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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다양성을 품은 그곳의 비밀 … 과학자들의 설명도 진화한다
생물 다양성을 품은 그곳의 비밀 … 과학자들의 설명도 진화한다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11.10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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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24. 아마존
▲ 대우림 아마존은 생물다양성을 늘릴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기후변화에 따라 아마존에 있는 우림이 사라진다면 기후변화를 불러오고, 결국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세상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아마존. ‘아마존 열대 우림’에는 분홍돌고래, 피라니아, 극락조와 같은 희귀생물들이 산다. <네이처>는 지난달 28일 ‘아마존은 어떻게 생명을 창조하는 장이 됐나’라는 내용으로 아마존 생물 다양성의 비밀을 보여줬다.

40여년 전, 과학자들은 아마존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1969년 <사이언스>에 조류학자 위르겐 해퍼가 아마존 조류 종 분포와 높은 종 다양성을 식별하는 패치를 도식화해 실었다. 해퍼는 이른바 핫스팟(종 분화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을 빙하시대의 산물이라고 결론짓는다.
약 200만년 전 시작된 빙하시대(홍적세)에 세계 기온은 떨어졌고, 아마존은 메말랐다. 분지 대부분은 초원이 됐는데 다행히 열대우림은 그나마 가장 습한 지역으로 남았다. 산림지대에 생긴 이 고립영역은 생물들이 새로운 종들로 형태 분화되도록 했다. 기후가 따뜻하고 습하게 바뀌었을 때, 숲은 분지를 뒤덮으며 다시 넓게 퍼져나간다. 분화된 모든 새로운 종들도 숲을 따라 이동했다. 해퍼에 따르면 이 기후 순환은 홍적세와 후빙기인 홀로세 동안 몇 차례 반복됐다. 해퍼의 가설은 1990년 나온 <네이처> 논문으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다. 꽃가루 속과 동위원소 연구에 따르면 기후 순환은 아마존 대부분을 절대 건조한 초원으로 만들지 못했다. 특히 빙하시대에 남미 열대가 습했다. 과학자들은 아마존 생물다양성을 설명하는 이 새로운 주장 때문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일부가 포함된 서부 아마존은 매우 다양한 초목이 있는 지역이다. 동부 북미에 약 300종의 나무가 있는데, 서부 아마존에는 1헥타르에만 300종의 나무가 있다. 아마존 분지는 670만 평방킬로미터 지역으로 브라질 전역에 퍼져 있으며 대서양까지 이어진다. 아마존 강의 퇴적평야에 지금껏 전 세계에서 알려진 종 가운데 10%가 산다.

과학자들은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격한 지질학적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서부 아마존은 산이 치솟고, 해안이 이동하고, 강줄기의 진행이 바뀌는 변화를 겪었다. 이 때문에 서식지 단편화가 일어나고 대지 형태가 변해 종 분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격변이 어떤 형태로 일어났는지, 격변들 중 어느 것이 아마존 강의 종 분화를 강렬하게 했는지는 아직도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한 퇴적학자가 열대우림에 대한 연구를 재개하러 아마존을 돌아다니며 겪은 일들은 다음과 같다. 페루 아마존의 얕은 개울 비탈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무릎 깊이 진흙에 가라앉게 된다. 진흙에 빠지지 않으려면 엉덩이와 어깨를 조심히 흔들며 나뭇가지로 땅을 짚고 비탈을 걸어야 한다. 침이 없는 벌이 주위에서 윙윙 거리고, 마코앵무새는 나무 위에서 꽥꽥거린다.

굽어진 개울 어딘가에서 퇴적학자는 채석장을 마주한다. 채석장은 퇴적물로 이루어진 보통 벽으로 연구자 키 정도 높이다. 채석장은 900만 년 전 정도에 침전된 층이다. 즉 카리브해가 대륙 내로 들어오는 동안 형성된 채석장이다. 노출된 광맥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이 있는데, 아마존 열대 우림에 발생시킨 영원한 수수께끼가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채석장 연구와 다른 지리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연구원들은 아마존의 놀라운 생물다양성 원천이 매우 오래 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6천500만년 전 아마존 분지 서쪽 끝에서 초기 안데스 산맥이 조금씩 솟아오를 때다. 산맥이 길어지기 전 종들은 산비탈을 따라 좁은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존 우림의 안데스 산맥이 점점 솟아오를수록 생물다양성은 급증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종들이 탄생한다.

다음 가설을 보자. 카리브해가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했고, 넒은 습지가 섬에 형성되는 데 천만년 미만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생물들은 생물 군계의 다양함(소금물과 짠물, 물가와 육지)에 적응해야 했다. 그 결과 다양성이 일어났다.

이 가설은 플랑크톤과 연체동물, 해양어류 화석 그리고 아마존강돌고래와 같은 현존하는 종들로 인해 크게 지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남아메리카의 긴 역사 가운데 적어도 두 번은 그랬을 것이라고 간주한다. 파나마의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 고생물학자 카를로스 하라미요는 카리브 해가 대륙 북쪽 해안을 넘어 서부 아마존 내 2천km 넓이에 퍼졌다고 했다.

미국 미시간대 진화생물학자 크리스토퍼 딕과 다른 연구원들은 아마존 진화에 관한 다른 이론은 없는지 밝히기 위해 올해 7월 페루를 여행했다. 지리학적, 생물학적 자료를 찾기 위해서다. 연구원들은 바위, 화석, 살아있는 식물들을 조사했다. 살아있는 식물에 있는 유전자는 아마존 식물이 언제, 어디서 다양해졌는가에 관한 단서로 활용된다.

다른 팀들도 이 거대한 생물지리학 분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클림-아마존(유럽과 브라질 공동 프로젝트)은 고대 水域을 추적해 아마존 분지의 퇴적암 역사를 알아내고 있다.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 조류학자 조엘 크라크래프트가 이끄는 팀은 아마존 새와 나비, 영장류 그리고 두 식물 가계의 범위를 도식화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아마존 분지의 역사와 생물지리학 모양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해하려고 한다. 딕, 크라크래프트, 클림-아마존 팀은 11월 첫 주에 열릴 볼티모어 미국지질학 연례회의에서 각자의 발견과 연구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학문적 시너지 효과로 과학자들은 아마존에서 큰 규모의 생물 다양성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빨리 이해하게 될 것이다.   
기후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군집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촉진해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초기 아마존보다 최근 아마존에 더 많은 생물 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생각은 적용되지 않는다. 오늘날 기후 변화는 오히려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기후 변화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열대우림의 나무가 고사하는 비율이 30% 이상 높아졌다. 그에 반해 새로운 나무가 자라는 비율은 2000년 이후 늘지 않고 있다. 나무가 줄면 생물 다양성도 준다.

기후뿐만 아니라 지형, 토양, 수분, 인간 영향으로 생물 변화가 일어난다. 자연변화에 인간 역할이 너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앞으로도 다양한 생물을 창조하는 장으로 남을까. 생명을 파괴하는 장으로 영원히 변할까.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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