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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재난로봇’이 활약했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재난로봇’이 활약했다면…
  •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 승인 2015.10.2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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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과학本色 122. 아시모
▲ 혼다에서 개발 중인 실험용 휴머노이드 로봇이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사진출처=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아시모는 이제 네발로 걷기가 가능하고 사다리도 오를 수 있다. 기술전문지 <익스트림테크(EXTREMETECH)> 10월 13일자 ‘재난 대처 새 로봇을 혼다가 디자인 하다(Honda designing new ASIMO-style robot for disaster response)’와 <IEEE 스펙트럼(Spectrum)> 10월 2일자 ‘혼다가 재난 대처를 위해 실험용 새 아시모를 개발한다(Honda Using Experimental New ASIMO for Disaster Response Research)는 관련 소식을 전했다.

 

장애물 감지하고 사다리 오르는 로봇

아시모가 1.3m에 48kg인데 반해, 실험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1.675m에 무게가 거의 두 배 가량인 85kg이나 나간다. 로봇의 자유 동작요소를 측정하는 단위인 DOF(Degrees Of Freedom)는 아시모가 전체 57DoF인데 반해, 실험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33DoF다. 실험용 로봇은 일반 로봇과 같이 전력 공급을 위해 줄이 매여 있지 않다. 뒤에 매고 있는 하얀 박스는 배터리이거나 연료 전지 혹은 작은 핵융합로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가장 복잡하고 유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왜 이 로봇을 활용하지 못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시모가 재난 대응 로봇으로 개발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시모는 사무실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지진이나 폭발, 외계인 침공 같은 일들에 아시모는 대응하지 못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누출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물리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외상도 겪고 있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굉장히 유용하다. 이 때문에 혼다에서 로봇을 개발 중인 것이다.

일본이 로봇들로 가득차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대부분 갖고 있다. 완전히 근거 없는 믿음은 아닐지라도 대부분 일본 로봇들은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 앞장서지 못한다. 수많은 로봇 전문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수많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거나 심지어 초기에 사고를 방지하는데 활용될 수 있었던 로봇을 기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혼다는 새로운 개념의 재난 대처 로봇을 디자인 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모의 극명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혼다 엔지니어들은 재난 유형에 반응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작업을 통해 혼다는 이미 장애물을 감지하고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혼다 엔지니어들은 아시모의 걸음걸이 변화와 사다리 오르기 관련한 논문을 발표했다.

첫 번째 논문 「두발과 네발이동 사이의 역동적 걸음걸이 변화」는 밑에서 무언가를 잡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로봇이 2족 보행에서 4족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수직 사다리 오르기와 보행 전환」에서는 좁은 길을 통과하고 사다리 활용하는 것을 설명한다.

실험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아시모 DNA가 분명 담겨 있지만 많은 점에서 달라보인다. DARPA(세계재난대응 로봇대회)에선 로봇이 매우 경사 높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결승전에 가면 계단이 매우 더 짧아지고 가파르다 못해 수직에 가깝다. 혼다는 계단 오르기를 위해 쏟아부을 시간이 없다. 혼다는 로봇이 이족보행을 하다가 네발로 전환해서 수직 사다리를 오르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미끄러운 사다리를 올라가는 로봇을 보이는 로봇을 본 적이 없다. 특히 계산된 궤도를 이동하다가 작은 실수나 비틀어짐, 혹은 다른 위치 관련 에러가 발생하면 쓰러질 수 있다.

혼다는 개발한 제어 방법은 로봇의 포지셔닝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제어 방법을 개발했다. 이 제어기술은 에러에 대응하고 바로 이어지는 접점 위치에 적응하도록 해준다. 그 결과 실험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당당히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 혼다는 좀더 빠르고 효과적인 사다리 오르기 방법을 개발 중이다.

로봇대회에선 멀티 모드의 이동보행의 이점을 강조한다. 단지 걷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바퀴로 이동하거나 얼마든지 사족보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혼다 역시 이러한 생각에 착안하여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형태를 깨지 않고 ‘로봇 유인원(robotic ape)’을 만들고 있다.

실험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몸통에 있는 한쌍의 플라이휠을 회전시킴으로써 순식간에 네발이동을 할 수 있다. 이족으로 돌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험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0.5km/h의 속도로 이동 가능하다. 평형유지 소프트웨어는 아시모가 똑바로 서도록 해주는 알고리즘의 확장판이다. 연구원들은 자율 계획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로봇이 그 어떤 환경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길 바라고 있다.

▲ 혼다에서 개발 중인 로봇의 개념도. 사진출처=

두발·네발로 걷는 ‘로봇 유인원’ 눈앞에

혼다는 재난 대처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다 공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머리에 센서를 장착하고 등에 큰 배터리를 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센서는 실시간으로 위치와 속도를 감지하도록 한다.

특히 센서는 로봇이 걷거나 기어 오를 때 발생할 수 있는 에러들을 방지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가 작동하게 한다. 또한 센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네발 모드로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다.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유지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도록 말이다. 두발에서 네발로 전환하는 데는 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내엔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팀이 ‘휴보’를 발전시키고 있다. 휴보는 지난 6월 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3년엔 거의 꼴등이나 마찬가지였다. 일취월장한 비결은 뭘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 교수는 오랫동안 고장이 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로봇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재난로봇은 힘든 환경 속에서 1~2시간은 버터야 한다. 이를 위해 로봇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고 커뮤니케이션이나 영상인식 소프트웨어에 집중했다.
최근 ‘할매네 로봇’이 인기다. 특히 시골에 사는 독거 노인과 로봇, 그리고 연예인이 함께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 정말 1인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인가. 재난 대처뿐만 아니라 일상에 적용되는 로봇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

 김재호 학술객원기자 kimyital@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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