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2-07 19:46 (화)
올망졸망 달린 너는 꼭 푸른 머루 같구나
올망졸망 달린 너는 꼭 푸른 머루 같구나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5.12.28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44. 청미래덩굴(명감나무)
<사진출처:다음블로그(blog.daum.net/teriouswoon)>

청미래덩굴(명감나무) 잎은 예로부터 상하기 쉬운 음식을 간수하거나 싸는 데 쓰였다. 아마도 망개떡을 들어봤을 것이요, 먹어본 이도 더러 있을 터다. 망개떡은 멥쌀가루를 쪄서 치대어 去皮한 팥소를 넣고, 반달이나 사각모양으로 빚어, 두 장의 어린 망개나무 잎새에 넣어 찐 것이다. 경남 의령지역의 전통식품으로 전국적으로 이름났으니, 떡에 잎의 풋풋한 향이 밸 뿐더러 잘 변하거나 썩지 않는다. 이는 송편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솔잎을 깔고 떡을 찌면 솔향기도 향이려니와 쉬 상하지 않는다. 이렇듯 조상의 슬기를 아무리 과찬해도 모자란다 하겠다.

자고이래로 우리나라와 왕래가 하고많았던 일본 칸사이(關西)지방에서는 떡갈나무잎 대신 청미래덩굴 잎으로 떡을 싸는 習俗이 있다한다. 일본사람들의 그런 風俗은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렷다. 그렇다. 얼마 전에 북한산 망개나무 잎이 중국산으로 둔갑 변신돼 일본으로 수출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청미래덩굴(Smilax china)은 잎맥이 나란히 나는 외떡잎(單子葉)식물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낙엽덩굴성 목본식물이다. 백합과는 모두 草本이지만 청미래덩굴 속(屬)의 것들은 木本이다. 청미래덩굴은 양지바른 산자락에 많고, 둥근 열매가 빨갛게 익으며 그것을 鄕名으로 명감 또는 망개라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일본·중국·대만·필리핀·인도차이나(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에 자생한다. 우리나라 중남부지방에 자생하며, 필자가 사는 춘천 근방만 해도 이것은 보기 어렵고, 대신 같은 속의 밀나물(S. riparia var. ussuriensis)은 내 밭가에도 지천으로 난다. 초봄에 나물이나 국거리로 쓰려고 밀나물 새순 따느라 사람들 손길이 바쁘다.

청미래덩굴은 양지바른 산자락에 많고, 둥근 열매가 빨갛게 익으며 그것을 鄕名으로 명감 또는 망개라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일본·중국·대만·필리핀·인도차이나(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에 자생한다.

잎은 큰 것은 길이 10㎝ 정도로 어긋나고(互生), 원형에 가까우며, 질긴 것이 두껍고, 앞면은 반질반질 윤기가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자루는 짧고, 잎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며, 기부에 잎맥 예닐곱 개가 뚜렷하고, 잎자루(葉柄) 밑에는 턱잎(托葉)이 변한 한 쌍의 덩굴손이 난다.
 
줄기는 3m 정도로 뻗고, 반복해서 2갈래로 갈라진다.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고 이웃나무를 버팀목 삼아 기대어 덩굴손으로 감아 올라간다. 야문 줄기는 마디마다 굽으며, 군데군데 돋은 독특한 갈고리 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난다. 가시는 약간 아래쪽으로 향해있어 다른 나무에 척 걸치게끔 됐다. 그렇게 사방팔방으로 가지를 키워나가 한참 나대던 소도 거치적거리는 거센 맹개 덤불밭 가까이 가기를 꺼린다. 빽빽하게 얽히고설키어 다른 동물들이 얼씬도 못하기에 겨울 꿩이나 산토끼가 깃들고, 보금자리를 튼다.

햇가지는 녹색을 띠지만 점차 적자색이 되며 더 묵으면 말라빠지면서 적갈색이 된다. 어느새 뭉실뭉실 자라 숲길 양편을 가로질러 걸터앉았다. 이놈들이 대드는 날에는 무진 애를 먹는다. 얼굴이나 손에 생채기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남루한 옷자락에 치덕치덕 걸리는 날에는 힘센 가시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니 쩔쩔 맨다. 아무리 용을 써도 앙상하고 검질긴 버거운 놈들을 맨손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낫이 없었다면 속절없이 사력을 다해 몸부림치다가 기어코 옴팡 당하기만 하고 진이 다 빠져 원한의 복수를 하지 못할 뻔 했다.

이 식물은 암수꽃이 딴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雌雄異株)다. 꽃은 5월에 잎과 함께 생겨나고, 우산살처럼 갈라진 꽃대가 나오며, 노란 암꽃은 암술이 1개이고, 수꽃은 수술이 6개로 노란 꽃가루가 나온다. 명감나무(chinese smilax) 풋열매는 연한 녹색으로 올망졸망 모여 달리는데 그것이 ‘푸른 머루 같다’ 하여 청미래덩굴이라 부른다고 한다. 열매 하나하나에는 황갈색 씨앗 5개씩 들었다.

이 나무 또한 나의 어린 시절의 해묵은 추억이 그득히 담겼다. 우리 시골 뒷산에도 가는 곳곳마다 녀석들이 즐비하니, 구슬모양의 뭉쳐난 눈부시게 새빨간 열매송이를 줄기째 꺾어다 꽃꽂이나 벽에 달아 놓아 집치장을 한다. 억센 줄기에 앙칼스런 가시와 보석 같은 빨간 열매가 고상하고 우아한 멋을 잔뜩 풍긴다.

바로 요맘때다. 지금 생각하면 궁상맞다 하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무들과 시시덕거리며 물리도록 맹감열매를 따먹는다. 파삭파삭한 것이 단맛이 나며, 속살은 먹고 씨는 폐 뱉는다. 실은 그 열매는 산새들의 겨울양식이었던 것으로 열매를 먹은 산새는 소화되지 않는 씨앗을 똥으로 산지사방 퍼뜨려주니 세상에 공짜 없는 법. 또 네발나비 일종인 청띠신선나비(Kaniska canace)유충이 잎을 먹는다.

청미래덩굴의 뿌리를 달여서 약용한다. 뿌리는 주판알 꼴을 하고, 뿌리껍질은 붉은 갈색이며, 산귀래(山歸來) 또는 토복령(土茯?)이라한다. 한방에서는 간질환·신장병·이뇨·설사·이질 등의 치료약으로 쓴다고 한다. 또한 이른 봄 보들보들하고 연분홍색의 새순을 따서 나물로 먹으며, 중국에서는 부침개를 해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불을 때도 연기가 나지 않고, 비에도 젖지 않아서 도망 다니거나 숨어 살적에 땔감으로 썼다한다. 세상에 쓸모 없이 태어난 것은 없다더니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