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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교문위원장 “교육부가 강사법 개정 ‘관여’ 말도 안 되는 일”
박주선 교문위원장 “교육부가 강사법 개정 ‘관여’ 말도 안 되는 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1.3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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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19일 교문위원장에 ‘개정 검토의견’ 보내 … 앞뒤 설명없이 자료만 ‘덩그러니’

“강사 임용계약을 1년 이상 하지 않아도 되고, 공개임용이 아닌 (기존처럼) 추천으로 뽑아도 된다. 또 강사는 대학의 재임용 거부에 ‘소청’할 수 없다.”
-교육부의 강사법 개정 검토의견 요지

교육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법률)과 관련, ‘강사법 개정 검토의견’(검토의견)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위원장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문건엔 강사법을 이전의 시간강사 채용제도로 되돌리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국회와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9일 교문위원장인 박주선 의원(무소속)에게 앞뒤 설명없이 “강사법 개정 관련 자료를 송부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박 위원장이 전달 받은 문건에 따르면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와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1년 미만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근거 마련(고등교육법 제14조의2 제1항) △전임교원과 다른 강사의 특성을 고려해 신규임용 심사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전임교원 심사 관련 규정 미준용 △재임용 관련 조항 미준용으로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상 강사의 재임용 거부는 소청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혼란이 우려돼 이를 명문화(부칙 제3조 제11항 신설)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이 검토의견을 전달하면서 “강사법 시행 준비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정해 대학 강사제도가 합리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주선 위원장 측은 “별도의 정부 법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한다(설명없이 문건만 던져놓는 방식)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는 법안이 통과 되는대로 시행을 하면 되는 것이지 개정과정에 이런 식으로 관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문건에는 교육부가 강사법 시행 ‘예정안’(내년 1월 1일)에 조항별로 ‘개정(안)’을 조목조목 달아두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표류해온 강사법에 교육부가 정치권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교육부가 최근 김희정·안홍준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구조개혁 법률안’과 관련 이른바 ‘청부입법’을 거듭한 바 있어 법안조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용기간 ‘1년 이상’ 예외 규정 두자
“현장에 맞게 vs 악용할 기회 열어준 것”

지난 2011년 발의된 강사법은 두 차례 유예될만큼 대학과 강사, 정치권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초 법안의 목적은 대학 시간강사의 신분과 법적 지위를 안정화 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시행 한 달 여를 앞두고 교육부가 교문위에 전달한 검토의견은 기존의 저임금 시간강사제도를 유지하면서 법적으로 강사들의 권한을 대폭 줄여놓은 것과 다름 없다는 게 강사들의 입장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사에게 권리는 주지 않고 책임과 의무만 강요하는 셈”이라며 “교육부는 강사법을 통해 이른바 ‘시급제 전임교원’이라는 초유의 교수 신분을 만드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임용기간 ‘1년 이상’에 예외를 허용한 대목은 강사법 취지를 훼손하는 가장 핵심적인 조항이다. 교육부는 검토의견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1년 미만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럴 경우 강사를 임용하는 대학은 얼마든지 보이지 않는 위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박주선 위원장 측도 “대학에서 1년 미만 계약을 하자고 하면, 지원자인 강사 입장에서는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반대로 강사가 1년 ‘이상’ 계약하길 고집하면 강의를 안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국 대학 시간강사의 98.9%가 6개월 미만의 단기 임용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들은 다음 학기 강의 여부를 미리 알기 어려운 탓에 신분 불안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강사법의 핵심이 ‘교원지위 부여’에 있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대학현장과 맞지 않는 부분은 일부 예외조항을 두자는 입장이다. 교육부 담당자는 “계절학기 강사나 사이버대(방송통신대) 등은 1년 이상 임용과 호응이 안 된다. 이런 부분만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분야의 경우 1년 이상 임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사들은 “예외가 또다른 예외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우려한다. 예컨대 예체능 계열의 일대일 지도가 필요한 과목이나 이공계 실험·실습, 타 학과 간 연계과목, 기타 신규 강의의 경우 대학 입장에선 한 학기 단위로 강사를 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순광 위원장은 “대학이 강사 임용기간 ‘1년 이상’을 기준으로 새로운 교과목이나 교수법을 개발하거나 노동량에 따라 (1년 계약기간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예외규정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면 강사법 취지에 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년간 유예된 상황에서 여러 방법론이 제기될 순 있지만, 강사법의 취지를 살려가려는 정부와 대학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임 위원장은 “추가적인 악법과 시행령을 양산할 모법인 강사법을 폐기하고 국회에서 올바른 대책을 강구할 기구를 설치하는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용기간 1년 이하의 예외가 허용되면 신규임용 심사 절차가 간소화 되는 일도 불가피해진다. 강사를 현행 전임교원 임용절차에 준용해 공개채용할 경우 대학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평가기준표를 공개하는 등 행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 같은 공개임용절차를 밟을 경우 임용탈락에 항의하는 일부 지원자들로부터 ‘행정소송’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이전의 시간강사 채용방식인 ‘추천제’를 요구해왔다.

대학과 강사 양측이 반대의견을 내면서 유예돼 온 강사법이 시행 한달 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 교육부가 ‘검토의견’이라는 문건을 교문위원장에게 보낸 것은 불필요한 공방전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3년 여 동안 수없이 나온 얘기들”이라며 “(교육부가 검토의견을 보냈다고 해서) 새로울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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