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30 00:40 (토)
초중등 교육은 다양한 학설보다 기본이 먼저다
초중등 교육은 다양한 학설보다 기본이 먼저다
  • 조오현 건국대 명예교수·국어학박사
  • 승인 2015.10.19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로칼럼] 조오현 건국대 명예교수·국어학박사

요즈음 역사학계와 정계는 온통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제정 문제로 시끄럽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편향된 역사 교육에서 벗어나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논리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면 균형이 잡힌 역사관과 다양한 역사관은 다른 것일까? 표현이 다를 뿐 두 개념은 결코 다른 말이 아니다. 다양한 시각으로 균형 있게 다뤘다면 그것이 균형 잡힌 역사관이다. 말은 다양한 역사관을 외치면서 내용은 한 쪽으로 치우친 교과서를 만들었기 때문에 좌편향이니 친일미화니 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찬성하고 하는 것이 정치적 이익과 손해, 그리고 기득권을 의식한 지극히 계산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위의 논의를 떠나서 초중등교육에서 역사교육은 통일된 교육이 필요하다. 중고등학교는 다양한 학설을 가르치는 학문기관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갈 가치를 구현하고 앞으로 전공교육에 필요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과거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은 통일된 학교문법 교과서로 안정된 교육을 하고 있지만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교육 현장에서는 통일된 문법교과서를 갖지 못해서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던 일이 있었다. 통일된 학교문법 교과서가 나오기 전에 선생님들이 강의 시간에 같은 문제를 놓고 서울대에 갈 사람은 정답이 XXX이고 연세대에 갈 사람은 정답이 △△△이라고 가르치던 생각이 난다.

이렇게 다른 학설을 가르치는 것은 그래도 균형 있는 교육이었고 심지어는 같은 학교 안의 같은 학년에서도 선생님의 출신 대학에 따라 문법 용어와 내용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1학년 때에 배운 내용이 2학년에 다 뒤바뀌는 일도 있었다. 학생들이 다양한 이론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문법을 어렵게 생각하던 학생들이 문법을 포기하던 일이 있었다.

이에 문교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한해 문법 용어와 품사의 이름과 수 등을 통일시켰다. 그 과정에서 학자들의 주장이 달라 이른바 문법파동을 겪었지만 지금은 문법 교육이 안정을 찾았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국어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수용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학문의 길로 가는 것을 본다.

학문 연구에서는 그 분야가 무엇이든 다양한 학설과 다양한 이론 그리고 자유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양한 학설은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 이상의 기관에서 필요한 것이지 중등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중등교육,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둔 중등교육에서는 교육 내용의 통일이 필요하다. 수학이나 과학과 같이 객관적인 학문 분야에서는 다양한 교과서를 통해 사고력을 높일 수 있지만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교과는 통일된 지침이 있어야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일 수 있다.

▲ 조오현 건국대 명예교수·국어학박사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왜곡된 역사 교육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왜곡된 역사 교육을 막기 위해서는 반대하기보다는 적극적

인 참여로 잘못을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국정교과서로 한국사를 가르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고 시급한 일이다.

조오현 건국대 명예교수·국어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