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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들 ‘고향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들 ‘고향 앞으로’
  • 이재 기자
  • 승인 2015.09.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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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할 곳 없어요” 한국학생들 따가운 눈총도

외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도리어 ‘역차별’을 호소하는 한국인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목적으로 기숙사 배정, 장학금 지급, 등록금 인하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생긴 갈등이다. 각종 혜택을 받으며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고 있어 ‘인재유출’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하는 대학 기숙사는 외국인 역차별 논란의 시발점이다. 수도권 일부 대학은 기숙사를 지으면서 외국인 전용 기숙사를 신축하거나 신축 기숙사 내 1~2인실을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운영하기로 해 갈등을 빚었다. 한국인 학생이 서울 평균 2천만원의 보증금에 평균 44만원의 월세로 허덕이는 사이 외국인 유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자동 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대로 시선을 옮기면 일부 대학은 아예 외국인 대상으로 기숙사비를 전액 무료로 해 논란을 빚었다. 경북지역 한 사립대는 중국 유학생을 유치하면서 기숙사비 전액 무료와 장학금 지급,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패키지로 제시했다가 총학생회의 비난을 듣기도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지자 아예 외국인 전용 원룸도 생기고 있다. 이들 원룸은 ‘중국인전용 원룸’등을 표방하며 한국인 학생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연세대의 한 학생(22)은 “한국에서 한국인의 입주가 불가능한 원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9만2천78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으로, 5만7천219명(61.6%)에 달한다. 대학가 어디를 가도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다보니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한국인 학생의 반감도 중국인에게 집중돼 있다. 이화여대의 한 학생은 “캠퍼스 안팎을 모두 중국인이 점령했다. 수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다. 어디를 가도 중국어 안내판 뿐이다.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에서 한국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간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교육부는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2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일 줄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입학자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대학의 제도적인 변화는 갈 길이 멀다.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유학생 수는 줄기 시작해 2011년b 8만9천537명이던 유학생이 지난해 8만4천891명에 불과했다. 외국인 유학생에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 학생들의 시선과 졸업 후에도 취업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외국인 유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간 감정의 골을 좁힐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남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예산이 빠듯해 중국 등지에서 대학을 알리는 것도 벅차다. 대학운영을 개편하는 방법까지는 고민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렵게 데려온 외국인 유학생도 한국을 떠나고 있다. 고려대에서 석·박사통합과정에 재학중인 중국인 A씨(29, 전자공학)는 “중국으로 돌아가면 좋은 대우를 받으며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반면 한국에 있으면 비정규직에 머물러야 한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등 업무강도도 높아 한국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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