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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구조개혁평가, 교육부 ‘단독’으로 진행했나
대학구조개혁평가, 교육부 ‘단독’으로 진행했나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9.2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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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처리’ 등 구조개혁위원회 제안 묵살 정황 드러나

올해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교육부 단독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전달한 교육부 국정감사 답변자료(대학구조개혁위원회 활동 내역 2013~2015)에 따르면, 구조개혁위원회는 중앙대 사안의 심중함을 전달하면서 특별조치할 것을 제안했지만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 자문·심의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백성기)는 중앙대 전 총장과 이사장이 연루된 비리혐의에 대해 7·8월 두달간 총 세 차례 회의를 열어 치열하게 논의하고 교육부에 감점·강등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자문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무시하고 A등급을 부여했다. 심지어 구조개혁위원회는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평가결과를 공식발표하기 2시간 전까지도 중앙대를 조치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중앙대는 박범훈 전 총장과 박용성 전 이사장이 캠퍼스 통합과 관련 교육부에 압력을 넣고 청탁대가를 주고 받은 것을 비롯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이 기소했다. 다음달인 6월 교육부가 ‘부정·비리대학 감점·강등 조치’를 공표해 언론과 대학가로부터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곳이다.

학계와 사회 각계 인사로 구성된 구조개혁위원회가 법적권한이 없는 ‘자문기구일 뿐’이라는 이유로 의견이 묵살당해온 정황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기숙사 평가 등 위원회가 제안한 평가항목의 절반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급기야 위원장이 맡아왔던 평가결과 발표까지 교육부 차관이 직접 담당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게다가 발표 당일 위원장은 교육부로부터 초청조차 받지 못했다. 이번 평가에서 구조개혁위원회가 완전히 배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교수신문> 796호 ‘교육부, 중앙대 이사장·총장 비리 감점 안했다’ 참조

대학가에서는 이번 평가를 두고 ‘평가를 위한 평가’, ‘교육부의 선택적 평가’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러한 의혹은 올해부터 도입한 등급제와 항목별 정성평가가 부여되는 등 심사과정에서 이미 예견됐다는 게 평가를 경험한 대학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교육부가 완전치 않은 평가를 강행한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같은 논의 선상에서, 정부재정지원과 연계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맨 처음 도입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현 KDI 국제대학원 교수)조차 현 정부의 정책방향이 잘못됐다고 정면으로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5일 SBS·CNBC가 주최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 토론에 출연해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현 정부의 구조개혁정책은 구조개혁(본 취지)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주호 전 장관은 김재춘 차관에게 “구조개혁의 핵심은 ‘저질대학’의 문을 닫는 것이지 모든 대학을 일률적으로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는 게 아니다”라며 “상위권 대학의 정원을 n분의 1로 줄인다면 피해자는 결국 학부모와 학생이 될 것이다. 정부가 정원을 줄일 땐 당연히 하위권 대학이 문을 닫는 방식으로 줄여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재춘 차관은 “정부가 전체 대학을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평균 규모 대학 100여 개가 사라질 정도의 ‘인구절벽’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할 뿐,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기조를 바꾸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차관은 오는 2023년까지 3주기에 걸친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총 40여 개 대학(E등급)에 ‘퇴출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사립대의 한 교수는 “2010년부터 매년 실시해온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이렇게까지 공정성 의심을 산 적은 없었다”며 “교육부가 평가에 관한 자료를 내놓지 않을 뿐더러 원론적인 해명을 늘어놓아 의혹만 커지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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