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서울에서는 3일 간에 걸쳐 전 세계에서 유수 명문대학 총장, 기업인을 비롯한 많은 교육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행사가 있었다. 올해로 열 번째로 개최된 ‘글로벌 인재포럼’이다. “다양한 인재가 세상을 바꾼다”를 주제로 열린 이 포럼에서는 고등교육과 관련 유익한 주제들이 많이 다뤄졌다. 아쉬운 것은 대학의 주요 책임자들의 모습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즈음 우리 대학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앞으로 급격히 줄어들 대학 입학생 규모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구조조정, 그리고 반값 등록금 정책 등으로 어려워진 재정확보로 보인다. 이러한 여건은 대학들이 정부의 대학구조개혁과 재정 지원 사업 및 국내외 언론사의 평가지표에 매달리게 한다. 해외 선진대학은 대학별 전통과 비전을 중심으로 학문발전과 사회적 기여도에 초점을 맞추는데, 우리는 대학별 순위 변동에 민감해한다.
대학들은 자주 변하는, 획일적인, 적합성이 떨어지는, 반복적인 그리고 사안별로 다르게 요구되는 평가지표와 평가방식에 꾸준히 문제 제기해 왔다. 그런데 아직 그리 큰 변화는 잘 안 보인다. 사실 이러한 평가에서 ‘인재양성’에 대한 비중은 얼마나 될까. 예를 들어 현재 한국대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한 세계대학 평가지표도 학계평판도(40%), 졸업생 평판도(10%), 학생-교수 비율(20%), 논문피인용(20%), 외국인 교수 비율(5%), 외국인 학생 비율(5%)이다.
이러한 평가 환경은 교육의 본질인 ‘한 학생의 변화’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배려에 얼마나 자극이 될까. 그동안 강조해온 ‘취업률’을 비롯해, 학생에 관련된 교육과 훈련에 대한 내용들도, 학생 자체보다는 주어지는 평가지표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라는 의문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대입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자동차 경적, 비행기 이착륙이 통제되고, 경찰차가 수험생을 실어 나를 정도의 범국가적 행사다. 바로 이러한 수능 및 내신, 면접 등 넘기 힘든 관문을 거쳐 선택된 인재들이 우리 대학생이다. 그런데 이들을 대학에 받아들인 뒤, 우리는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배려하고 있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요즈음 ‘다양성’이 혁신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글로벌 인재포럼에서도 세계적인 석학, 전문가들은 인재양성에서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성별 및 문화적 다양성의 포용,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 기반의 교육 및 체험, 다양한 배경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에 의한 팀워크, 학제 구분 없는 다양한 선택적 학습기회, 수준별 교육 등이 중요한 어젠다로 제시됐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 때로는 비합리적인 사람이 진보를 이뤄간다고 한다. 선진 명문대의 입학생 선발기준이 다양성 추구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현재 모든 사안에 절대적 영향을 주는 ‘평가’는 이제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점수 및 지표 중심의 획일성을 넘어야 한다, 시간과 재정 투자로 가능한 정성평가를 중시하며, 평가대상의 특성을 읽어주고 키워주는 맞춤형 평가로 반드시 전환해야 한다. 신뢰하기 어렵다고 계속 비생산적인 시스템에 머물러있는 일은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보다 긍정적, 적극적 태도로 신뢰를 쌓아가며 풀어가야 미래가 있다.
그러므로 대학은 물론 교수들도 이제는 주위의 요구에 따라가는 수동적 위치에서, 다양성을 수용하는 평가를 요구하며, 관련 정책과 사회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단기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장기적 안목에서 다양한 인재양성,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를 책임져야 한다. 여기에서 변화를 선도하는 힘이 형성되며, 진정한 개인, 대학, 국가의 창조적 글로벌 경쟁력을 세울 수 있다.
민경찬 논설위원/연세대·과실연 명예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