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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직선제’ 뒤집어보기
‘총장직선제’ 뒤집어보기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1.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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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의 대학평가와 대학의 ‘꼼수’가 맞물리면서 최근 대학 교원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학교수를 전임과 비전임으로 구분하던 시절이 대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교원의 신분과 유형을 계약에 따라 결정하다보니, 급기야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눴고, 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트랙’ 뒤에 전임과 비전임이라는 말까지 덧붙이기에 이른다.

▲ 최성욱 기자

대학엔 수많은 교원들이 계약에 따라 2~6년 혹은 그 이상을 ‘교원의 지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 다양한 교수의 신분도 간단명료하게 나뉘는 때가 있으니, 바로 총장선거철이다. 투표권이 있는 교수와 투표권이 없는 교수.

투표권이 있는 ‘전임교수’들은 총장을 선출할 권한이 교수들에게만 있다고 말한다. 근거는 몇 가지가 있다.

전임 지위의 교수만이 교육과 연구를 책임감 있고 지속성 있게 해나갈 수 있다는 것, 상대적으로 비전임 교수들은 잠시 있다 떠날 사람들이라 투표권을 주게 되면 교육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직원들은 노조에 소속돼 있어서 ‘특정후보 몰아주기’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들 직원들은 어디까지나 교수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이기에 투표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이들의 시선에서 학생은 잠깐 배우다 떠나는 학원수강생과 비슷한 존재로 비춰진다.

물론 총장선출에 관한한 판례와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교원 중심의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엔 그다지 이견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총장선거를 전임교원들만의 잔치로 보는 시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의 현실을 외면한 것으로 비쳐진다.

직선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부산대의 경우 직원의 투표 참여비율을 늘리고 학생과 조교까지 참여시켜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렇게 참여의 문을 열었지만 그마저 겨우 2%씩에 불과하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의 1차 중단기점을 2023년으로 예고했다. 여러 통계가 말해주듯 10년 안에 고등교육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통계청을 비롯한 각종 연구기관에서는 이 기간, 고교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지금처럼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사이버대학이나 공개강의 혹은 각종 기관을 통해 전문성을 쌓고 바로 취업을 하게 될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국적으로 ‘교수직 TO’ 1만여 개가 사라진다는 분석이 단순히 계산상으로만 나온 게 아니다.

벌써부터 대학들은 입학자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학부교육에 투자를 늘리고, 경쟁대학보다 더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평가만능주의라는 세태를 욕하면서도 막상 거부할 수 없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교수·직원 가릴 것 없이 그저 대학을 유지하는 데에만 총력을 쏟는다. 

이토록 치열하게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대학에 교육만족도를, 직원들은 대학정책의 방향을 따질 수 있는 ‘대학 구성원’으로 변모했다.

교육부가 전국의 국공립대학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인하면서 전면에 내세웠던 논리는 다름 아닌 ‘교수직선제’의 폐해였다. 교수들이 패거리문화를 이루는 탓에 선거철만 되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2차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총장직선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한 근거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이런 ‘폐단’을 대학재정지원평가와 연계한 이상 ‘전임교원’만이 전유해온 대학총장 선출제도에 대한 발본적이고 새로운 ‘상상’을 과감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 ‘폐단’은 걸러내고, 민주적 선출이라는 장점은 살리면서, 대학 구성원 전체로부터는 환대받는 새로운 ‘직선제’ 말이다. 교수뿐만 아니라 시간강사도, 직원도, 학생도 대학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나눠질 수 있는 민주적 ‘직선제’를, 민주주의 교육장을 대학에서 제대로 실천해보이면 어떨까.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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