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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안에서 본 사회학의 위기 … “‘학벌 인종주의’ 극복이 과제다”
제도 안에서 본 사회학의 위기 … “‘학벌 인종주의’ 극복이 과제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2.23 12: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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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경희대 교수, 후기사회학대회에서 ‘한국 사회학의 전복’ 요청

“미국 유학파 교수들, 독창적 논문 생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을 ‘트랜스내셔널 미들맨 지식인’으로 비판한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돌베개 刊)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서강대에서 열린 2015 후기사회학대회에서 후속 논의로 ‘기조강연’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기조강연 제목은 「제도 안에서 바라본 한국사회학」이다.

김 교수는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을 “한국 학계의 서구(미국) 지향성을 담론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지식 생산의 물질적, 조직적, 문화적 조건 속에서 파악”한 작업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좀 더 구체적 ‘데이터’로 읽어내는 작업으로 밀고 나갔다. 이 대목이 ‘제도 안에서 본 사회학’이란 학회측의 주제의식과 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이번 작업을 위해 <교수신문>의 10년간 교수임용 데이터 등을 참고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전국 대학 사회학과의 웹사이트와 KRI 데이터베이스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해 사회학과 교수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사회학과 교수의 수는 전체 236명(빈도분석과 교차분석에서 해당 정보가 없을 때는 ‘missing’으로 처리)이다. 이는 한국 대학 전체 교수 8만6천600명의 0.27%에 해당한다. 특히 서울 소재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진의 경우 절대 다수가 미국 유학파 출신으로 확인됐다(미국 박사 75.9%, 국내 박사 9.8%). 성별로 볼 때, 남성 교수가 80.5%(190명), 여성 교수가 19.5%(46명)를 기록했다. 대학 설립별로는 국공립대 40.3%(95명), 사립대 59.8%(141명)였으며, 직급별로는 교수 65.1%(153명), 부교수 20.4%(48명), 조교수 14.5%(34명)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1981년부터 2015년까지 연도별 교수 임용 건수도 조사했다. 사회학 교수 임용이 많았던 시기는 1983년, 1992년, 1995년, 2003년, 2005년, 2009녀, 2013년 정도다. 대략 8명에서 11명 정도가 임용됐다. 교수임용이 낮았던 시기는 1981년, 1988~1989년, 1997년~1999년, 2006년이다. 이 시기는 1명 또는 3명 정도가 임용됐다.

사회학 교수 임용과 아카데믹 특수주의

그렇다면 사회학과 교수들의 대학 학부 출신 분포는 어떨까. 서울대가 40.1%(93명)로 압도적이며, 그 다음으로 연세대 16.3%(37명), 고려대 13.7%(31명), 이화여대 8.4%(19명) 순이었다. 이러한 학부 분포에도 불구하고 박사학위 국가는 특정 국가인 ‘미국’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미국 53.2%(125명), 한국 28.6%(67명), 독일 7.7%(18명), 영국 5.1%(12명), 프랑스 3.4%(8명) 순이었다(표1).

그러나 출신 박사 학교로 빈도분석을 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서울대가 16.2%(38명)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시카고대 9.8%(23명), 고려대 4.7%(11명), 위스콘신대(메디슨) 4.3%(10명), 캘리포니아주립대 4.3%(10명), 연세대 3.8%(9명) 순이었다. 뉴욕주립대, 브라운대, 일리노이대 출신은 각각 7명이었다. 텍사스대(오스틴), 하버드대가 각각 6명, 독일 베를린자유대, 독일 빌레펠트대, 스탠포드대 출신은 각각 5명이었다.

그러나 김 교수가 눈여겨보고자 한 대목은 다른 데 있다. 박사학위국가 분포를 5년 단위로 읽어낸 부분이다(표 2). 물론 이것은 한국 대학의 교수 임용 ‘과정’이 아카데미의 특수주의와 모종의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그의 인식이 그려낸 지표이기도 하다. 미국 박사와 한국 박사가 근접했던 1996-2000년의 경향은 이후 2006-2010을 경과하면서 더욱 확대된다. 바로 여기서 김 교수는 ‘글로컬 학벌 체제’를 읽어낸 것이다.

