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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골든타임’
학문후속세대의 ‘골든타임’
  • 박욱 경희대 조교수·전자전파공학
  • 승인 2015.11.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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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박욱 경희대 조교수·전자전파공학

해마다 반복되는 뉴스 중 하나는 ‘왜 우리나라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하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과학분야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하게 되면, 이제 우리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노벨상 수상자의 수를 과학수준의 척도로 보는 것은 옳지 않은 시각이지만,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우리의 현 상태를 여러 가지 시각에서 우리의 모습을 성찰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과학자로서의 첫발은 기초를 배우는 학사과정부터 시작되지만, 본격적으로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게 되는 것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서부터다. 석사,박사과정의 학생들에게는 박사학위 취득 자체가 하나의 큰 목표이며,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그 산을 넘고 나면 몇 배 아니 몇십 배 더 큰 산이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다. 박사학위 취득후 바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의 추세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의 측면에서 볼 땐 매우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해당 분야에 대해 학위과정동안 집중적으로 고찰을 했으며, 이를 통해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올 골든타임과 같은 시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현실적으로 연구자에게는 매우 불안정하고 어려운 시기다. 취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연구보다는 직장구하기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될 수도 있다. 연구자가 연구소와 대학과 같은 연구기관으로 계속적인 연구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시기가 매우 아까운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시기를 넘기고 나면 그 연구의 발전가치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받을 예정인) 우수한 연구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연구에도 골든타임이 있을 것이다. 우수한 연구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연구소, 대학들이 있으면 좋겠다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들은 연구보따리를 펼치지도 못한채 기약없는 생활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정부에서는 우수 과학기술 인재의 경력 단계별 추적 관리를 통해서 단절없이 학업,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장학금, 연구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학문후속세대 즉 박사후연구과정에 대한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힘든 시기에 그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고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중 이름은 생소한 ‘대통령포닥펠로우십’이라는 프로그램에 2012년 1기로 운좋게 선정이 됐다. 대통령포닥펠로우십은 박사후 연구원의 신분으로 월급을 포함한 연구비를 5년 동안 지원받아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총 15명이 선정됐고, 신청 당시엔 연구비를 매년 1억원씩 지원을 받는 매우 파격적인 제도였다.

해외의 유사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지원면에서 버금갈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였다. 특히 이 지원 프로그램은 연구자가 연구소 혹은 대학 교수의 직장으로 옮긴 후에도 과제를 계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필자는 해외의 경력없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국내기관에서 대통령포닥펠로우십을 진행하며 이 프로그램이 진행된 지 1년이 되지 않아 대학에 자리를 얻게 됐다. 해외학위 혹은 해외 포닥경험 등 뛰어난 다른 지원자들도 많았지만, 필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골든타임에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와 그 기회를 실현시킬 수 있는 연구비를 기반으로 연구자의 열정, 세가지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첫발을 내딛게 됐을 때 맞닿게 되는 현실의 벽은 매우 크다. 연구중심의 소수의 주요대학이 아닌 경우에는 아직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우수한 연구자가 운좋게도 본인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구환경이 갖춘 시설에서 계속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면 조금 나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연구기관 또한 현실적인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에 따라 한두 연구자를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민국의 뛰어난 신진연구자들이 골든타임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일 세계 최고의 연구를 하고,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연구를 찾는다면 아마도 그들이 골든타임을 놓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박욱 경희대 조교수·전자전파공학

‘코드화입자의 자기조립을 이용한 세포기반의 나노하이브리드 멀티플렉스 에세이칩 개발’이라는 주제로 2011년 한국연구재단 ‘대통령 포닥 펠로우십’ 사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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