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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축적된 사회조사 자료에 담긴 진실은?
50년 축적된 사회조사 자료에 담긴 진실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0.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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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한국인의 삶 반세기의 변화’ 추적했더니…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이유로 가장 크게 내세운 건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동력이란 부분이다. 이 동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올바른 역사’로 본다면, 이는 경제성장을 강조한 셈법이 된다. 최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소장 장덕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압축성장의 고고학』(한울 刊)은 이러한 경제성장의 신화 그늘에서 전개된 삶의 변화와 그 결과에 대한 적극적 성찰을 요청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덕진 소장은 50년간 축적된 다양한 사회조사 자료들을 활용, “현대사를 경제성장과 민주화로만 요약한다면 다양한 결과들이 묻히게 되고, 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사회적 구성 원리에 의해 지금 같이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축성장의 고고학』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저출산, 학력 인플레이션, 노령화, 사회복지 등 8개의 주제를 통해 한국 사회 반세기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 중요한 추세 가운 하나는 ‘개인화’ 경향임을 밝혀냈다. 장 소장은 이 개인화 경향을 두고 “급격한 양적 성장 신화의 이면에서 개인들은 갈수록 자신의 삶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변화들을 겪어 왔다는 뜻이다. 각자도생의 사회다”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저출산은 출산 자체가 줄어들 뿐 아니라 출산 시기 또한 갈수록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으며, 교육의 경우 경쟁에서 이겨 더 높은 곳에 올라가겠다는 비도덕적 가족주의가 팽배했으며 그 결과 사회적 연대의 자원을 파괴하고 성과주의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고령화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진행돼온 대부분 지역의 고령화를 외면하고 있으며, 노인 세대 내부의 양극화마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도시화 과정에서 한국인은 이웃 공동체에 참여하기보다는 많은 자원을 가진 사람들로만 이뤄진 연고형 조직들에 참여해, 자원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노동자 역시 ‘연대를 잃어버린 노동자’가 돼 조금이라도 나은 경제적 조건에 자신의 상황과 움직임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사회적 위험도 현저하게 늘었고, 그 위험은 계층화됐다. 위험의 계층화 사다리에서 아래쪽에 속하는 사람들은 사회연대에 기초한 위험 분산의 기회로부터 배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소장은 이러한 결과들이 선진 자본주의 및 후기 산업사회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이며, 선진국가들이 정치적 선택과 사회적 연대의 수단을 동원해 이에 대응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 책이 복원해낸 반세기에 걸친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그 궤적은 이제 우리도 그러한 선택과 수단들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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