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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지자체 토론회가 ‘입문’경로
학술대회·지자체 토론회가 ‘입문’경로
  • 이재 기자
  • 승인 2015.10.2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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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논란, 폴리페서

교수들의 다양한 ‘투 잡(Two job)’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폴리페서’다. 정치와 교수의 합성어인 폴리페서는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교수를 뜻한다.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교수들이 교수직을 유지한 채 선거에 나선 것이 이슈가 돼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37명의 교수가 국회의원에 도전해 15명이 당선됐다. 이들은 국회법에 따라 임기 중 휴직이 보장돼 현재까지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에서 낙선하더라도 ‘친정’이 따로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교수들은 어떤 경로로 정치에 ‘입문’하게 될까.

많은 교수들이 의외로(?) ‘학문적인 경로’를 통해 정치에 입문하고 있었다. 주로 지역 현안에 대한 토론회나 학술대회가 정치 입문의 경로가 됐다. 지역신문에 정치적인 현안에 대한 글을 싣는 경우도 있었다. 전남지역의 건축전문가로 알려진 한 교수(56)는 시의 건축 관련 자문위원회와 정책현안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지역구 의원들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지역당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

이 교수는 “건축학 분야는 원래 지방자치단체와 교류가 잦은 학문인데, 건축심사 등은 지역의 현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당 관계자들과도 안면을 트게 됐다”며 “선거철이 되면 이런저런 ‘활동’을 주문 받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적당히 사양하면서 활동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 비해 주목도가 덜한 지방의회도 교수들이 주로 활약하는 공간이다. 지방의회 상임위원회의 각종 정책행사에 주로 해당 분야 교수들이 토론자 등으로 참가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보다 위상이 낮아 지방의회 의원으로 직접 입후보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최근 가장 이목을 끈 폴리페서는 단연 최우원 부산대 교수(60)다. 최 교수는 지난 6월 “인터넷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 대선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아서 제출하라”고 과제를 내 물의를 빚었다. 이 일이 화제가 되자 최 교수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출마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미 앞선 18대 총선에도 입후보한 바 있는 전형적인 ‘폴리페서’다. 지난 2008년 최 교수는 자유선진당의 공천을 받고 부산 금정구에 출마한 바 있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폴리페서의 ‘입후보’보다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시평 서경대 교수(공공인적자원학부)는 “폴리페서의 문제는 정책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이들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권에 진입하려는 교수들의 행태가 문제”라며 “(입후보한 뒤) 학생을 선거에 동원하거나 자신을 지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때문에 교수들의 정책참여가 비난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정치권에 입문하고 싶은 그릇된 욕망 때문에 정설이 아닌 내용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거나 주입시키고, 친권력적 발언을 쏟아내는 등 ‘잘 보이기에 여념이 없는 교수들이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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