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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부실대학 ‘퇴출’ 포기했나?
교육부, 부실대학 ‘퇴출’ 포기했나?
  • 이재 기자
  • 승인 2015.11.3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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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개혁 목표 ‘평생교육 ’육성으로 ‘전환’

직업교육, 평생교육으로 오인…교육철학 있나?
구조개혁법도 ‘평생교육’ 강조 “실패 인정해야”

‘부실대학 정리’를 목표로 했던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기조가 변했다. 이젠 평생교육 육성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평생교육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전문학사에 준하는 학위를 주던 ‘전공대학’에 대한 설립 및 운영 규제를 완전히 풀었고, 지난 8월 31일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위그룹인 E등급 대학의 일부를 평생교육시설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뿐만 아니다. 교육부가 역점사업이라며 내놓은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에도 평생교육을 대학에 이식하는 사업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이 포함됐다.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사업)에 준하는 약 3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이 사업은 A~C 등급 대학을 대상으로 단과대학 중일부를 친 성인학습자 학과를 설립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성인학습자 교육에 용이하도록 교과과정 운영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100세 시대를 대비한 대학의 체질전환을 유도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적 손실을 만회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관련학계에서는 “교육부가 또 알지도 못하고 나선다”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생교육 개념의 혼동 △부실대학의 정상화 오류 △평생교육시장의 혼란 △부의 유출 등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았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에서 부실대학 정리에 실패하자 사실상 이를 평생교육시장으로 전가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평생교육의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한 채 무작정 ‘직업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대학 부실운영의 ‘면죄부’일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시장을 ‘학위장사’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한 고등교육 전문가의 지적이다. 그의 말처럼 교육부가 평생교육을 대학에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 10여년간 강도 높게 진행했던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구조개혁 결과 폐쇄된 대학은 극히 일부(7개)일 뿐만 아니라 정원감축이 지방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정책의 형평성이 무너진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지표중심의 행정’이 주를 이루게 돼 도리어 대학교육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한 부산대 故고현철 교수가 스스로 투신해 사망하면서 교육부가 강행한 국·공립대 정책도 추진력을 상실했다. 고 교수의 죽음 뒤 국·공립대들은 잇달아 총장직선제를 강행하면서 교육부를 앞장서 비판했다. 교육부의 직접적인 통제에 놓인 국·공립대마저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또 다른 축이었던 재정지원사업 역시 실패에 가까운 모습이다.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ACE)사업이나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LINC)사업 등 대표적인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나눠먹기’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최근 시행된 대학 특성화 사업의 경우 LINC사업과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한때 국회는 LINC사업 예산을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고려한 바도 있다.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ACE대학 역시 전체 대학의 4분의 1 수준인 52개 대학이 선정되면서 당초의 ‘선명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렇게 되자 교육부는 최근 대학구조개혁 평가결과 최하위 등급인 E그룹 13개 대학 가운데 약 5개 대학을 평생교육시설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퇴출’에서 ‘전환’으로 정책기조가 변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구조개혁법에서도 읽을 수 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같은 당의 김희정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잇달아 발의했던 대학구조개혁법은 대학평가를 통해 부실대학
을 가려내고, 이들을 퇴출시키는 것이 골자였다. 퇴출을 ‘촉진’하기 위해 사립대가 자진해산할 경우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되돌려주겠다는‘당근’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새롭게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을 보면 퇴출보단 평생교육시설로의 전환이 더 강조돼 있다. 세 법안 모두 교육부와의 밀접한 교감 아래 진행된 이른바 ‘청부입
법’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정책방향이 바뀐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내놓은 평생교육시설 육성기조는 또다시 전문가들의 날선 비판에 직면했다. 평생교육을 연구해온 오혁진 동의대 교수(평생교육학)는 “교육부가 말하는 평생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평생교육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기까지 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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