이 ‘글로컬 학벌 체제’는 한국의 학사 학위와 미국의 박사 학위가 결합하면서 이뤄진 독특한 체제이며, 여기서 한국 아카데믹 특수주의가 발현한다. 이것은 다양한 학벌 정치를 불러오며, 그 기저에는 가부장적 유교 문화와 대학 특성이 반영돼 있다. 예컨대 김 교수가 분석한 ‘자대출신교수 비율’ 즉 동종교배 비율을 보면, 서울대 80%, 고려대 75%(고려대 세종 75%), 연세대 72.7%, 이화여대 60%, 성균관대 50%로 나타난다(표3).

이러한 자료 분석을 통해 김 교수는 ‘사회학의 사회적 폐쇄 결과’를 도출했다. 그는 이를 ‘천민 사회학 공동체 또는 사회학은 더럽다’로 명제화 한다. 그 핵심에는 ‘학벌 인종주의’가 작동하고 있으며, 미국 유학파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면서 학벌을 둘러싼 극심한 상호 적대성이 형성되는 파행성이 노출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결국 학문적 보상의 폐쇄성으로 이어지며, 사회학계의 왜곡 구조로 고착된다. 김 교수는 이를 ‘음모의 문화’로 규정하면서, “액면 그대로가 아니라 숨겨진 의도로 동료들의 행위를 해석하게 된다”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런 분석을 통해 김 교수는 어떤 제안, 주장을 던졌을까. 신베버주의 ‘위치경쟁과 사회적 폐쇄’론을 들고 나온 그는 위치경쟁이 곧 제로섬게임임을 꼬집으면서 ‘배제와 탈취’를 극복한 ‘사회학의 전복, 전복의 사회학’을 제안했다. 극심한 학문적 폐쇄를 무너뜨리지 않고는 한국 사회학은 희망은 없다는 그의 메시지는, △절망하는 사회학 학문 후속 세대를 위해 한국 사회학의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재편 △한국사회의 일극체제를 전복하고 다원체제로 구성하는 것이 한국사회학(자)의 임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한국사회학의 폐쇄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폐쇄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재미 한인 사회학회도 학회 활동 참여

한국사회학회(회장 김무경, 서강대)는 매년 전반기·후반기로 나눠 사회학대회를 개최해왔다. 서강대 다산관, 하비에르관에서 이틀간 진행된 이번 ‘2015 후기사회학대회’는 일단 논의 자체가 풍성한 학술대회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 전기사회학대회에 이어 사회학계 원로의 학문과 방법론을 조명하는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을 더욱 밀고 나간 점이다.

한국사회학회는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을 테마로 잡고 두 가지 방향을 모색했다. 첫 번째는 ‘광복 70주년과 한국 사회학’이라는 틀 위에서 ‘한국 사회학사’에 관한 논의를 전기 대회에서부터 시작한 것. 전기 대회에서 ‘사회학사 없는 한국 사회학’이라는 문제제기 아래 1950-60년대의 다섯 명의 사회학자들을 다뤘다면, 이번 후기대회에서는 1970-80년대 다섯 명(김경동, 김진균, 이효재, 한완상, 박경신)의 사회학을 호명했다.

‘한국 사회학의 사회학’의 두 번째 부분은 ‘한국 사회학의 위기’라는 주제다. 김무경 한국사회학회장은 “한국사회학회 운영진은 이 ‘위기’를 ‘제도적 차원’, ‘학문적 차원’, 그리고 ‘대중화의 차원’으로 나눠 검토하고자 했다. 여름 사회학 대회에서는 한국 사회학에 가해지는 ‘제도적 압력’의 차원을 살펴봤다. 이번 겨울 대회에서는 나머지 두 차원인 ‘학문적 차원’과 ‘대중화의 차원’을 각각 ‘제도 안에서 바라본 사회학’과 ‘제도 밖에서 바라본 사회학’이라는 두 개의 플레너리 세션을 통해 검토하고자 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외 재미 한인사회학자들(AKSA)이 중심이 된 간담회, ‘한국연구의 세계 사회학적 의미’ 세션도 특별한 의미를 매길 수 있다. 학회측에 따르면, 특히 2016년부터 재미 한인 사회학회가 한국사회학회의 ‘국제분과’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무경 학회장의 말대로 “한국사회학회와 재외 한국인 사회학자들과의 교류가 본격화됨을 알리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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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교배 2015-12-24 03:31:38
다른 한편으로는, 본교 자과 출신인데도 유학 가서 취직해 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이유로 본교 출신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문제이다.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동종교배 2015-12-24 03:27:24
동종교배 비율을 계산할 때 외국인 교수들은 제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