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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가능성 ‘긍정적’ … 예산·인원 지원과 전문성 필요하다
발전 가능성 ‘긍정적’ … 예산·인원 지원과 전문성 필요하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10.06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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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최전선, 대학출판부의 도전과 과제_ 대학출판부 편집자들에게 미래를 묻다

<교수신문> 지령 800호 특집으로 마련한 ‘지식의 최전선, 대학출판부의 도전과 과제’는 한국 대학출판부가 지식담론의 새로운 중심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이다. 경제성을 빌미로 대학출판부의 문화적·지성사적 역할을 위축시키고 있는 작금의 대학 상황은 정신문화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대학출판부 실무 편집자들이 지닌 출판 발전에 의견 △대학출판부의 미래를 위한 제언 △최근 각 대학출판부가 출판한 가장 공들인 문제작(각 2편) 조명 등을 통해 대학출판부의 새로운 도전을 조망해본다. 이번 기획은 (사)한국대학출판협회 회원교 대학출판부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됐다.

▲ 의견조사에 참여한 대학출판부(가나다 순)가톨릭대출판부, 경남대출판부, 경북대출판부, 경상대출판부, 계명대출판부, 고려대출판문화원, 단국대출판부, 서울대출판문화원, 성균관대출판부, 성신여대출판부, 영남대출판부, 이화여대출판부, 전남대출판부, 전북대출판부, 충남대출판부, 침례신학대출판부, 한국방송통신대출판부, 한국외대지식출판원, 한신대출판부

출판 종수 상위 10개 대학출판부를 비롯 15개 대학이 ‘출판부’ 독립부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타부서로 통합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독립 출판부’가 강세임을 알 수 있다. 대학구조조정에 따라 ‘헤쳐모여’하는 식의 부서이관보다는 뚝심 있게 한 자리에서 출판부의 자기 색깔을 갈고 닦는 게 출판 전문성을 발휘한다는 걸 방증한 셈이다.

역량 있는 출판부일수록 ‘독립부서’

상위 10개 대학출판부의 경우, 출판부 직원 수는 3명 이상에서 많게는 23명까지였다. 도식적이지만 평균을 나눈다면 9명꼴이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은 재직기간인데, 가장 짧게 근무한 연수는 4년, 가장 긴 연수는 30년이었다. 적정 실무진 수와 재직기간이 활발한 출판 활동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인원수보다는 업무를 맡아본 기간 즉 전문성이 양질의 출판에 좀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단국대와 영남대는 실무진이 3명이지만, 의견조사에 응답한 편집자의 동일 업무 전담기간은 각각 20년, 27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대학출판 업무’에 만족하고 있을까. 매우 만족하다는 답변은 3곳, 만족한다는 답변은 9곳,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변은 6곳에서 나왔다. 의견조사에서 이러한 만족 사유를 더 살펴내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지만, 대학 출판부 종사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업무 만족도가 업무 성취도와 나아가 전문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물론 대학출판부는 일반 출판사들과 경쟁 구도 속에 있다. 이들은 일반 상업출판사와 대학출판부의 차별성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까. 다양한 응답이 돌아왔다.

폭넓고 깊이 있는 필자(교수) 네트워크, 전문지식의 대중화, 상업성에 매몰되지 않은 가치 출판, 지식교양서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고 지역과 소통, 학술출판의 지속적 재생산, 상업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진지한 출판을 할 수 있다는 것, 학술 서적 출판에 있어서 제작비 회수에 대한 부담 경감, 채산성보다 학술성 중시, 장기 기획의 가능성·인적 자원을 포함한 다양한 인프라, 덜 팔리더라도 학문적 의의가 있는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점, 수익성을 떠나 학문발전에 필요한 저작물을 출판할 수 있다, 전문 학술도서 출판,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저자 확보가 쉽고 판매량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 내용적 가치 중시, 수익이 안정화돼 있기 때문에(예상가능) 수익이 되지 않는 학술서 제작 가능하다는 답변들이었다.

이들 답변을 관통하는 기본 정서는 전문적 학술출판, (교수)저자 인프라, 판매량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상업 출판사와 대학출판부와 차별성이 ‘전문 학술출판’에 있다는 인식이나, 판매량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대답 등은 대학출판부가 현재 어떤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단초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상업 출판사들이 기획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학술서적 출판에 성공 신호를 보인 지 오래 됐다는 것, 대학출판부일지라도 ‘판매’로부터 완전 자유롭지 않다는 점 등을 떠올려본다면, 전문 학술서 출판과 이의 판매 전략에 새로운 ‘전략적 수혈’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의견조사에 나타난 ‘대학출판부의 발전 조건’에서 시급히 개선할 점으로 마케팅, 홍보, 기획력 문제를 지적한 곳이 많다는 게 그 방증이다.

