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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학 연세대 신임총장 “에이스사업 도전하겠다 … ‘재정 도움’ 정부사업 마다할 이유 없어”
김용학 연세대 신임총장 “에이스사업 도전하겠다 … ‘재정 도움’ 정부사업 마다할 이유 없어”
  • 글·사진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2.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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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백양누리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서 밝혀

한국사학의 두 공룡은 뭐니뭐니해도 연세대와 고려대다. 최근 이들 대학은 공교롭게도 사회과학자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재정’을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는  대학 현실이 됐다. 지난 17일 연세대 총장(18대)에 선임된 김용학 연세대 교수(62·사회학과, 사진)는 인천 송도의 국제캠퍼스, 1천억원 규모의 백양로 재창조사업 등 전임 정갑영 총장 임기 동안 진행된 대규모 사업이 마무리 된 직후 바통을 이어받았다. 시기적으로도 프라임·코어사업 등 굵직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새해부터 줄줄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내년 2월 1일 공식임기를 시작하는 김용학 신임총장이 ‘취임 기자간담회’를 앞당겨 연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1일 오전, 연세대 백양누리 회의실은 기자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과연 연세대는 ‘자신만의 길’을 도도하게 걸어갈 수 있을까? 

▲ 김용학 연세대 신임총장(오른쪽)이 지난 21일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에이스사업’에 도전할 것인가?

“연세대는 학부대학을 설립할 때 철학이 있었다. 이 철학은 지금와서 더 중요해졌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이 2100년까지 살아간다는 예측이 있다. 이게 아주 보수적인 예측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2100년이 어떤 사회일지 상상할 수 있나? 우리 학생들은 아무도 걸어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살아갈 것이다. 기존의 지식을 가르쳐서 사회에 써먹게 한다는 게 산업사회의 대학모델인데 이는 이미 한계에 와 있고, 반쪽자리에 불과해졌다. 학부대학의 출발점이 바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였다. 생각하는 교육이고, 창의적인 교육이었다. 우리는 학부대학을 만들어왔고, 철학을 지키고 있다. 이걸 시발점으로 대학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이런 연세대에 정부가 에이스사업(학부교육선도대학지원사업) 지원을 안 해준다? 이거 옳지 않은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원칙이 있다면?

“교육부가 과거에는 정원 줄이지 않으면 다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게 옳은 정책인지, 정부가 할 정책(방향)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반면 링크(LINC)라든지 이런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저마다 목적과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참여할 것이냐 말것이냐 원칙을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는데 마다할 총장이 어딨겠나.”

-양적평가에 매몰된 교수들의 연구업적평가, 변화를 꾀하고 있나?

“실제 사례로 대신하겠다. 이런 교수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데 이 분야 특성상 연구결과가 잘 안 나온다. 그래서 이 교수는 평가 때가 되면 연구결과가 잘 나오는 분야에 가서 논문을 두세 편 쓰고(1년 기준) 다시 돌아와서 자기 분야 연구를 한다. 이걸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자기가 원하는 분야도 결과가 잘 나올 리 없다. 창의력은 정말 하고 싶은 연구를 할 때 나온다. 남이 시켜선 안 나온다. 현재는 양적 평가의 비중이 크다. (평가의 중심축을)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옮기려고 한다. 예컨대 피인용지수 등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데 비중을 많이 두는 거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얼마나 의미있는 논문을 썼느냐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질 높은 논문, 세계시장에서 상품화 될 수 있는 논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양적 평가를 배제하겠다는 게 업적평가 기준을 눈에 띄게 바꾸겠다는 건가?

“물론 양적 평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건 아니다. 대학평가를 처음 시작할 때 언론과 대학평가기관이 모든 것(평가항목)을 양적인 평가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양적 평가 (중심의) 기관들도 이미 중심축을 질적 평가로 거의 옮겼다. 이유가 무엇이겠나. (이런 흐름에) 대학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보지만, 과거의 관행을 바꾸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가 양적 평가를 유인한 측면이 많다. 총장의 정책이 정부와 충돌한다면? 

“교육부도 비케이(BK21) 등 연구지원을 할 때 질적평가 완전히 제외하지는 않는다. 교육부와 협의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교육부는 여지껏 규제 위주로 정책을 펴왔는데, 대학이 실제로 필요한 것을 교육부가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고액 등록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건가? 

“모두 재원 문제다. 등록금은 법률로 정해져 있다. 법을 어길 수는 없다.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 지적재산권 수입, 기금 모금 등이다.”

-다른 대학들이 다 하는 취업대책 말고 새로운 방안이 있나? 

“연세대는 국제화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2단계 국제화’를 말하고 싶다. 학생들이 큰 꿈을 가지고 글로벌기업(국제시장)에 취업하거나 이를 무대로 창업하는 것이다. 취업정보실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세계 굴지의 기업 등 취업정보를 모아서 컨설팅해주는 거다. 이처럼 국제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취업대책은 대학들이 시도하고 있지 않은 거다. 연세대가 선도적으로 하겠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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