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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구성원 참여비율 갈등 … ‘교수중심’ 탈피 요구
직선제 구성원 참여비율 갈등 … ‘교수중심’ 탈피 요구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11.0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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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선출제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직선제가 교육부 평가지표 뒤집을 ‘설득력’ 가지려면…

지난 2012년부터 정부가 재정지원사업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평가지표로 제시하면서 교육대학을 필두로 전국 국공립대의 총장선출제도가 사실상 공모제에 가까운 간선제로 바뀌었다. 1988년부터 교수들의 직접선거로 총장을 뽑아오던 관례가 25년 여 만에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 故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투신자살은 국립대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다시, 교수들이 총장직선제를 빼어들었다.

하지만 국립대에 직선제 총장이 등장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새 총장을 선임해야할 부산대, 강원대, 충남대 등은 최근 직선제로 전환할 뜻을 밝히고 공청회, 학칙개정 등 세부 절차를 이행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교수-직원-학생 등 구성원들이 총장직선제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따라 바뀌어온 국립대 총장선출제도 

전임교원들은 국립대 총장 임용을 규정하고 있는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전임교원 중심으로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의 절반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비전임 교원을 비롯, 직원과 학생들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충남대는 지난달 말 교육부 대학평가와 일정 등을 이유로 ‘추첨식 간선제’를 채택키로 했지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직원의 범위와 비율을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일 충남대 직원협의회에 따르면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 개정 위원회’에서의 합의안인 ‘교수 27, 직원 7, 학생 2, 조교 1’비율이 학무회의를 거치면서 ‘교수 31, 직원 5, 학생 1’으로 바뀌었다.

직원·조교·학생의 투표권을 교수가 가져갔고, 이 과정에서 조교의 투표권은 아예 빠지게 된 것이다. 충남대 직원협의회는 “처음으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가 최종단계에서 배제된 상용계약직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직원위원 중 1명이 상용계약직에 배정될 수 있도록 시행세칙을 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수회의 이번 직선제 안에 대해 ‘교수 기득권 지키기’로 규정하고 “향후에는 교수 독식구조가 아닌, 직원·학생·조교 등 모든 구성원의 참여 속에 새로운 총장선출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전임교원 투표를 통해 직선제를 채택한 강원대는 부산대의 직선제와 유사한 방식을 논의하고 있지만 구성원들 간 대립 양상은 충남대와 비슷하다. 당초 부산대는 직원의 투표 참여비율을 교수 전체의 11%로 확정하고, 학생과 조교에게도 각각 2%의 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들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이 100여 명, 학생·조교 2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이 같은 ‘부산대 모델’에 대해 강원대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 조교 등 기존엔 참여하지 않았던 구성원들을 포함시킨 것이니 진일보한 직선제”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강원대 직원협의회 측은 ‘1인 1표제’를 요구하고 있다.

강원대는 직선제에 관한 학칙개정과 선거규정 제정안을 마련하고 5일부터 심의에 들어갔다. 교무회의와 평의원회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직선제 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립대 가운데 가장 먼저 직선제를 공언한 부산대는 지난달,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의 적용시기를 이번 총장선거에서 뺄 것을 교수들이 결의하자, 김재호 교수회장이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 회장은 “이번 총장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선거 위반행위로 인해 만에 하나 당선 무효가 돼버리면 너무나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총장직선제를 반대하는 교육부에 맞서는 상황에서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로 인해 재선거를 치르게 되면 국립대 총장직선제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순천대-교육부 ‘1순위 추천자’ 두고 대립

이처럼 국립대 총장선출제도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요구해 온 간선제도 매끄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최근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임용 최초로 ‘2순위’ 후보자를 총장에 임명하면서 대학가엔 총장선거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순천대는 지난 6월 8대 총장 후보선거를 통해 정순관 교수를 1순위로 올렸지만, 교육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2순위 후보인 박진성 교수를 총장에 임명했다. 이에 순천대 교수회는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88.8%의 교수들이 박 교수의 총장 임명에 반대했다. 교수회는 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교육부엔 임명 철회를, 박 교수에겐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반발이 커지자 교육부는 돌연 ‘국립대학 총장임용후보자 무순위추천 방안’을 발표(6일)했다. 이를 통해 국립대 총장후보자 임명 시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교육부는 “법령에 순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음에도 (대학이) 관행적으로 순위를 정해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해왔다”며 “순위를 정하지 않고 2인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의견을 새삼 확인하면서 ‘정상화’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에 대해 경기지역의 한 국립대 교수는 “각 대학에서는 2명의 총장을 뽑기 위해서 투표하지 않는다”며 “순위추천이 잘못된 관행인 것으로 규정하면서 ‘무순위’ 추천을 얘기하려면 오히려 교육부가 그간 왜 1순위자를 임명해 왔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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