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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 이종화 목포대
  • 승인 2002.1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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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세평

이종화 / 목포대·지역개발학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각 주자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가지로 분주하다. 각종 정책공약들도 내놓고 있다. 어느 후보 할 것 없이 그들이 내놓는 정책은 진정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국민의 이익’이란 점을 어떤 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가. 논리적으로 보면 이렇다. 먼저 국민 개개인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객관적인 척도로 측정하고(개인효용함수), 이를 토대로 우리 사회 전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를(사회복지함수) 도출해 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먼저 개개 국민들이 무엇을 선호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 것조차 불가능하다.

개개 국민들이 뭘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란 것도 엄밀히 따지면 진정한 여론을 파악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답에 국민들의 여론을 끼워 맞추는 것인 경우가 많다. 이런 측면이 아니더라도 개개 국민의 선호를 파악하는데 따르는 또 다른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문제는 국민들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경제특구제도가 도입돼야 하는지 한?칠 자유무역협정이 이뤄져야 하는지 또한 그린벨트제도가 엄격히 유지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국민들 스스로 분명한 의견을 갖고 있기 힘들다. 어떤 정책이 좋은지를 제대로 판단할 만한 충분한 정보도 없을뿐더러 그러한 정책들이 국민 개개인의 일상적 삶과 별반 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비용부담을 꺼릴 때 번번히 나타나는데 이를 무임승차 현상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고령화사회가 돼 가면서 많은 노인복지기금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특정 세금을 올리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선호도를 파악한다고 해보자. 보통 상황에서는 그러한 복지기금의 마련이 필요하며 또한 자신도 미래에 그러한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내가 부담할 세금이 직접적으로 많아지는 경우라면 이를 반대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분명한 선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심리조작과정을 통해 왜곡된 경우이다. 현재처럼 지역분할구도의 정당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현 상황에서 우리가 종종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서, 특정 정당이 내세운 정책이나 공약에 대서는 특정 지역주민은 왠지 좋은 정책이란 느낌이 들거나 아니면 왠지 반대하는 마음으로 바뀌어지는 현상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자신의 정책선호가 무언가 비합리적인 요소에 의해 왜곡돼 나타나는 문제이다.

국민 개개인의 선호도를 파악하는데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대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투표’라는 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때 또다시 문제되는 것은 투표참가율과 관련된 것이다. 예컨대, 투표 참가율 60%에 지지율 60%이라면, 찬성 36%, 반대 24%만 알려졌을 뿐이며 대다수인 40% 국민의 선호는 알려지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투표라는 제도는 ‘말한 소수’의 선호를 찾아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말하지 않는 다수’의 선호를 찾아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대선 후보자들이 말하는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은 어떻게 해서 찾아낸 것인가. 보통은 정치가 자신들이 사회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치 국민 전체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대체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론 형성자인 언론매체의 일부 논설가나 일부 이익집단의 대표자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나름대로 종합한 후 이를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이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선후보자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전체의 발전을 고려한 정책공약을 제시하기 보다는 대선공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수의 이익집단(또는 이익집단내의 소수 권력자)을 끌어안는 방식으로 공약이 제시되기 쉽다. 이런 과정에서 힘없는 약자를 위한 정책은 또 다시 뒷전에 내밀리기 마련이다. 이들을 위한 배려의 정치는 어떤 메카니즘 속에서 만들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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