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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계약제 부작용 드러낸 ‘최근 3년간 사립대학 신임교수 임면 현황’ 보고서
해설 : 계약제 부작용 드러낸 ‘최근 3년간 사립대학 신임교수 임면 현황’ 보고서
  • 교수신문
  • 승인 2002.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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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30 14:41:04
“정년보장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됐고, 계약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앞으로 20여년이 지나면 대학에는 단기 계약으로 고용된 계약제 교수와 시간강사만 남을 것이다”
지난 9일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교수노동조합 창립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학과)는 줄곧 ‘대학의 시장화’와 계약임용제를 비판하며, 대학·교수사회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단기계약교수와 시간강사만 남을것”
지난 11일 설훈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사립대학 신임교원 임면 현황’은 이러한 박 교수의 우려가 괸한 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설훈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전체 사립대학의 신임교원 임면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 등 직급을 막론하고 상당수의 교원이 단기간으로 임용되고 있었던 것.
분석 결과, 2001년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된 1천3백24명 가운데, 16.0%인 2백12명이 1년 이하 계약으로 임용됐으며, 조교수 역시 전체 7백3명 가운데 14.2%인 1백명이 1년 이하 계약으로 임용됐다. 뿐만 아니라 부교수도 전체 1백20명 신규 인원 가운데 37명(30.8%)이 2년 이하 계약으로 임용됐으며, 교수 역시 전체 68명 가운데 41.2%인 28명이 2년 이하 계약으로 임용됐다. 놀랍게도 신임 부교수는 3분의 1 가량이, 교수는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2년 이하 계약직인 셈이다.
대학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신임교수가 교수·연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교수 자질이 부족할 경우가 있으며, 예상 밖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계약기간을 다시금 1년 이하로 하는 등 불안을 가중시키는 사례가 드물지 않아, 대학들의 ‘검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세종대의 경우, 2001년에 전체 재임용 대상자 72명 가운데 10명이 1년 이하로 재임용됐으며, 2002년 상반기에는 전체 재임용 대상자인 55명 가운데 5명이 1년 이하의 계약기간으로 재임용됐다.
일각에서 대학들이 단기 계약을 함으로써 계약임용제를 ‘교수를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김향기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단기 계약직에 임용된 신임교수들에 대해 몇몇 일부 사립대는 계약제를 악용할 수 있다”라며 “계약제임용제는 재임용제도에 비해 많은 교수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며, 더욱 구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립대에서 시행되고 있는 계약제가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당초에 내세운 의도에 부합하는가의 여부도 문제다. 오히려 상당수의 교수들이 낮은 보수를 받으면서 1년 계약직이라는 불안한 위치에서 연구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노중기 전국교수노동조합 사무국장(한신대 교수)은 “누구를 위해,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검증하고 평가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라면서 “우수한 교수를 뽑는다는 명목하에 신임교수들의 목소리를 누르고, 그들을 신분불안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재단을 위한 합법적 장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계약임용제를 도입할 당시 “무사안일 풍토를 바꾸면서 우수한 자질을 가진 교수를 임용·대우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지만, 대학들의 보여주는 모습은 이와 크게 상반된다.

계약제 통제수단으로 악용
설훈 의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립대가 우수 교원 채용보다는 초단기 교원 임용을 통한 교원 통제에 계약제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라면서 “교육부는 교수계약임용제의 문제를 검토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교육을 담당하는 전체 교원 가운데 시간 강사의 비율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모든 교원 가운데 시간강사와 비전임교원의 비율은 49.7%로 전임교원과 거의 비슷한 비율을 보였지만 점차 시간강사와 비전임교원 비율이 증가해 1998년 54.3%로 절반이상을 차지했으며, 1999년 56.6%, 2000년 57.4%, 2001년 58.2%를 기록하다가 2002년에는 마침내 60.4%에 이르렀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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