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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진화중인 어정쩡한 '중간생물'
여전히 진화중인 어정쩡한 '중간생물'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5.11.16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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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42. 오리너구리
▲ 오리너구리           사진출처:www.factzoo.com

오리너구리라, 이름부터 요상하고 괴상타! 영판 오리 흡사하다했더니만 너구리도 닮아 ‘오리너구리(platypus)’ ‘오리주둥이(duckbill)’ ‘duck-billed platypus’로 불린다. 여기 ‘platypus’는 발이 오리발처럼 납작하다(flat-footed)는 뜻이다. 한마디로 날짐승(조류)과 길짐승(포유류)의 특징을 한 몸에 두루 지닌 어정쩡한 동물로,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중인 애매모호한 中間生物로 본다. 새를 닮았고 어지간히 짐승 비슷하지만 분류상으로 哺乳類(mammalian)에 넣는다.

오리너구리는 호주에 서식하며, 포유류이면서 새끼가 아닌 알을 낳는다. 주둥이는 오리(duck)흉내를, 꼬리는 큼지막하고 넓적한 비버(beaver)꼬리시늉을(꼬리에 많은 지방을 저장함), 몸과 발은 수달(otter)을 빼닮은 알쏭달쏭한 젖빨이동물이다.

호주에서는 오리너구리를 코알라, 캥거루와 함께 보호하고 있고, 호주의 상징(iconic symbol)으로 큰 행사 때 행운의 물건(mascot)으로 삼으며, 20센트 동전뒷면에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다. 또 호주동부와 태즈메이니아(Tasmania)섬에만 붙박이로 사는 호주고유종(endemic species)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에 밟힐 정도로 차고 넘쳤다지만 털을 쓰겠다고 함부로 해치고, 마구 잡는 막된 짓을 하는 통에 결국 멸종위기에 처했다.

오리너구리(Ornithorhynchus anatinus)는 오리너구리과의 포유류로 흔히 단공류(單孔類, monotremes)라 부르며 한통속인 가시두더쥐(Tachyglossus aculeatus)도 여기에 든다. 학명(속명) Ornithorhynchus의 Ornitho는 새, rhynchus는 주둥이(bird snout)이란 의미고, 종명 anatinus는 오리발(duck-feet) 비슷하단 뜻이다. 학명엔 늘 그 생물의 특징이 묻어있다.

그리고 단공류란 대소변과 정자난자가 한 구멍(總排泄腔)으로 나오기에 붙은 이름이고, 조류는 총배설강이지만 포유류는 대소변을 따로 배설한다. 또한 사람을 포함하는 포유류 암컷은 소변, 난자가 다른 구멍으로 나오지만 수컷은 소변과 정자가 한 구멍으로 나온다.

현생 포유류 중에서는 바늘두더지와 함께 가장 원시적인 포유동물이면서도 卵生한다. 몸길이 30∼45cm, 꼬리 10∼14cm, 몸무게 0.7~2.4kg 정도로 수컷(50cm)이 암컷(4.3cm)보다 좀 크다. 몸통은 퉁퉁하고, 꼬리는 길고 편평하며, 네다리는 짧고, 발은 넓고 편평한 것이 5개의 발톱이 붙었으며, 발에는 물갈퀴(webbed feet)가 발달한 맵시로운 놈이다.

앞발물갈퀴는 크고 뒷발물갈퀴는 작으면서 발가락이 끝에 튀어나왔다. 수컷발뒤꿈치에 있는 며느리발톱(싸움발톱)에는 毒腺이 있어 독액을 분비한다. 그 독은 개에 치명상을 입힐 정도로 무섭지만 사람에게는 그리 심각치 않다고 한다. 한마디로 오리너구리의 조류 특징이 총배설강·난생·물갈퀴·며느리발톱·부리들이라면 포유류 특성은 털·젖·이빨·네다리들이다.

몸의 털은 짧은 양털 같이 부숭부숭하고, 등은 회갈색, 배는 회백색 또는 황갈색이며, 털에는 물이 묻지 않는다. 넓은 입안안쪽에는 다람쥐나 원숭이 따위에서 볼 수 있는 볼주머니(頰囊, cheek pouches)가 있어서 물밑바닥을 헤집어 잡은 먹이를 터지도록 집어넣어 물 위로 올라온다. 그런데 새끼는 위아래 턱에 이빨이 각각 3개씩 있지만 나중엔 한꺼번에 깡그리다 빠지고, 그 자리 각질화한 패드(pad)가 생긴다. 그래서 자잘한 자갈과 함께 먹이를 씹어 부순다.

半水棲(兩棲)에 야행성이라 이른 아침이나 저녁때만 한꺼번에 활동한다. 또 육식동물로 먹이는 강물의 가재·지렁이·수서곤충·조개 등이고, 뱀·올빼미·독수리·악어가 포식자(천적)다. 물에 들 때마다 접혀진 얇은 살갗까풀로 눈귀를 덮고, 코는 코마개로 단단히 틀어막는다. 그래서 눈코귀로 먹이를 잡지 않고, 영특하게도 오로지 먹잇감이 근육수축을 하면서 내는 전류를 부리에 있는 특수 전기수용체(electroreceptors)로 감지해 찾는데 이런 짓은 다른 돌고래 한 종에서만 본다.

아무튼 녀석들은 여간내기가 아니다. 강둑에 두더지처럼 굴을 파 잠자리나 산란장으로 쓰고, 지름 1.6∼1.8cm의 백색 알 2개를 연 1회, 7∼10월 중순에 산란한다. 이 또한 세상에 없는 참 특이한 일이다! 어미몸 안 자궁에서 28일간 발생한 뒤 그 알을 낳아, 어미가 몸과 꼬리로 감싸 안아 열을 올려주니 품은 지 열흘께 어김없이 부화한다. 새끼는 1.5~2cm로 리마 콩(lima bean)만 한 것이 눈이 멀고 털도 없다. 어미는 젖꼭지(teat)가 없어서 살갗구멍에서 나온 젖이 우묵우묵 패인 홈(groove)에 고이니 그것을 새끼가 핥아먹는다.

또 온혈동물로 평균체온이 32℃인데 보통 태반포유류의 37℃보다 훨씬 낮다. 그리고 부리는 감각기관이 발달한 윗부리 하나만 있고, 그 아래에 입이 있다. 앞다리로 유영하고, 뒷다리물갈퀴는 꼬리와 함께 방향조절을 할 정도다. 첨벙 물속에 한 번 잠겨들면 고작 1~2분간 머물며, 연거푸 오래 강물에 있다 보면 체온이 5℃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뼈는 단단하게 굳어 무거워서 바닥짐(ballast)역할을 해 물에 잘 갈아앉는다.

아무튼 대륙이동(continental drift)에 따라 호주는 오래전에 대륙에서 분리됐고, 대륙과 격리(isolation)된 탓에 영락없이 여러 생물들이 오리너구리처럼 색다르게 진화했다. 너무 오래 떨어져 지내면 급기야 여러모로 엉뚱하게 달라진다. 어서 빨리 남북통일이 돼야 할 터인데….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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