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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세 차례 손질하며 발전한 경제이론 … 해답 아닌 '방법·방향'만 제시
"40년간 세 차례 손질하며 발전한 경제이론 … 해답 아닌 '방법·방향'만 제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5.09.23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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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안과 밖 시즌2 고전읽기_32강. 강신준 동아대 교수의 『경제학 철학 초고』,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자본론』 읽기

지난 12일(토) 진행된 ‘문화의 안과 밖 시즌2’고전읽기 32강은 마르크스의 유산과 만나는 고민을 보여준 자리였다. 또한 연구실이 아니라 대중과 만나는 자리였다는 점, 마르크스 읽기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경제학자의 독해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마르크스의 『경제학 철학 초고』,『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자본론』’읽기를 시도한 이는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과)였다. 강 교수가 쓴 책에는 『오늘, 자본을 읽다』(2014),『마르크스의
자본,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2012),『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2010),『자본론의 세계』(2001)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자본 1, 2, 3(전5권)』,『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강의』등이 있다.
강신준 교수는 고려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대·베를린대·미국 포클랜드주립대 객원교수,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제8대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마르크스-엥겔스 신전집(MEGA) 간행에도 참여했다. 강 교수의 강연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2 013년 유네스코는 마르크스의 육필 원고 두 편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했다. 『공산당 선언』과 『자본』제1권의 원고였다. 즉 그의 사상이 시간적인 한계를 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마르크스의 사후 그의 원고는 여러 이유 때문에 곳곳으로 흩어지고 유실되는 운명을 겪었고 이로 인해 그의 저작들은 개별적으로 분산돼 출판됐으며 문헌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따라서 그의 원고를 빠짐없이 모두 문헌적 검증을 거쳐 정본으로 출판할 필요성이 20세기 초반부터 제기 됐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 MEGA(Marx Engels Gesamtausgabe) 간행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1920년대에 시작돼 한 세기를 거치며 지금도 국제적인 협력 하에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전체 목표 분량인 114권 가운데 아직 61권밖에 발간하지 못한 상태이다(2014년 12월 기준). 따라서 어떤 사상의 실체는 하나의 개별 저작에서 ‘완성된 모습’으로 파악될 수 없고 전체 저작에 걸쳐 하나의 ‘발전사적 과정’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의 저작은 대체로 『자본』을 최정점으로 삼고 있으며 이 저작에 그의 사상 대부분이 녹아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학 철학 초고』

이 초고는 철학에서 경제학으로 마르크스의 연구가 이행하는 과도적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런 이행의 필요성을 “종교, 가족, 국가, 법률, 도덕, 과학, 예술 등은 단지 생산의 특수한 방식일 뿐이고 그것들을 지배하는 일반적 법칙에 예속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헤겔 법철학 비판』에서 자신이 비판했던 부르주아 사회의 상부구조(법, 국가)는 경제를 토대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비판은 필연적으로 경제에 대한 분석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초고는 모두 세 개의 노트로 이뤄져 있다.

제1노트는 임금, 자본의 이득, 지대를 다루는데 이들 세 범주는 부르주아 사회의 세 계급의 존재를 대변하는 것으로 고전경제학이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핵심범주이다. 비교적 체계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제1노트에 비해 제2노트와 제3노트는 매우 단편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제2노트는 상당 부분이 유실되어 버렸고 남아있는 부분은 부르주아 사회의 경제적 모순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적 소유에 대한 설명들로 채워져 있다. 제3노트는 특정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다룬 완결된 형태의 글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잡다한 글들이 뒤섞여 있다. 제2노트의 분실된 부분들에 대한 보론, 제1노트에 대한 보론, 소유와 무소유의 대립이 자본과 노동의 대립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보론, 사적 소유의 지양을 통한 인간의 자기 소외의 지양에 대한 보론 등이 그것이다.

■『1857-58년 초고』

이 초고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고전경제학자 바스티아와 캐리에 대한 이론적 검토를 시도한 것인데 마르크스는 이 글의 집필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바꾸어 집필을 중단했기 때문에 이들은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 있다. 나머지 두 개는 『경제학 비판 요강 서설』(이하『서설』)과 『경제학 비판 요강』(이하『요강』)이다. 두 개의 글은 서로 연속돼 있다기보다는 다소 독립된 성격을 띠고 있고 이들 글 속에는 마르크스가 구상하고 있던 경제이론의 집필계획에 대한 전모가 담겨 있다. 나중에 실제로 출판에 옮겨진 『자본』은 이 집필계획 가운데 일부이기 때문에 이 초고는 마르크스 경제이론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문헌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설』에는 세 가지 내용이 기술돼 있다. 첫째는 경제학의 연구대상이며 둘째는 그가 경제학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론이며 셋째는 경제학 저술의 집필계획 초안이다.

