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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 걷어차인 겨울방학
교육부에 걷어차인 겨울방학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 승인 2015.12.0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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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 박순진 편집기획위원

요며칠 부쩍 추워지면서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선 것을 실감한다. 이즈음에 대학은 가을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을 맞이한다. 매번 그렇지만 학기를 마무리할 때쯤에는 계획을 성취한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못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을 갖는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감회는 사람마다 같을 수 없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다가올 시간을 계획하고 새롭게 다짐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비슷한 의미가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한층 경쟁적이 되면서 우리 시대 대학생은 방학을 앞두고도 마냥 즐거울 수 없다. 인생에 있어 청년 시기가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시기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대학현실은 우리 청년들에게 엄중하게 다가서 있다. 예전 대학생들은 방학이 시작될 때 청년 시절의 낭만과 청년다운 도전을 계획하곤 했다. 학점 고민에 스펙 쌓기도 만만치 않고 취업과 미래 준비가 벅찬 요즘 대학생에게 청년시절의 낭만은 그야말로 사치다.

교육부는 올해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선언했지만 대학생의 학비와 생활비 부담은 여전히 높다. 교육환경이 급변하면서 대학교육에서 산학협력과 현장실습이 강조되면서 대학교육의 장이 대학 외부로 확대되는 현실도 학생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가진 것 못지않게 대학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통폐합 위주의 학사조직 개편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현재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이즈음의 현실은 교수에게도 녹녹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의 교수들은 방학을 앞두고 나름대로의 소박한 계획을 세우곤 했다. 바빠서 미처 손대지 못했던 연구를 진전시킬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학기 중에는 미처 깊이 손대지 못한 강의안을 보완하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오늘날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연구실에서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대학구조개혁은 물론이고 정부재정지원 사업은 종종 교수들을 연구실 외부로 내몰고 있다. 치열해진 대학입시 역시 점차 대학 교수들의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을 앞두고 대학은 예전처럼 마냥 방학으로 넘어가지 못할 현실에 직면해있다. 교육부가 올해 내내 공언하던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이 연말연시에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고돼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학사조직을 개편한 여러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들 교육부 사업이 요구하는 추가적인 학사편제 조정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다가올 겨울방학에 이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교육부가 겨울방학 동안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토록 하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편하다. 특히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프라임사업 등이 대학 구성원과의 충분한 협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는 대학에서는 이번 겨울방학 내내 학내 논란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청년 대학생들이 청춘을 만끽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교수들이 연구와 강의준비에 힘써야 할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은 개별 대학의 입장에서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이처럼 힘들다하더라도 겨울방학은 우리 앞에 어김없이 다가와 있다. 방학을 앞두고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학기를 차분하게 되돌아보고 우리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우리 대학들이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면서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다시 한 학기를 마치면서 교수님들에게는 강의와 연구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각자 달성한 크고 작은 학문적 성취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청년 학생들에게는 이 어려운 시대에 잘 견뎌내고 있다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방학 동안 대학생다운 일을 하나라도 해보면서 청년시절의 보람과 도전의 가치를 느껴보라고 당부해본다.

박순진 편집기획위원/대구대·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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