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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된 학술성과를 사회로 … 인문학 확산 나선다
축적된 학술성과를 사회로 … 인문학 확산 나선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2.1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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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재단, ‘학술사업 35주년 기념회’에서 새로운 방향 조명

1990년대 서울역 대우재단빌딩은 연구자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학회뿐만 아니라 소규모 독회, 콜로키움 등을 지원해 주말마다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성과는 ‘대우학술총서’로 모아지기도 했다. 그렇게 조용히 학계와 연구자를 지원해온 대우재단 학술사업이 올해로 35주년을 맞았다. 기초학술 연구 지원에 무게를 실었던 방향성은 35주년을 계기로 ‘연구성과의 사회적 확산’으로 옮겨간다. 눈에 띄는 변화다.

민관을 통털어 국내 최초로 대대적인 기초학술 연구지원사업을 전개해온 대우재단(이사장 장병주)이 15일(화) 서울힐튼호텔에서 ‘대우재단 학술사업 35주년 기념회’를 열고 그동안 대우재단 학술사업에 참여한 전문학자와 후원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5년 성과와 함께 향후 새로운 사업방향을 조명한다.

이날 행사에는 초기부터 대우재단 학술사업 기획에 참여한 (조순 前 부총리와 노재봉 前 국무총리),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이태수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정재식 보스톤대 교수,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 성백인 서울대 명예교수, 양 건 전 감사원장 등 학계 원로학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동안 후원자 역할을 해왔던 대우측에서는 대우재단 설립자이자 지난 1980년 학술사업 재원으로 전 재산을 출연한 바 있는 김우중 前 회장을 비롯해 당시 후원에 나선 기업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경훈, 김용원, 홍성부, 윤영석, 김태구, 장영수, 배순훈 회장 등 전직 대우 경영진도 참석한다.

대우 위기에도 '학술사업' 묵묵히 지원

대우재단은 1978년, 김우중 前 회장의 50억원 사재출연을 기반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돼 온 도서·오지 무의촌 4개 지역(무주·신안·완도·진도)에 병원을 설립해 의료혜택을 제공한 이래, 1980년에는 김 회장의 보유재산 전액인 200억원 추가 출연을 통해 본격적인 학술사업을 전개해왔다. 당시 김 前 회장은 열악한 연구환경과 재정부족으로 기초분야 연구학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상당수의 학자들이 방향전환에 나서는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지금부터 기초를 튼튼하게 키워야 미래에 이를 응용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기초학술 연구지원의 시동을 걸었다.

조순, 신일철, 이철주, 조완규, 목영일, 노재봉 등 당대를 대표하는 전문 학자에게 사업검토를 맡긴 이후에도 김 회장은 “나는 돈을 버는 전문가이지 쓰는 전문가 아니다. 돈 쓰는 것은 전문가들이 의미 있게 잘 써주기 바란다”며 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철저히 학계의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관여하지 않았다.

대우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대우재단’의 학술사업은 조용히, 깊게 학계를 지원했다. 한 연구자는 “창립자들의 순수성이 쉽게 변질되는 우리 풍토에서 대우재단의 학술사업 철학은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 인문사회분야를 비롯 자연과학 쪽도 상당한 덕을 봤다”라고 평했다.

그 결과 대우재단은 지난 35년간 학계의 중지를 모아 기초학술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성과를 축적해왔으며, 2천여 건의 연구지원과 수많은 학회와 독회, 연구모임 지원 등을 통해 한국 학계 발전을 선도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독보적 위상을 쌓게 됐다. 당시 유일했던 재정지원을 받아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물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우학술총서’로 출간했는데, 수준 높은 연구결과물을 책자로 출간해 학계가 활용하게 함으로써 오늘날 대우재단의 학술사업은 확고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660여권에 이르는‘대우학술총서’와 ‘대우고전총서’는 단일 학술총서로서 그 규모가 세계적 수준이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학술총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장병주 이사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러한 남다른 성과를 쌓아온 학계의 노력에 대해 기념회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대우재단은 대우가 해체된 2000년 이후에도 보유자산 매각 등의 방법으로 자체 재원을 확보해 학술사업의 명맥을 이어왔다. 기존 사업 외에도 노벨상 수상자급에 해당하는 해외 석학을 초빙해 2주에 걸쳐 ‘석학연속강좌’를 15회 진행하는 한편, 전문 학술연구자를 위한 <지식의 지평> 발간과 서울대 규장각과 공동으로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시리즈를 출간하는 등 기초학문의 균형성장을 꾀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우학술총서' 성과를 '대우휴먼사이언스'로 담아내

한편, 대우재단은 15일 ‘학술사업 35주년 기념회’에서 지금까지 학계가 이뤄낸 가치 있는 연구성과를 사회가 함께 활용하고 대중적 저변을 넓힌다는 취지에서 ‘대우휴먼사이언스’를 기획, 출간함으로써 인문학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과학기술의 고도화 속에서 현대인은 인류의 미래,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다. 이런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하면서 인간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우리 학계가 화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뜻을 담아 ‘대우휴먼사이언스’를 여러분에게 소개한다.” 장병주 대우재단 이사장이 말하는 대우휴먼사이언스 출간 배경이다.