탄탄한 상업 출판사와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 대학출판부 편집자들은 대학출판부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4개 대학출판부에서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대답을 내놨다. 경남대, 서울대, 한국방송통신대 편집자는 어둡다는 대답을 내놨다. 고려대, 충남대의 편집자는 ‘반반’ 가능성을 내놨다.

발전 가능성을 어둡게 본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부서 통합에 따른 출판부 인원 감축과 예산 축소를 먼저 꼽을 수 있다. 이런 구조적 요인 지적 외에도 ‘종이책 출간에만 연연해서는 발전 가능성의 폭이 좁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출판부가 출간하는 책들이 대부분 연구서 위주의 학술서로 독자층이 한정돼 있으며, 상업출판사처럼 홍보비를 많이 사용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이책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대학출판부의 가능성을 밝게 보는 근거로 ‘전문적 학술출판’과 ‘우수 필자 확보’를 꼽은 대답도 있지만, 이는 상업출판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 ‘대학출판부의 가능성’ 범주에 넣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들의 대답 가운데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바로 ‘대학출판부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할 점’으로 꼽은 게 뭐냐는 대목이다.

대학출판부 편집자들이 내놓은 개선점은 이렇다.

마케팅·홍보력 강화, 기획력 강화, 예산 증액과 인원 충원, 대학 구성원들의 인식변화, 예산(수익)의 적립 가능성 제고, 출판부 수입의 재단 전입 차단, 직원 순환인사 금지, 직원의 출판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 대학당국의 지원, 새로운 출판모델 창출, 대학출판부의 역할과 위상 재정립과 인식 전환, 적극적인 학술출판 토대 구축, 정부의 지원, 직원의 직무연속성과 신분 보장, 학술·이론서 출판이라는 고답적 이미지 극복, 고품겸 교양도서 공급, 자율성 확보와 실무진 맨파워 제고, 전문인력과 정책적인 지원, 저술 평가 시스템 구축,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 향상, 장기적·전문적 관점에서의 인력 운용, 학내 교수들의 적극적인 협조, 학술적 가치와 완성도 높은 저서 지향, 수익 고민 없이 학술서 출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대학 내 학습매체 장악력 강화, 대학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과 직원 전문성 제고.

마케팅·홍보·기획 강화, 예산 지원, 직원 전문성 제고가 역시 공통된 응답이다. 이종백 영남대 출판부 행정실장은 “대학출판부가 대학의 장단기 발전계획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실정이다. 예산이나 전문인력 충원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순환보직이나 계약직으로는 대학출판부가 발전할 수 없다. 수익을 얼마나 내느냐보다는 가치 있는 책을 출판하도록 대학에서 출판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체 갱신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와 관련, 신선호 (사)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한국외대 지식출판원)의 다음과 같은 설명에도 귀 기울여 볼 수 있다. 한국외대 지식출판원의 경우, 자체 출판부 발전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대학출판부들이 위기를 맞아 통합되거나 아예 부서가 없어지는 상황이 일어나는 작금의 상황에서 각 대학출판부가 대학특성화에 맞는 콘텐츠를 찾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이제까지는 교수님과 연구원들이 작성하고 기획한 도서를 발간만 했다면, 지금부터는 출판부 직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해서 적극적으로 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익적인 부분은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외대 지식출판원은 대학 성격에 맞는 지역학+여행을 컨셉으로한 답사기 시리즈를 기획해 100권을 목표로 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국어 사전을 DB화해 네이버와 다음에 제공해 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청신호’는 한국외대 출판원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낸 것들을 발전시킨 결과라는 게 중요하다.

대학 구조조정의 시대를 맞아 대학출판부가 점차 축소되고 있고, 문화와 정신에 대한 요청이 박약해지고 있는 지금, 바로 지금이 대학출판부의 새로운 도전을 말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출판부’를 문화의 최전선으로 올바르게 이해하는 대학과 사회의 시선이 정립되고, 이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제대로 긁어줄 때, 한국의 지식문화가 한 단계 성숙하게 될 것이다. 대학출판부 편집자들은 새로운 미래를 만날 준비와 각오를 이미 마친 것으로 보인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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