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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지방에 살수록 얼룩 줄무늬가 많은 이유를 아시나요?
더운지방에 살수록 얼룩 줄무늬가 많은 이유를 아시나요?
  • 교수신문
  • 승인 2015.10.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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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39. 얼룩말

얼룩말(zebra)은 말科, 말屬에 속하는 발굽동물(有蹄類)로‘얼룩말’과‘얼럭말’을 모두 표준으로 삼고, 북한에서는‘줄말’이라 한다. 초식성으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열대초원에 살며 성질이 사나운 편이다. 늙은 수컷이 우두머리가 돼 떼를 이끌게 되므로 대장은 항상 앞장선다. 또 수놈 한 마리가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하렘(harem)을 이룬다. 발에는 발가락이 하나인 奇蹄類로 포식자에 쫓길 때는 보골 채우듯 눈썹 휘날리게 지그재그로 번갈아 내닫아 적을 따돌린다.

준수하게 생긴 얼루기는 검은 바탕에 흰 줄무늬(stripes)가 있고, 무성한 갈기는 꼿꼿이 섰으며, 꼬리 끝에만 긴 털 뭉치가 담뿍 난다. 그리고 횡단보도처럼 검은 바탕에 흰털의 줄이 번갈아 난다. 얼룩말의 무늬를 자세히 보면 머리·목·몸의 전반부·중앙몸체까지는 수직으로 반듯이 서고, 몸의 뒤 엉덩이와 다리는 수평으로 드러누웠다.

암컷이 수컷보다 조숙하는 雌性先熟이고, 수놈은 대여섯 살이 돼야 수놈 구실을 하지만 암컷은 3살에 벌써 첫 새끼를 배며, 12개월 만에 한 마리를 낳아 1년여를 키운다.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일어서서 벌써 걷고 젖을 빤다. 오래전부터 사육해 보려고 적잖이 우격다짐도, 달래기도 해봤으나 결기 있고 까다로운 성질로 가축화(domestication)에 실패했다고 한다.

얼룩말은 눈이 아주 밝고, 천연색을 구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말무리처럼 눈이 머리 양쪽 옆에 붙어있어 視野가 아주 넓다. 그리고 말보다 귀가 크고 둥글며, 어느 방향으로도 귀를 돌릴 수 있어 소리에 예민하다. 보통 때는 귀를 곧추세우지만 위험타 싶으면 앞으로 홱 숙이고, 화가 나면 뒤로 쑥 제친다.

아프리카에는 3종의 얼룩말이 산다. 사바나얼룩말(Plains zebra, Equus quagga)은 가장 흔한 종으로 6아종이 있고, 옛날에 E. burchelli라 불렀으며, Chapman's zebra, Grant's zebra라 부른다. 어깨높이가 1.2~1.3m, 체장 2~2.6m, 꼬리길이 0.5m, 체중 350kg으로 수컷이 암놈보다 좀 크다. 주로 남동아프리카에 서식한다.

산얼룩말(Mountain zebra, E. zebra)은 두 亞種이 있고, 줄무늬가 가늘고 배며, 배에는 무늬가 없고 희다. 사바나얼룩말보다 약간 작다. 동서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한다.

그레비얼룩말(Grevy's zebra, E. grevyi)은 얼룩말 중에서 어깨높이 1.4∼1.6m로 가장 크고, 머리가 좁으면서 길며, 귀가 둥글고 큰 것이 노새를 닮았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북부에 산다.

이들은 비록 서식지가 겹쳐도 끼리 相互交配(interbreed)가 일어나지 않지만 동물원에서는 사바나얼룩말과 산(山)얼룩말 사이에 쉽게 교잡이 일어난다. 또 얼룩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 존키(zonkey)다.

또한 앞에 쓰인 학명 Equus는 말(Equus caballus)·당나귀(Equus asinus)·노새(E. caballus + E. asinus)·얼룩말 따위의 屬名인데 라틴어로 말(馬)이란 뜻이다. 현대차의 에쿠스(Equus)가 바로 馬에 그 뿌리가 있다는 말이고, 포니(pony)도 조랑말이었으며, 갤로퍼(galloper)도 달리는 말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비할 바 없는 얼룩말들의 줄무늬는 신통방통하게도 사람 指紋처럼 하나같이 개체마다 모두 다르다고 한다. 딴 동물에 없는 얼룩말의 흑백 털 무늬는 몸을 僞裝(camouflage)하는 데 있으니, 첫째로 세로무늬는 소복한 풀숲에 숨으면 서있는 풀과 비슷해 들통 나지 않고, 가로무늬는 경계를 흐리게 하며, 조금만 멀리 있으면 흑백의 무늬가 혼합해 회색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얼룩말이 떼지어 서있거나 가까이서 여럿이 움직이면 그것들이 커다랗고 얼룩덜룩한 덩어리로 보이고, 또한 눈부시게 커졌다 작아졌다 明滅하면서 목표물을 照準하기 어렵도록 해 포식자를 혼란시킨다.

셋째로 이런 줄무늬 구조는 쇠파리나 흡혈파리인 체체파리(tsetse fly)가 꾀는 것을 막는다. 넷째로 무늬는 몸을 식히는 일은 하니, 빛을 모두 흡수하는 검은 줄(털) 위로는 공기가 빨리 흐르고, 빛을 모두 반사하는 흰줄 위에는 공기흐름이 느려서 결국 공기대류를 일으킨다. 하여 더운 지방에 사는 얼룩말일수록 줄무늬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무늬의 특성을 이용했다. 1·2차 세계대전 때 영국, 미국 배에다 얼룩말무늬를 그려 위장을 했으니 이를 僞裝塗色(dazzle camouflage)라 한다. 이는 몸을 숨기는 식의 위장이라기보다는 배의 크기·형태·목표·속도·방향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위장술이다. 다시 말해서 선체은폐가 아니고 상대를 혼란케 하는 것으로 배가 멀어져 가는지 가까이 다가오는지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한편 橫斷步道에 금을 그어놨으니 그것이 얼룩말줄무늬를 본땄다해 얼룩말 횡단보도(zebra crossing)라 한다. 검은 바닥(바탕)에 일정한 간격으로 흰줄을 얼멍덜멍 그어 보행자는 물론이고 운전자의 눈에 잘 띄게 했다. 예사로 봤던 횡단보도를 가만히 살펴보니 검고 흰 것의 폭이 같았고, 양옆의 흰줄과 검은 줄이 서로 맞보고 있다.

얼룩말은 서식처파괴와 고기, 모피를 얻으려고 남획된 탓에 지금 와서 국립공원 등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특히 산얼룩말과 그레비얼룩말은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사바나얼룩말은 아직 심하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한다. 얼룩말들의 千秋萬歲를 빈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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