 자극을 미쳤다. ‘첫 번째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정도의 많은 물질적 변화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철학의 부흥을 가져왔다.

■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607쪽, 33,000원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하버드대와 MIT 물리학과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종신 교수직을 획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이 중첩되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물리학자들이 꿈꾸는 미래의 물리학이 어떤 것인지, 바로 그 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세계 최정상급 여성 물리학자의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전작 『숨겨진 우주』에서 비틀린 시공간 기하를 이용해 숨겨져 있는 차원과 우리 우주의 3차원 세계를 연결했듯이, 이번에는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을 연결 짓는다. 입자 물리학에서 우주론까지의 현란한 도약과 융합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물음에 답하면서 저자는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종교와 갈등을 빚어 가면서까지 연구를 계속했던 갈릴레오를 불러 내며 물리학과 과학의 가치, 역사, 기초를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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