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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호 새로나온 책
제802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5.10.1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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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지식은 다른 어떤 지식과도 다르다. 우리는 물질세계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는 반면, 수학적 진실에 대한 생각은 왜곡시킬 수 없다. 그것은 객관적이고, 일관되며, 필연적인 진실이다. 수학 공식이나 정리는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나 같다. 성별, 종교, 피부색에 상관없이 지금으로부터 1천년 후에도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일 것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그 전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수학 공식에 대해 특허를 낼 수 없다. 이 세상에 이토록 심오하고 훌륭하면서도 모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러한 지식의 보고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다. 이는 너무도 귀중해서 처음 발견한 몇 명에게만 주어질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 에드워드 프렌켈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수학과 교수, 『내가 사랑한 수학』(권혜승 옮김, 반니, 2015.9) 중에서

■ 먹거리, 지구화 그리고 지속가능성, 피터 오스터비르 ·데이비드 A. 소넨펠드 지음, 김철규 외 옮김, 도서출판 따비, 432쪽, 25,000원

저자들은 지구화 시대의 먹거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만이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세계는 점점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술적’ 해결책을 찾았다. 그러나 외부 투입재를 다량 사용하는 녹색혁명식 해결책은 수질 및 토양 오염 같은 환경 문제를 낳았을 뿐 아니라 먹거리 생산을 산업에 종속시켰으며, 유전자조작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대안으로 삼고 있는 현재는 또 다른 차원의 식품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먹거리 생산의 잣대를 생산량 대신 지속가능성으로 대체해도 해결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먹거리 수송에 소요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아프리카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된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각종 인증제 및 표시제(라벨링) 역시 유통권력으로 작용할 때는 생산자를 착취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 메이지의 문화, 이로카와 다이키치 지음, 박진우 옮김, 삼천리, 352쪽, 25,000원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토모, 이노우에 가오루 같은 자들은 그들이 후일 고백하고 있듯이 상당히 실수가 많고 시행착오를 되풀이 한 정치가이며, 오로지 국민 각층의 창조력과 운 좋은 역사적 우연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대성공’을 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메이지 문화’ 속의 근대적인 요소를 ① 민주주의, ② 자아의식과 개인주의, ③ 자본주의, ④ 내셔널리즘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파악한다. 이 시대에 자유민권운동이 좌절되고 민중 생활의 리듬이 뿌리 뽑히면서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는 억압되고 자본주의와 내셔널리즘이 왜곡되고 만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천황제 이데올로기와 ‘國體’ 관념이 근대 일본을 지배하게 됐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마루야마 마사오로 대표되는 ‘근대주의’를 비판하며 전후 일본 민중사 연구의 흐름을 만들어 낸 신호탄이 됐다.

■ 미메시스: 사회적 행동-의례와 놀이-미적 생산, 군터 게바우어·크리스토프 불프 지음, 최성만 옮김, 글항아리, 288쪽, 16,000원

그간 많은 이들은 ‘미메시스’를 다룰 때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오늘날까지 수많은 문예학자를 고취시키며 여전히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 책은 미메시스에 대한 해석을 사회적 발전과 실천들을 향해 열어놓지 않고, 문학적 재현의 전통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한정지었다는 데서 한계를 찾을 수 있다. 저자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사회적 미메시스’ 개념을 중심으로 문화, 미학, 사회과학, 교육학 등 여러 분과학문에 걸쳐 그 개념을 확장시키며, 특히 미메시스로 인해 실천적 지평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를 탐색한다. 게바우어와 불프 두 학자는 20년 넘게 공동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처럼 미메시스 개념을 확장해왔고, 그것이 플라톤 시대 이전에 지녔던 전통적 의미까지 새롭게 되살리면서 오늘날 차이, 주체 구성, 사회적 행동의 구성 이론과 어떤 접점을 가질 수 있는가를 논하고 있다.

■ 백 년 동안의 진보, 박헌호 편저, 소명출판, 736쪽, 48,000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문화동역학 라이브러리 22권.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20세기를 지배했던 진보 서사의 담론적 의의와 그 실천양태를 점검하고, 지난 백 년간의 한국 근대사를 ‘진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읽어낸다.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진보적 성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결과, 진보는 현재 일개 진영논리로 전락했고 보수의 의지처로만 기능한다. 필자들은 진보에 관련해 다양한 문제적 지점들을 보여줌으로써 20세기 한반도에서의 진보 개념의 문제성을 드러내고 있다.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문명과 후진성 그리고 혁명, 경제라는 개념을 통해 20세기적 진보의 출발을 헤아린다. 2부에서는 이러한 이데올로기들이 처한 곳을 특히 민족, 종교, 젠더로 고찰했다. 3부는 문학에서의 진보의 양상들을 살폈다. 마지막으로 4부는 80년대의 운동감성과 이후의 기억서사에 대한 논의가 중심을 이룬다.

■ 사회학의 쓸모: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 외 지음, 노명우 옮김, 서해문집, 256쪽, 15,000원

바우만 사상의 정수와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66개의 대담 속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책. 사회학은 과연 어떤 학문이며 왜 필요한지, 사회학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결국 사회학이 인간 사회에 쓸모가 있으려면 사회학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치열하고도 담담한 어조로 고백하는 자전적 사회학 개론서다. 바우만 자신의 저작에 담긴 원칙, 사회학자로서 자신의 삶과 생애 이력에 대한 성찰, 유동적 현대 세계에서 사회학자의 소명 등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바우만은 무엇보다 우리가 온전히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사회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이 펼쳐지는 동시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학의 책무이며, 나아가 사회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려는 포부를 품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 상식을 의문시하라고 호소하는 바우만의 육성이 들린다.

■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arte(아르테), 204쪽, 13,000원

레비 스트로스의 유작. 11년에 걸쳐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기고한 글을 모아 발간됐다. 시대의 뜨거운 쟁점을 담은 열여섯 가지의 논쟁과 그에 대한 시평이 실려 있다. 19세기를 관통한 서구 식민지배의 산실인 문명(선)과 야만(악)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종지부를 찍은 레비 스트로스의 연구가 망라된 역작이다. 11편은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분석한 사례이며, 나머지 5편은 이론적인 접근에 가깝다. 저자는 사례 분석에서 소의 골분을 소에게 먹이고 그렇게 사육한 소를 도축해 먹는 인간은 문자 그대로의 식인종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론에 대한 접근에 가까운 5편의 글도 완전히 이론에만 집착하지는 않으며, 특히 구조주의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 찰흙과 항문에 관련된 신화가 제시된다. 하나의 문화가 권위를 앞세워 다른 문화를 재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을 거부한 저자의 오랜 철학적 신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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