대우재단은 앞으로 대우휴먼사이언스라는 학술교양총서의 발간과 함께 인간가치의 새로운 탐구라는 명제 아래 학계와 손잡고 사회의 교양인들과의 다양한 참여 및 소통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간 기초학문의 발전을 돕고자 시행해온 연구지원과 대우학술총서, 대우고전총서의 발간도 꾸준히 이어간다. 현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믿고 읽을 만한 깊이 있는 교양서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우재단의 권위와 신뢰를 토대로 한 대우휴먼사이언스는 사회의 지식교양 독자들에게 좋은 지식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대우재단 학술사업 히스토리

1980. 김우중 회장, 전 재산 사재 추가 출연에 기초, ‘학술사업 기획연구위원회’ 구성

1981. 대우재단 기존 목적사업에 새로운 목적사업으로 ‘학술사업’ 추가 ‘학술사업 자문위원회’ 구성(신일철, 노재봉, 김용준, 목영일), 매주 화요일 정례회의 개최

1982. 제1회 이론물리학 심포지엄 지원 (이후 매년 정례 개최) 다산학 학술회의 개최 (대우재단 중점지원분야로 지원) 1983. 대우학술총서 첫 권 『문학사회학』(김현) 출간

1985. 대통령 표창 (문화예술 창달·보급 통한 국가발전 기여 공로)

1986. 다산 近世 150주기 다산학 학술발표회 개최 한국학술협의회 설립

1987. 향토사연구회 전국대회 지원 및 한국향토사연구전국협의회 지원 연세대 ‘다산기념 강좌’ 개설 지원

1988. 대우학술총서 100권 출간 및 한국출판기자단 ‘올해의 책’ 선정(1988년 출간 30권)

2000. ‘석학연속강좌’ 첫 회 개최 (김재권 미국 브라운대 교수)

2001. 대우학술총서 500권 출간 대우고전총서 첫 권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앙리 베르크손 저, 최화 역) 출간

2006. 학술평론지 <지식의 지평> 출간

2010. 대우학술총서 600권 출간

2012.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첫 권 『양화소록』(강희안 저, 이종묵 역해) 출간

2015. 대우휴먼사이언스 첫 권 『종교의 미래』(이태하) 출간

現 대우학술총서 614권, 대우고전총서 40권,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9권, 대우휴먼사이언스 7권, 지식의 지평 19호 출간, 석학연속강좌 15회 개최

 

現 운영중인 대우재단 학술사업 개요

1. 대우학술총서 는 1981년 이래 국내 학문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 학술총서다. 연구과제의 선정부터 연구결과의 출판까지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과 지원 속에서 출간되며 학술 전반의 이론적 쟁점과 동향에 대한 심층적, 체계적 연구를 담아내고 있다.

2. 대우고전총서 는 대우재단과 한국학술협의회가 공동으로 펼치는 고전번역사업이다. 해당 학문 영역에서 가장 기초가 된다고 평가받는 서양 고전들을 충실한 원전 번역을 통해 펴내고 사상가 연보, 세밀한 참고문헌, 충실한 해제를 통해 연구자와 독자의 원전 이해도를 높여준다.
 
3.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은 세계화 시대를 지나 새로운 문명의 전환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고전을 통해 근원적 성찰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과 대우재단이 공동으로 펼치는 고전 새로 읽기 사업이다.
 
4. 대우휴먼사이언스 는 대우재단의 35년 학술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학계의 가치 있는 연구 실적을 사회가 함께 활용하기 위해 모색한 새로운 학술 교양 총서다. 기초 학술연구 분야에 밑돌을 놓은 해당 분야의 전문 학자들이 집필하여 깊이 있는 안목과 폭넓은 시각을 담아냄으로써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묻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미래지향적으로 탐구하며 동서고금의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5.지식의 지평 은 2006년 12월에 창간된 고급 학술평론지로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학문적 소임을 다하고 있다. 특히 우리 학문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학문적 자리에서 묵묵히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들에게 최근의 학문적 동향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학제적 문제의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6.석학연속강좌 는 대우재단과 한국학술협의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초의 정통 학술강좌인 석학연속강좌의 결과물을 묶은 시리즈다. 석학연속강좌의 학술적 가치를 알리고 국내 학문의 발전과 학술 교류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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