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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처럼 한목소리 “연구비 적어 실적 안 나고 연구비도 못타”
여야 모처럼 한목소리 “연구비 적어 실적 안 나고 연구비도 못타”
  • 이재 기자
  • 승인 2015.10.12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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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구비 수주 대학 상위 20곳 중 서울권 10곳에 60% 이상 몰려

고등교육 정책에서 대립을 거듭해온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모처럼 한 목소리를냈다. 한국연구재단 등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이 연구과제를 통해 대학에 지원하는 중앙정부연구비에 대해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과 김태년 야당간사(새정치민주연합)는 5일 중앙정부연구비의 절반 이상이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과 서울지역에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김태년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학 연구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223곳 중 서울대를 비롯한 20개 대학이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한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으로부터 지원 받은 중앙정부연구비 3조9천744억원 가운데 2조4천640억원(62%)을 독식했다.

20개 대학 가운데 4천585억원을 지원 받은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2천365억원), 고려대(1천914억원), 성균관대(1천730억원), 한양대(1천547억원), 경희대(866억원), 이화여대(419억원), 건국대(693억원), 중앙대(681억원), 동국대(558억원) 등 10곳이 서울에 본부를 둔 대학이다. 서울대를제 외하면 9곳 모두 사립대인 것도 특징이다.

지방에서는 KAIST(1천565억원), 경북대(1천266억원)), 부산대(1천181억원), 포항공대(893억원), 전북대(799억원), 전남대(768억원), 충남대(747억원), 충북대(603억원), 울산대(595억원), 강원대(637억원) 등 10곳이 20개 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립대와 달리 지방에서는 국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많은 중앙정부연구비를 수주했는데, 주로 거점 국립대학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는 KAIST와 포항공대, 울산대 등 3곳이다.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서울대학의 독식현상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지역 대학 52곳이 수주한 중앙정부연구비는 모두 1조8천568억원(46.7%)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권역이 지원받은 중앙정부연구비 2조1천86억원(53.8%)에 버금가는 액수다. 학생이 1만5천명 이상 수준인 지방의 대규모 거점국립대나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포항공대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중앙정부연구비가 서울대와 서울권 대학에만 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별 교수의 연구비 현황에서 더욱 잘 드러났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교수들에 비해 비수도권 소재 대학에 속한 교수들의 연간 1인당 연구비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연구재단의 ‘권역별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소재 대학의 교수들은 매년 1인당 1억400만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받았지만 비수도권 대학은 그에 절반 수준(52.7%)인 5천500만원에 불과했다.

김태년 의원이 지적한 중앙정부연구비도 마찬가지다. 서울소재 대학에 속한 교수들은 7천900만원을 1년 연구비로 지원 받고 있었지만 비수도권소재 대학에 속한 교수들은 4천100만원에 그쳤다. 서울권 교수들에 비해 절반(52.2%)이다.

박대출 의원은 적은 연구비로 낮은 실적이 나오면서 다시 연구비수혜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정부계획에서도 지역 연구개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방소재 대학 교수들의 연구비 확대를 위한 한국연구재단 차원의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문분야별 특징도 나타났다. 분야별 중앙정부연구비 상위 10개 대학의 명단을 보면, 공학분야는 서울대와 한양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서울소재 대학 5곳이 포함됐고 KAIST와 부산대, 경북대, 포항공대, 전북대 등 지방소재 대학 5곳이 포함돼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사회과학분야에서는 전주대를 제외한 9곳이 모두 서울 소재 대학으로 채워졌고, 인문학에서도 부산대와 단국대를 제외한 8곳이 모두 서울 소재 대학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농수해양학 분야에서만 서울대와 중앙대, 건국대를 제외한 7곳이 모두 지방소재 대학이었다.

국회에서 공개된 또 다른 자료에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연구비를 독식하고 있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소재 대학은 많은 과제를 수주하기보다 연구비가 높게 책정된 고액연구를 집중적으로 수주한 것이다.

특히 서울대는 국가연구개발과제 1만7천936건 가운데 소수인 1천290건(7.1%)만 수주했지만 연구비는 2천100억원을 수령했다. 전체 연구비 가운데 13.8%에 달하는 수치다. 서울대를 비롯해 국가연구개발과제를 가장 많이 수주한 10개 대학은 전체 연구과제 가운데 36.2%에 불과한 6천503건을 수주하고도 연구비는 절반에 달하는 7천916억원(52.2%)를 수령한 것이다.

이 같은 중앙정부연구비의 수주 현황은 대학의 실질적인 연구능력과도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이 국회의 지적이다. 김태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교원의 연구력을 가늠할 수 있는 1인당 논문 게재 건수는 KCI등재 기준으로 부산대가 10.3건으로 가장 많고 단국대가 9.1건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이외에도 20위권 내에 부경대와 조선대, 계명대, 영남대 등 중앙정부연구비 지급순위에서 뒤처진 지방대학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의원은“특정 대학과 특정 지역에 연구비가 집중되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대학 교원의 활약이 논문 등재 건수로 드러나는 만큼 정부가 균형 있게 연구비를 지급하면서 지방대가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지방소재 대학 연구비 지원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 지역우수대학 우수과학자 사업 등 실질적으로 지원을 늘릴 수 있는 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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