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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원, 법관 출신 절대다수…자의적 법해석이 문제 키웠다”
“사분위원, 법관 출신 절대다수…자의적 법해석이 문제 키웠다”
  • 글·사진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2.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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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의 대학분규 수습, ‘독(毒)’으로 작용했나
▲ 지난 3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과 사학개혁국본은 국회도서관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어떻게 사학 민주화를 파괴하는가’를 주제로 기획 토론회를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백수인 조선대 교수, 정대화 상지대 교수, 김재훈 대구대 교수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 ©최성욱 기자

“사분위원들이 비리재단과 유착관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고, 도덕성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관 출신의 사분위원 비율이 높고, 위원장을 이들 가운데서 뽑아왔다. 이 때문에 (사학분쟁 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분위원들이 대학을 사기업과 동등하게 놓은 채 법리적 해석만으로 비리·분쟁을 해결하려 드는 경향이 있었다.”(정대화 상지대 교수)

“사기업과 동등하게 바라보는 게 오히려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사기업이 경영부실로 인해 파산할 경우 책임이 있는 설립·경영자에겐 (재산 처분시) 재산을 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분위는 유독 사학에 ‘항구불변의 재산권’을 인정해주고 있다.”(김재훈 대구대 교수회장)

2007년 발족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대학의 비리·분쟁을 조정하는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목소리가 해당 대학의 교수들로부터 잇따르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과 사립학교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는 지난 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기능을 상실한 사분위제도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상지대 등 설립·경영진의 비리에 따른 분규를 겪고 있는 대학의 교수들은 “지난 8년간 사분위는 비리재단 편향의 판단을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이 이 같이 판단하는 배경엔 위원장을 비롯한 사분위원들이 법조인들로 꾸려지면서 교육기관을 사기업처럼 바라보고 분쟁을 조정하려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법원이 경영진의 비리사실을 인정해도, 사분위는 경영진이 설립자(혹은 친족)일 경우 학교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을 ‘개인의 재산권 침해’로 간주해왔다. 송기춘 전북대 교수(한국공법학회장)는 “사분위가 결국엔 ‘원주인’(설립자나 친족)에게 대학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거나 ‘종전이사’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과정도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법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대학이 일반적인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상당수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식회사가 파산할 경우 사후수습하는 주체는 법원(파산부)이고, 파산부가 채권단을 모집하는 등 파산 이후의 상황을 주도적으로 끌어간다. 사분위가 마치 법원의 파산부처럼 대학의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사분위가 주식회사 파산에 따른 법적 절차를 넘어선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손영실 변호사는 “주식회사의 경우 파산한 오너는 다시 선임하지 않고, 주인은 주주가 된다”며 “학교 재산의 상당부분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구성돼 있고, 교수와 직원이 (주되게) 운영하고 있다면 (파산에 따른) 주인은 구성원들에게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분석했다.

사분위는 2007년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따라 만들어진 정부 분쟁조정기구(행정기관)다. 교육부 장관 산하로, 사립학교의 임시이사 파견 여부를 심의하고, 학교법인 정상화 추진 등에 관한 사항을 자문하고 있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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