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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회의 거꾸로 가는 모습들
대학사회의 거꾸로 가는 모습들
  •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무역학
  • 승인 2015.12.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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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무역학
▲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

요즘 많은 대학 구성원들이 우리 대학사회가 여러 가지로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잘하고 있는 대목도 있지만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잃고 무기력하고 비겁한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70년대 일본에서도 큰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지만 우리 대학들은 1990년대부터 팽창주의에 눈이 멀었다. 출산율이 갈수록 감소됨에 따라 오히려 대학입학 정원을 과감히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예측했으면서도 대학 특히 사립대학들은 장사 속에 빠져 정원 늘이기 경쟁을 해 왔고, 비싼 등록금 받아다가 연구실험시설보다는 캠퍼스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건물신축공사만 줄기차게 해 왔다. 그러다보니 요즘 퇴출위기를 맞은 대학들이 수십 개에 이르게 된 것 아닌가.

최근에는 총장직선제 문제로 대학이 다시 한 번 수모를 당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약간씩은 다르겠지만 모든 대학에서 대학 구성원의 80% 정도는 총장직선제를 선호하고 있다. 직선제의 폐해도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지성과 민주주의 상징인 대학에서만은 총장을 교수 등 구성원들이 직접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불합리 투성이인 선거인단 몇 십 명을 로또처럼 뽑아서 그들이 총장을 간접 선거한다는 것은 이 시대 대학사회의 대희극이다. 이미 버틸 힘이 없는 일부 국립대학이나 사립대학들이 간선제로 돌아섰지만 최근 부산대 등 일부 국립대학들은 총장직선제를 외치던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숭고한 죽음을 계기로 총장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거나 현재 추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에 맞서 총장직선제를 채택하는 대학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모든 재정지원을 중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교육부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만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권고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굳이 대학을 손안에 넣고 장악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대학 구성원들을 길들이기 대상이나 어린아이로 보고 있는 것에 구역질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시에 다수의 뜻있는 대학구성원들을 만나보면 얼마 전 고현철 교수의 죽음을 헛되이 여긴다면 지식인으로서 그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시간강사 처우문제도 대학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지난 몇 해 전 어느 시간강사의 자살을 계기로 2011년 정치권과 정부가 강사법을 제정했지만 최근 3번째로 시행이 유보되는 것을 보면서 실로 안타까움과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대다수 시간강사들은 전임교수보다 실력이 앞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에서는 전임교수들이 강의기회를 줘야만 목에 풀칠할 수 있는 파리 목숨과 같이 지낸다. 그것도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의 수입보다도 적은 강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의 당면문제로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정말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열의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머리를 맞대면 왜 최선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겠는가.

노교수 입장에서 부디 우리 대학사회가 정부의 권력이나 정치권의 무능 때문에 창피하게 수모를 당하거나 대학 스스로 무기력해지지 말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대학이 제대로 가야 나라가 살기 때문이다.

윤충원 전북대 명예교수·무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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