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1:20 (금)
민주적 소통 환기하는 치밀한 논변
민주적 소통 환기하는 치밀한 논변
  • 교수신문
  • 승인 2015.10.27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깊이읽기_ 『설득의 정치』 키케로 지음|김남우 외 옮김|민음사|396쪽|19,500원

최근 한국정치는 ‘설득’을 잃어버린, 힘의 논리 일색이다. 마지막 로마공화정을 이끌었던 사상가이자 정치가 키케로가 남긴 ‘설득’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책이 번역됐다. 이 책은 설득의 논리를 잃어버린 우리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두 편의 서평을 게재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시 성공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성과를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제반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역시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 전반의 균열과 분열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 심화를 통한 사회 통합 능력의 강화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과 차이의 ‘소통’을 통해서만 비로소 유지될 수 있다. 진리의 독점, 다양성과 차이의 부정은 민주주의의 죽음을 의미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소통과 통합의 부재 속에 민주주의가 존속할 수도 없는 법이다. 하버마스가 의사소통 행위 개념에 기초해 ‘토의 민주주의’를 강조한 이유 역시 민주적 참여와 토의를 통해 공적인 의지를 형성해 낼 때 비로소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이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역시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바로 소통과 토론의 활성화다. 공적인 토론을 통해 사회의 각종 문제가 노정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와 토론이 활성화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그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키케로의 연설문을 담고 있는 『설득의 정치』는 오늘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키케로의 연설문들 속에서 불의에 대한 감수성, 합리성과 토론에 대한 신념, 동료 시민들을 설득하고자 하는 열정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로마 최고의 웅변가인 키케로가 법정과 원로원에서 행했던 대표 연설문 7편을 담고 있으며, 다루는 주제들 역시 존속살해와 같은 형사법적 주제에서부터 탄핵과 같은 정치적 주제, 나아가서는 인문학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들을 아우르고 있다. 키케로의 시대, 그리고 로마공화정을 수호하려 했던 그의 정신을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대 세력가의 횡포에 대한 키케로의 비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치밀한 논변들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과 토론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게 한다. 민주적 소통은 결코 단순한 입장 차이의 확인이나 적절한 타협이 아니라, 정의와 애국심에 기초한 엄정한 현실비판, 치밀한 논거에 기초한 공적 합의의 모색이 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고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볼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김원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다. 『배제, 무시, 물화』등을 썼다. 『현대 정치철학의 테제들』 등 사회비판총서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