첫째 그는 경제학의 연구대상을 생산, 분배와 교환, 소비의 구조로 파악하고 고전경제학이 분배를 경제학의 우선적인 연구대상으로 설정한 것에 반해 생산을 우선적인 연구대상으로 선언한다. 둘째는 그가 다루는 경제학의 연구방법은 경제학의 범주를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으로 나누고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을 ‘과학적으로 올바른 방법’(『요강』제1권: 71)이라고 정의한다. 즉 사회현상을 단순한 물적 현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관계로 파악하는 방법인 것이다.

한편 『요강』은 ‘자본에 관한 장’과 ‘화폐에 관한 장’으로 구성돼 있고 부가적으로 가치를 다루는 부분이 미완성의 형태로 추가돼 있다. 초고는 ‘화폐에 관한 장’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이것은 프루동의 화폐이론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이 비판을 통해서 사실상 그의 가치론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완성했다. 노동과 상품의 이중성, 상품의 화폐로의 전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본』

『자본』은 1840년대부터 시작된 마르크스의 경제학 연구가 그의 저술계획에 따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평생 동안 『자본』의 나머지 원고를 보완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는 자신의 독자적인 방법, 즉 변증법적이고 역사적인 유물론과 잉여가치론을 결합함으로써 완성했다. 그리고 그런 내용은, 비록 충분하고 완결된 형태는 아니지만, 『자본』속에 모두 드러나 있다.

■ 유토피아 vs. 과학: 변증법적 역사적 유물론

마르크스는 『경제학비판 요강』에서 자신의 방법이 진정으로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하면서 그 방법을 『자본』제1권 서문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사회의 변화법칙을 알아내야만 하고 자신의 의지를 그 법칙에 맞춰야만 한다. 이것이 곧 유물론이다. 이것은 사회의 변혁이 기존의 체제를 없애고 단순히 새로운 체제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다. 사회의 변화는 성숙이라는 진화를 통해서 이뤄지고 기존의 체제가 더 좋은 체제로 이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진화의 법칙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마르크스는 그 방법이 바로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이라고 말한다.

■ 변혁의 열쇠: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

마르크스가 경제를 분석해 도달한 내적 연관은 무엇일까. 마르크스의 방법에 따르면 『자본』전체의 출발점을 이루는 상품의 분석이 가장 추상적인 것이고 여기에 내적 연관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상품이 자본주의에서 부의‘기본형태’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를 가장 추상화한 형태라는 말이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갖고 자본주의의 특수성은 교환가치에 있다. 교환가치는 “양적 관계, 즉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비율”(제1권 89)이다. 이 교환가치를 구성하는 요소가 바로 가치이며 가치는 곧 “사용가치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제1권 93)이다. 그런데 노동 시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최대 24시간이라는 자연적 한계로 똑같이 주어져 있다. 결국 자본주의의 내적 연관은 노동력을 상품으로 교환해 그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구매될 때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냄으로써 가치의 양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이 가치의 양적 차이가 바로 잉여가치다.

■ 변혁의 방법

자본주의보다 더 좋은 사회구조는 자본주의가 선행하는 사회구조보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를 규명해야만 알 수 있다. 즉 자본주의의 장점이야말로 자본주의를 변혁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진 부분이며 따라서 사회혁명을 달성할 수 있는 지렛대인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잉여가치의 생산이다. 우리는 노동자의 전체 노동 시간이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부분(임금이라고 부르는)과 이 잉여가치(자본수익이라고 부르는)의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총 노동 시간은 생산된 가치의 크기를 나타내고 임금과 잉여가치는 생산된 가치가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소득의 가치 크기를 나타낸다.

■ 정리 및 결론

마르크스의 해답이 제시된 지 150년이 지났고 지구상에 아직 마르크스를 실현했다고 할 수 있는 사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아직 마르크스를 얘기하는 것일까.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한 것이었을까. 사실 마르크스는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사상가이고 일부 출판된 저작들조차도 미완성의 것들이 많은 사상가이다. 요컨대 그는 완결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지 부분적인 단서나 방법 혹은 방향만을 우리에게 남겨두고 있을 뿐이다. 마르크스의 해답이 ‘완결된’것이 아니라 ‘방법’이라는 말 속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마르크스 저작의 정본을 하나도 출판하지 못하고 마르크스를 풍문으로만 듣고 있는 우리의 상황은, 우리 사회가 왜 젊은이들에게 ‘떠나고 싶은 나라’로 됐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성급한 해답을 찾지 말고 꾸준한 과학의 길을 걸어야만 비로소 해답에 도달할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자신의 방법을 독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

“학문을 하는 데에는 평탄한 길이 없으며, 가파른 험한 길을 힘들여 기어 올라가는 노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빛나는 정상에 도달할 가망이 있습니다.”(제1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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