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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저편 오리온을 언제 보셨던가요?
은하수 저편 오리온을 언제 보셨던가요?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0.27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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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가을밤, 별을 담고 싶다면
▲ 강원 화천 수피령에서 담은 오리온. Nikon D600, Samyang 14mm f2.8. 최대개방에서 30초 노출. 10월 18일 05시 19분.

자동차로 대략 2시간 15분 남짓 걸리는 철원과 화천 사이에 위치한 ‘수피령’은 가을밤 뷰(view)가 굉장히 아름답다. 북극성 찾기도 쉬워멋진 일주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어느 노회한 사상가이자 문예비평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게오르그 루카치, 『소설의 이론』)

그렇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며 낯선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친숙하게 보이는 세계지만 지극히 낯선 세계를 살아가는 지금, 더 이상 별빛은 삶의 길을 인도하는 좌표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별빛은 사란진 걸까.

가을이 깊어간다. 노란 은행잎들이 마구 날려 내린다. 먼 산은 벌써부터 붉게 물들고 있다. 세속도시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가을밤 별빛을 따라 짧은 여정에 나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빛나는 은하수 저편의 존재들을 올려다보는 일도 상쾌하기 그지없다. 아직 찬바람이 매섭지 않으므로, 오래 별을 올려다보면서 바하나 베토벤의 음악, 또는 장사익이나 이문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지금, 카메라와 함께 떠난다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별들의 궤적도 좇을 수 있다. 결코 어렵지 않다. 니콘이라면 D200 기종 정도면 훌륭하다. 그러나 삼각대는 필수다. 비싸지 않아도 튼튼한 삼각대면 된다. 흔히 별 궤적 사진을 ‘일주 촬영’ 또는 ‘별 돌리기’로 부른다. 야간 촬영이다보니 확인할 게 여럿 있다. 일단 자신의 디지털카메라가 인터벌 촬영이 가능한지를 알아야 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카메라가 ‘인터벌 촬영’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매뉴얼을 찾아 인터벌 촬영 대목을 두세 번 숙독하면 별 사진을 담을 기본 준비는 마침 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시간 노출을 주고 촬영해야하기 때문에 깊은 밤일지라도 ‘어떤 빛’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밤하늘 별빛을 제외하고 그 어떤 불빛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자동차 불빛이나 스마트폰 불빛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밤에 떠나는 별 사진 촬영은 여럿이 가기보다 마음 맞는 2~3명이 움직이는 게 좋다. 가장 좋은 건 혼자 촬영가는 건데, 혼자서는 아무래도 깊은 가을 산 속에서 밤을 보내는 건 부담스럽다.

▲ 인터벌 촬영으로 담은 별 궤적.

목적지에는 가능한 일찍 도착하는 게 좋다. 늦어질수록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밤에 움직이는 건 모두 불빛을 동반하기에 그렇다. 요즘 같은 때라면 8시까지는 목적지에 도착해 별 사진 촬영 준비를 해야 한다. 밤이 깊을수록 카메라 세팅하기가 쉽지 않고, 특히 렌즈 초점이 분명하게 맞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6~8시간 별 사진을 담았는데, 집에 돌아와 모니터에 연결해보니 모두 핀이 나간 사진이라면 기가 찰 것이다. 렌즈는 수동렌즈도 좋지만 가능한 최대개방 조리개가 1.4~2.8 정도인 게 좋다. 노출은 25초~30초로 주고, 30초마다 카메라가 스스로 촬영할 수 있게끔 인터벌 세팅하면 끝이다.

가을밤이지만 새벽녘이면 으스스 한기가 돈다. 추위에 강한 가벼운 파카나 외투는 필수다. 이게 없다면, 은하수 너머 오리온을 찾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닐 것이다. 취사는 금지돼 있으니, 보온물통에 뜨거운 커피 등을 담아가는 게 좋다. 세팅만 문제없다면 카메라가 알아서 촬영하기 때문에 한두 시간 쪽잠을 자도 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밤하늘 별자리의 움직임을 감상하는 게 더 좋을 수 있다.

서울 근교를 예로 든다면, 동호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수피령(해발 782m)을 제안하고 싶다. 자동차로 대략 2시간 15분 남짓 걸리는 철원과 화천 사이에 위치한 ‘수피령’은 가을밤 뷰(view)가 굉장히 아름답다. 북극성 찾기도 쉬워서 멋진 일주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다만 고갯길에 접한 탓에, 이동하는 자동차 불빛이 조금 방해가 될 수 있지만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새벽까지 은하수와 함께 오리온을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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