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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기 급급한 대통령직속 청년위
생색내기 급급한 대통령직속 청년위
  • 이재 기자
  • 승인 2015.10.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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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이재 기자

경희대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6일 대학원생의 인권과 연구문화 개선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상당한 정도의 대학원생 인권침해 사례를 발견하고 이번 공동선언을 기점으로 대학원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연구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선언문의 내용을 보면 대학원생의 개인 존엄권과 자기 결정권, 학습 연구권, 저작권, 근로권 등이 담겨 있다. 이밖에도 교수와 대학원생이 상호존중하고, 학생 간에도 연구성과를 갈취하거나 초과근무를 시키는 후진적 집단문화를 배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계를 돌려보자. 지난해 10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작성했다. 장전에는 전공과 연구주제에 관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권리(학업 연구권), 학업과 사생활의 균형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자기 결정권), 연구결과에 대한 기여도를 정당하게 인정받을 권리(저작권)등이 포함됐다. 경희대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합의한 공동선언과 겹쳐있다.

당시 청년위는 권리장전을 확산시켜 전국 33만명에 달하는 대학원생이 모두 이 같은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약 1년여가 흐른 뒤 첫 성과가 나온 셈이다. 환영할 일일까.

이번엔 장면을 옮겨보자. 청년위가 서울 광화문 KT빌딩 드림엔터에서 대학원생 권리장전 선언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던 당시다. 건물 앞에서 일부 대학원생들이 ‘온전한 대학원생 권리장전 및 대학원생 10대 요구안 실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고려대와 홍익대, 중앙대 대학원 총학생회 등은 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학원생 권리장전이 효력이 있으려면 이에 따른 제도적인 통제가 있어야 한다. 특히 사립대가 많은 국내 고등교육 특성상 교육공공성을 밝히고 인정하는 선언이 돼야 하는데 이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리장전의 선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장전의 실효성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권리장전은 대학원생의 신분과 지위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 지금 시점으로 돌아와 보자. 최근 강남대의 한 교수가 일자리를 미끼로 제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심지어 인분을 먹인 것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강남대 역시 연구윤리기관이나 학칙 등이 모두 제정돼 있었지만 무력했다. 이 교수는 결국 사법처리를 받은 뒤에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번 경희대 공동선언에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참여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1년 만에 권리장전 후속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올해 여름, 기자가 직접 청년위를 찾아 권리장전의 확산에 대해 물은 바 있다. 당시 들었던 답변으로 졸문을 마무리 한다.

“청년위는 청년 관련 이슈를 발굴해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한계입니다. 제도화하거나 사법처리할 예산도 없고 권한도 없습니다. 대학원생 권리장전도 문제의식은 있지만 개별 대학을 설득하는 일 외에 나설 방법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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