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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호 새로나온 책
제803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10.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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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비평가들은 중국의 아프리카 토지 매입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현재까지는 말리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중국이 토지 매입에 가장 앞장서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아프리카의 농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며 향후에도 매입 가능한 토지를 최대한 사들이지 말란 법도 없다. 중국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0퍼센트에 달하지만 농지비율은 9퍼센트에 불과하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1인당 경작지 면적이 중국보다 작은 나라는 오직 이집트와 방글라데시 두 나라뿐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진행되는 거대한 건설 사업과 오염, 침식 때문에 경작지 규모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의 미경작 농경지 가운데 60퍼센트가 아프리카에 있다. 중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천명하든지 중국의 식량 안보는 이 미경작 농경지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과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하워드 프렌치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 교수,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박홍경 옮김, 지식의날개, 2015.10) 중에서

■ 고조선 연구(상), 윤내현 지음, 만권당, 552쪽, 35,000원(개정판)

개정판 『고조선 연구』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편집해 상·하, 두 권으로 나뉘었으며 이번에 출간된 상권은 ‘서장’과 ‘총론’으로, 그리고 근간 예정인 하권은 ‘각론’으로 구성돼 있다. 서장에서 저자는 고조선 연구의 필요성과 연구 방법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특히 관련 역사서와 고고학 자료에 대해 역사학자가 갖춰야 할 객관성과 가치판단을 당부한다. 말하자면 고조선을 바라보는 ‘편견 없는 열린 시각’과 고조선을 대할 때의 ‘과학적 태도’를 주문한 것이다. 이어지는 제1편 총론에서는 고대 조선의 지리와 개념을 먼저 살피고 고조선의 건국과 민족 형성, 고조선의 강역과 국경, 고조선의 연대와 중심지, 한사군의 위치 순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그야말로 ‘고조선의 모든 것’을 망라한 방대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살아 숨 쉬는 고조선, 잊히고 지워진 단군,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폄훼당해 만신창이가 됐던 우리 민족의 고대사를 당당히 복원해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한사군 한반도설 등 기존의 학설들을 비판한 명쾌한 논리와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근거, 그리고 논리적 추론으로 고조선을 오늘에 되살려낸다.

■ 공학철학, 루이스 L. 부치아렐리 지음, 정영기 옮김, 서광사, 192쪽, 17,000원

저자가 네덜란드의 델프트공과대학에 초빙교수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 저자는 공학과 철학이 서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디자인을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들의 생산품에서 발견되는 오작동을 다루며, 그들이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우리가 철학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을 경우 더 잘 이해된다고 말한다. 모두 6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1장은 공학철학에 대한 소개와 책 전체에 대한 소개로 구성됐다. 2장은 디자인 언어와 언어의 차이점 때문에 생기는 협상문제를 사례중심으로 서술한다. 3장은 인식론 중심으로 엔지니어가 실패와 오류를 다루는 방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엔지니어가 자신들이 다시 만든 세계를 모델링하고 이상화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5장은 공학교육의 문제를 다루는데, 지난 10년간 혁신에 초점을 두고 제안되고, 시도되고, 실현됐던 몇 가지 미국의 변화들을 살펴본다. 6장은 앞서 다룬 내용들에 대한 짧은 부연으로, 1장에서 5장까지의 내용을 정리한다.

■ 요청과 지향: 칸트와 헤겔을 중심으로, 김석수 지음, 율력, 592쪽, 25,000원

칸트와 헤겔에 대해서는 그 명성만큼이나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연구들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국내 학계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칸트와 헤겔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 상호 발전적인 소통이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헤겔 철학의 옹호자들은 칸트의 ‘요청’에 기반을 둔 철학을 ‘무력한 철학’으로 규정하고, 칸트 철학의 옹호자들은 헤겔의 ‘지양’에 기반을 둔 철학을 ‘과도한 철학’으로 규정한다. 이런 문제점을 성찰한 저자에 따르면, 칸트의 ‘요청’은 주체가 타자와 분열된 채 타자에 단순히 기대거나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자를 대상화시키는 것을 넘어 서로를 목적으로 대우하는 나라에 이르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헤겔의 ‘지양’도 주체와 타자 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거나 포섭하기보다 타자와의 인정 투쟁의 과정을 거쳐 서로가 주체로서 인정받는 인륜성에 이르려고 한다. 저자는 칸트와 헤겔 사이의 상호 대화를 통한 협력 가능성이 없는지 흥미롭게 고찰해냈다.

■ 제국을 사진 찍다: 대영제국의 사진과 시각화, 제임스 R. 라이언 지음, 이광수 옮김, 그린비, 448쪽, 23,000원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기(1837~1901)부터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대영제국의 팽창 과정에서 사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당대의 사진자료와 기록을 꼼꼼히 연구하여 밝히고 있는 책이다. 영국의 지리학자로 탈식민주의의 관점에서 제국주의와 시각이미지의 관계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사진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이 의도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는 ‘담론적 구성물’이라는 전제에서 사진과 대영제국의 팽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의 발명(1939년)과 발전은 대영제국의 급격한 팽창과 시기적으로 일치하며 이 기간 동안 영국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리학적 탐험의 증거로서, 식민지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의 생산자로서, 정복활동의 기록으로서, 식민지 인종과 내부의 범죄자들에 대한 유형화의 도구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상의 지리학’을 위한 교육의 자료로서 제국이 스스로를 이미지화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사진을 활용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 에밀리 앤더스 지음, 이은영 옮김, 휴머니스트, 328쪽, 16,000원

올해 초 러시아의 한 모델이 파티 드레스코드가 핑크색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고양이를 핑크색으로 염색해 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이렇듯 이 책은 개인의 기호에 운명이 좌우되는 애완동물 문제를 포함해 실험실 페트리 접시 위에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올려놓고 있는 생명공학의 현주소를 파헤친다. 애완용 형광 물고기부터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해 내는 염소, 1960년대 실행됐던 스파이 고양이 ‘어쿠스틱 키티’ 작전, 원격으로 조종하는 로봇 벌레, 멸종동물을 복원하고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명공학의 명과 암을 밝힌다. 과학 저널리스트답게 저자는 시골의 헛간부터 최첨단 실험실까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적인 생명공학의 현주소를 찾아간다.

■ 한국 근대화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평가, 최형묵 지음, 한울, 368쪽, 34,000원

신학적 관점에서 한국 근대화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최초로 시도한 한편, 산업화와 민주화의 모순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사회의 기원을 해명하는 책이다.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근대화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최초로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한국의 근대화과정은 시민적·정치적 권리 및 사회적·경제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책임이 민중세력에게 부여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학자인 저자는 인권 개념을 사회윤리의 규준으로 삼아,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때라야 경제적·정치적 발전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으며, 민중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 곧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임을 민중신학에 기반을 둔 사회윤리 방법론을 통해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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